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환경 시스템을 고치는 일 그 첫걸음은 그를 공직에서 축출하는 일이다.

익산시의 환경녹지국장이었던 옥용호 씨가 세간의 입길에 올랐다.

그는 익산시 전역의 지하수를 오염시키고도 남을 독극물이 폐석산에 묻히는 걸 방치했다. 이 폐석산에서 흘러내린 침출수는 소리 없이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익산시장은 그 책임을 물어 그의 직위를 박탈했다.

여론은 우선 옥 씨의 태도를 주목한다. 모르고 있었다는 발뺌이다. 공무원들은 폐석산 침출수가 흘러든 인근 하천에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현장에 나갔었다. 허용 기준치를 초과한 독극물 시료를 채취하는 현장에 입회했었다. 2년 전의 일이다.

그런데 그 결과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시료 분석을 전라북도 의원이 주관했고 결과는 그쪽으로 통보됐으니 익산시에서는 알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익산시민들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익산시 환경담당 공무원들은 궁금하지도 않았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그들의 직책을 놓고 보면, 익산시민들이 폐석산 침출수로 인해 병들거나 그로 인해 사망에 이른다면 직접적인 형사 처벌을 받는 주체다. 부주의로 인한 시민의 죽음에 대해선 과실치사죄를 피할 수 없다. 더구나 고의에 의한 직무유기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옥 씨는 몰랐었으니 책임도 없다고 주장한다. 그를 반드시 형사 처벌해야 할 이유다. 유사시 책임을 면하기 위해 사실 확인 책임을 유기했다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나는 그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폐석산에 매립되고 있는 물질의 성분을 알면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이었는가."

불법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상당한 행정처분을 하고, 심하면 형사고발을 하고, 원상복구를 지시하고, 마무리 될 때까지 사후관리를 잘 하면 그만인데, 공무원으로서 그런 기본적인 업무처리가 귀찮았던 것은 설마 아닐 것이다.

하지 못할 다른 이유가 있어야만 상식적으로 납득 될 업무해태 아닌가. 다른 이유, 그 진실에 접근할 기회는 우리에게 끝내 주어지지 않을 공산이 높다. 하지만 나타난 사실들이 가리키는 곳을 우리는 볼 수 있다.

익산시는 1년 전 문제의 폐석산 주변 토양에서 맹독성 1급 발암물질이 검출된 사실을 전문기관에서 통지받았다. 그러나 역학조사 조차 하지 않았다. 알았는데도 통지받은 내용을 홈페이지에 게시한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몰랐다는 말도 거짓말이 된 것이다. 폐석산 매립장의 침출수 농도가 치명적인 상태가 되도록 독극물 반입을 묵인해 준 범행을 은폐하기 위한 수작이라고 밖에는 달리 읽혀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는 살인방조죄를 적용받아야 할 것이다.

나타난 사실이 가리키는 곳을 우리는 볼 수 있다

이 지점에서 다시 되돌아 볼 수밖에 없다. 그가 2년 전에 실시한 폐석산 침출수 분석 결과를 모르고 있었다는 말은 진실일까. 하지만 옥 씨는 우리가 그런 의심을 할 겨를을 안 준다.

허술한 환경부 전산시스템 '올바로'에 책임을 전가한다. 폐석산 침출수에서 법정기준치의 53배를 초과하는 농도로 검출된 독극물 '비소'는 지정폐기물이다. 그러나 배출자나 운반자 및 처리업자가 부적정한 방법으로 취득한 시험성적서를 이 올바로 시스템에 입력했다는 것이다.

부적정한 방법이란, 업자가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이 정한 전문기관에 시험성적서 발급을 의뢰할 때, 유해 물질이 기준치 이하인 시료 또는 일반폐기물의 시료를 제출하는 것을 말한다. 처리업자들은 사업장 내에 별도로 그런 허위의 시료를 보관하고 있었다.

옥 씨는 환경부가 안전하다고 인증해 준 폐기물을 익산시가 왈가왈부 할 건더기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한 술 더 떠서 환경부 잘못이니 폐석산을 원상 복구하는 책임도 환경부가 져야 한다고 몰아갔다.

그러나 옥 씨의 주장에는 법적인 논거가 없다. 원상복구 책임은 1차적으로 배출자에게 있다. 사후적으로도 속여서 이익을 본 배출자에게 범법에 따른 모든 책임이 귀속된다. 현장에서 발생한 책임은 환경부가 지지 않는다.

이는 무엇을 가리키는가. 정책 및 시스템관리 주체와 현장관리 주체가 명백하게 구분되어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익산시장은 환경부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관장하는 자치단체의 장이다. 현장 관리감독 권한과 의무를 부여받았다. 시스템에 구멍이 뚫린다든지 하는 유사시 현장에서 대응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시스템 관리 부실에 따른 환경부 책임론은 시스템 개선을 요구하는 수준 이상이 될 수 없다. 옥 씨가 환경부에서 원상복구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시선 돌리기이거나 물 타기에 불과한 이유다.

하지만 이 같은 수단은 의외로 잘 먹힌다. 당장에 시시각각 지하로 스며들고 있는 독극물 처리가 급하다. 누가 그 우선순위를 부정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환경부에 생떼를 쓰는 건 해법이 아니라는 것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주민들이 익산시 전역의 폐석산 전수조사 실시를 요구해도, 익산시는 예산타령을 하면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 관련자 처벌 파일도 서랍 깊숙한 곳에 집어넣고 딴청을 부리고 있다. 시간은 망각 속으로 흘러갈 것이다.

시간은 망각 속으로 흘러갈 것이다

옥 씨가 세간의 입길에 오른 진정한 이유는 바로 이 지점이다. 그는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나는 적법하게 일을 처리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제시하는 적법성의 논거는 표준 지표에서 벗어나 있다. 왕궁 가축분뇨공공처리장 지체 배상금 문제는 그 단적인 예다.

옥 씨가 환경위생과장이었을 때의 일이다. 가축분뇨공공처리장 설치와 운영을 위탁받은 뉴워터(주)는 최종 방류수질을 맞추지 못해 계약상 준공일을 233일이나 넘겼다. 익산시와 뉴워터가 체결한 실시협약에 따르면 뉴워터의 준공기간 지체 배상금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산출하도록 되어 있다.

정상적으로 산출되는 지체배상금액은 91억2,969만원이었다. 그런데 익산시는 11억2,485만여원을 부과했다. 성질상 분할할 수 없는 시설을 임의로 분할해 무려 80여억원의 배상금을 공제해 준 것이다. 업자와 익산시의 유착의혹을 불렀던 지점이다.

지체배상금은 국고로 귀속되지 않고 곧바로 자치단체의 세외 수입이 된다. 재정여건이 열악한 익산시로서 80여억원은 여러 지역의 숙원을 해결할 수 있는 규모다. 그런데 옥 씨는 그냥 법대로 부과하면 될 사안을 굳이 덜 부과할 방법을 찾은 정황이 포착된다.

대표성이 없는 변호사에게 시설을 분할해서 지체배상금을 공제해 줄 수 있는지의 여부를 물었다. 자칫 재정손실 책임을 추궁 받게 될 사안인데, 오히려 업자의 손해를 줄여줄 가능성을 타진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행정자치부나 전북도에는 유권해석을 요청하는 공문 한 장 보내지 않았다.

통상의 유권해석 방식도 따르지 않았다. 양 주체간 협약에 구속력을 갖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 '갑'설에 해당하는데 이는 전혀 전제하지 않고, 업자가 주장하는 이른바 '을'설 만을 질문의 골자로 삼은 것이다.

그러나 뉴워터(주)는 옥 씨의 배짱 좋은 노력도 성에 차지 않았다. 그마저도 너무 많이 부과 되었다며 대한상사 중재원에 중재를 요청했고, 중재원은 1억4,900만원만을 지체배상금으로 판정해 뉴워터(주)는 89억8천여만원의 배상금을 공제받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뉴워터(주)는 법률대리인이 참석해 중재에 나섰지만, 익산시는 법률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담당 공무원이 참여하는 안일한 태도로 대응한 사실이 확인됐다. 환경직 옥 씨가 책임자였던 익산시의 환경 업무는 이처럼 비정상이 만연했다.

하지만 옥 씨는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 자신은 책임질 일이 없다고 한다. 삼척동자가 보고 들어도 심상치 않은 업자와의 유착 행태를 감추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몰랐다.", "내 잘못이 아니다"는 말을 입술에 침도 바르지 않고 한다.

옥 씨는 무슨 일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 견강부회가 그의 스킬이다. 일상적으로 업자들의 마수에 노출되어 있는 익산시 환경직공무원들에게 옥 씨는 어둠의 마중물이다. 그에게 사법적인 책임을 묻기 전에 공직자로서 적격한가를 물어야 하는 이유다.

그는 환경직 공무원의 부정적인 면모를 원숙하게 드러내 보인다. 고장 난 환경 시스템을 고치는 일 그 첫걸음은 그를 공직에서 축출하는 일이다. 혹자는 그것은 부관참시가 아니냐고 반문한다. 아니다. 그는 한 번 죽은 적도 없지만 백번 죽어도 익산시민들에게 지은 죄를 다 씻어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