선거철이 도래했다. 앞으로 몇 개월 동안공직에 나가겠다는 사람들의 성대한 말잔치가 열릴 것이다.

저마다 지역발전에 앞장서겠다는 비장한 각오와 함께 화려한 비전을 펼쳐 보이는 때가 왔다. 명색이 한 지역의 일꾼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포부와 기개가 없을 리 없다.

하지만 포부가 망상에 그치지 않게 하려면 구체적인 대안을 세우고 실행 능력을 지녀야 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보이는 기개는 단지 허풍일 따름이다. 그동안의 지방선거를 돌아보면, 지역의 발전을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의 공약에는 어느 정도 정형화된 패턴이 있다.

우선 대형 국책사업 유치나 대규모 민간자본 유치 등과 같이 외부의 자원을 지역으로 유입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여기에 대형 지역개발사업을 곁들이는 쌍끌이식 지역발전 청사진을 멋들어지게 내민다. 이렇게 인구와 일자리를 늘려서 지역을 획기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에 소요되는 막대한 재원의 조달방법과 지역의 정치적·행정적 역량에 대하여는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

나아가서 모든 지역이 거의 똑같은 발전전략을 전개하고 있는 현실에서 어떻게 이들 지역과의 경쟁에서 이길 것인지에 대한 방안 또한 모호하다. 

물론 말처럼 이루어지기라도 한다면 지역이 갖지 못한 외부자원을 끌어들이는 것도 좋다. 하지만 그동안 지역을 지키면서 발전을 이끌었던 농업과 향토산업, 자영업 등을 회생시킬 수 있는 방안을 먼저 모색하는 것이 항구적인 지역발전을 위하여 더더욱 필요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역의 기존 성장동력이 무너질 경우 그 어떤 것을 외부로부터 끌어와도 사상누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외부로부터 유입된 정부기관이나 기업 또는 국책사업이 지역 전반에 발전의 성과를 얼마나 나눠줄 지는 불확실하고 또한 성과가 나올 때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는 문제가 따른다.

더 중요한 사실은 기존의 지역구성원들이 안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발전의 성과를 고르게 향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선 당장 생업을 유지해야 하는 주민들의 지역이탈이 가속화 되고, 개인간.산업간의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지역발전이 어려워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따라서 독창적인 시각에서 지역의 문제점을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 제시능력과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예산운영능력을 갖춘 입지자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다.

한 방 주의는 지역발전의 敵

입지자들은, 문제를 먼저 내부에서 조명하고 해결하려는 소박한 노력보다 외부에서 큰 건을 끌어와서 한 방에 지역발전을 이루겠다고 말하는 것이 유권자들에게 더 잘 먹힌다는 구태적 발상을 버려야 한다. 기실 그런 발상은 비현실적인 것이다.

한 방은 아주 낙후되어서 더 이상 방관을 하면 정치적으로 문제가 있든지, 아니면 제반 여건이 아주 잘 갖춰진 곳으로 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도 저도 아닌 지역이 현실적으로 택할 수 있는 발전전략은 매우 한정적이다. 결국 믿을 수 있는 것은 비록 취약하지만 현재 지역의 역량을 정비하는 것이다. 이런 노력에 온 힘을 기울이면서 축적된 지역의 역량을 바탕으로 한 방을 노려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지자체가 지역발전을 위한 전쟁을 불사하고있다. 무릇 공격을 하려는 자는 먼저 자신의 영역을 굳건하게 한 후 배후를 안정시키고 주변과 동맹을 맺는 법이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주인공인 월나라 왕 구천은 오나라 왕 부차로부터 풀려난 후 무려 12년 동안 쓰디쓴 쓸개를 핥으면서 솔선수범함으로써 내정을 안정시키고 경제력을 일으킨 후에 오나라를 점령했다.

이처럼 지역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부를 안정시키고 힘을 비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간의 전쟁을 진두지휘하겠다는 사람이라면 먼저 내실을 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화려한 말잔치가 시작된 지금 우리 유권자들은 이번이야말로 특정정당, 지연, 혈연, 학연과 같은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누가 진정으로 지역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으며, 누가 지역의 역량을 새롭게 강화시킬 수 있으며, 누가 사리사욕에 사로잡히지 않고 헌신적으로 일할 것인지 냉정하게 따져야 할 것이다.

그런 사람이 지역을 책임진다면 굳이 요란스럽게 말하지 않아도 외부로부터 멋진 한 방을 끌어 올 것이다. 먼저 수성(守城)의 묘책을 내놓지 못하는 자는 공성(攻城)도 실패한다. 그래서 모두를 힘들게 할 것임을 명심해야 할 시점이다. 

익산 경제가 경색 일로에 있다. 생계가 막막한 영세상인들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기존 기업들의 경영악화도 심화되고 있다.

품목을 바꿔보고 업종을 바꾸며 부침을 거듭하지만, 결국 활로를 찾지 못하고 빈손이 되어 좌절하는 상인과 기업인들이 속출하고 있다.

그들은 다른 지역은 이 보다 더 나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에 기대어 월 평균 3백여명씩 익산을 떠나는 사람들 속에 섞인다.

재정자립도를 자치단체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잣대로 삼는 것은 무리이지만, 시세(市勢)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는 있다.

최근 3년 동안 익산시의 연 평균 자체재원 비율은은 약24%에 머물렀다. 중앙에 의존하고 있는 재원의 비율이 76%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순수 지방세 수입과 세외수입액은 약2,294억원이었으나, 올해 순수 지방세 수입과 세외수입액은 1,549억원으로 약 745억원이 감소했다.

이같은 급격한 세수기반 붕괴에 여러 요인이 작용하는 가운데, 인구 유출은 그 중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무엇이 이렇듯 인구 유출을 부추기는가. 무릇 입지자라면 고뇌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