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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6호 민선 6기의 데칼코마니 민선 6.5기

편집국장 공인배

정치공무원 세력 퇴출은 정 시장의 뜻인가, 아니면 기생형 인간의 외곽 때리기 인가

인사 청탁 배제 강조는 기실 뒷거래 뜻을 암시하는 신호로 오인될 수 있다

요즘은 자꾸 민선 6기의 악몽이 되살아난다. 시장의 권한을 생떼 쓰는 코흘리개 처럼 행사했던 탓에 난제들이 산적해있다. 하면 안 되는 일들을 저질러 놓아 해법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그 뒷감당 하는데 소요될 비용만 해도 막대하다. 공무원들이 인사권자의 폭거에 납작 엎드려 분부를 받드는 권력남용의 앞잡이가 되었던 덕분이다.

이른바 '클린인사'를 강조했지만, 정기인사 때마다 인사파동을 겪었으며 급기야는 사법기관이 인사비리 관련 압수수색을 하는 사태에 까지 이르렀다. 전임시장 체제에서 승진했거나 요직에 있었던 공무원들을 공개적으로 축출해 원성이 자자했으며, 너무나 황당무계한 승진·승급인사에 대한 반발과 의혹제기가 맞물려 공직사회를 혼란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여기에 인사권자는 불합리한 명을 거부하며 바른말 하는 공무원들에 대해 즉각적인 전보 조치와 특별감사를 붙이는 방식으로 고삐를 한 번 더 죄었다. 가히 익산시의 당시 시정방침이 '맹종문화' 혹은 '조폭문화' 창달이라 할 만 했다.

그런 린치가 공직사회에 뻑하면 가해졌고, 그 메시지는 백주 대낮에 효수하듯 전파되었다. 길길이 날뛰는 그의 진면목은 청맹과니가 분명했지만 감히 그 앞에 나서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소위 돈키호테 증후군에 휘둘린 익산시 공직사회는 영혼 없는 예스맨들에 의해 향도됐다.

그 폐해의 영향은 언론사회 일각에까지 미쳤다. 몇몇 신생 언론들이 돈키호테식 패거리 조장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진실을 호도하는데 그치지 않고 허위사실을 진실로 둔갑시키는 보도를 서슴지 않았다. 돈키호테에게 유리한 일이라면 없는 사실도 만들어냈다.

돈키호테가 시장에 입후보한 목적이 권력의 칼을 멋대로 실컷 휘둘러보기 위함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언론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그들의 행태가 겹치면서 시민들에게 절망감을 안겨줬다. 전횡과 행동대, 나팔수 혹은 이중대가 거대한 먹구름이 되어 도시를 뒤덮었기 때문이다.

간신배와 모리배들의 생존에 최적의 환경인 돈키호테를 목도하면서 공존 관계를 유지하는 숙주형 인간과 기생형 인간들의 이야기가 한동안 세간의 화제 축을 이뤘다. 나름 유의미했다. 기생자는 숙주를 떠나 살 수가 없지만, 숙주는 기생자가 없을 때 더 나은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데, '왜 기생자들을 붙여서 위태해지는가' 라는 지점에서.

"숙주에게 여러모로 쓸모가 있는 기생자. 숙주가 미처 손쓰지 못하는 사소한 위험들을 제거하며, 주변 환경을 정화하는 기능 발휘자. 더 나아가서는 숙주가 공개적으로 할 수 없는 일을 대신 수행하여 숙주의 지위를 공고히 하는 존재" 정도가 기생자를 존속시키려고 하는 숙주의 시선일 것이다.

기생자는 어쩌면 그런 숙주의 머리 꼭대기에 있다. 숙주가 주변에 대한 불만을 푸념처럼 흘려도 숙주가 원하는 바를 잘 포착하여 숙주의 마음에 쏙 들게 잘 처리하는 재간을 발휘한다. 우리는 돈키호테 주변에서 그런 사실을 부단히 체감했었다. 이런 기생자가 숙주에게 얼마나 유용한가.

하지만 숙주는 대개 기생자의 위험성을 알지 못한다. 끊임없이 상처나 예민한 곳을 핥아주니 그 열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숙주의 뜻이 삶의 목적인 양 하니 더없이 든든하고 기분이 좋다. 숙주가 아무 때나 징징거리고, 갈수록 인내심이 취약해지며 교만해지는 이유다.

숙주에 반하는 의견은 무조건 적대시하며 대신 싸워주는 것을 의리의 제1 덕목으로 삼으니, 기생형 인간은 중첩된 그 쟁투의 길 위에서 호가호위하며 숙주와의 종속관계를 지우고 결국에는 물아일체를 이루게 된다. 더 이상 숙주의 뜻을 살피지도 않게 되는 것이다.

그러함에도 숙주형 인간은 정치적·사회적 지위를 완전히 상실하는 순간에도 기생형 인간이 자신에게 끼친 해악을 잘 모른다. 기생형 인간은 시나브로 스며들며 숙주형 인간은 그를 받아들이는 스펀지와 같기 때문이다.

굳이 어느 쪽이 더 악덕한지를 가려야 한다면 숙주형 인간이 지목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기생형 인간의 서식환경이니까.

정헌율 시장은 취임 직후부터, 때 되면 승진시켜주는 연공서열 우대 인사 정책에 대한 반대의사를 자주 표명했다. 승진이란 일을 열심히 잘 한 대가여야 한다는 게 정 시장의 생각이고, 그것이 철밥통 조직의 복지부동을 퇴출시켜 공직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는 집도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익산시 공무원들이 바짝 긴장했다면 정 시장의 바람대로 된 것이다. 업무실적을 중시하는 인사시스템을 거듭 강조한 것은 개혁의 칼을 태양 아래서 높이 치켜듦과 같았기에. 하지만 정 시장은 경고 메시지의 역기능을 예상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전임 익산시장들은 발탁 인사를 하지 않았느냐는 반문이 그 중심에 있었다. 공식적으로 혹은 표면적으론 저절로 승진한 공무원들은 그동안 하나도 없었다는 걸 알고 있기나 하냐는 볼멘 목소리도 섞였다. 파죽지세의 인사 전횡으로 조직의 패가 갈리고, 갈등과 반목이 일상화 된 시절들을 들어는 보았는지 모르겠다는 정서가 저변을 이뤘다.

그러나 정 시장의 굳은 의지는 국과장들에 국한했던 성과평가제를 6급 이하까지 확대 시행하는 인사정책 도입으로 구체화됐다. 공무의 특성상 단순한 민원업무가 태반이어서 그 평가의 척도라는 게 나올 수 없는데도 수천만원의 비용을 들여 용역을 발주했다.

세금징수나 산단 분양처럼 실적이 뚜렷한 업무가 있는 반면, 도로개설이나 공공시설 신축 같은 실적 환산이 불가능한 업무도 있다. 게다가 실적지상주의가 양산할 부작용도 많다. 각종 단속 실적이 그 대표적인 예다. 공무원들의 과도한 단속 경쟁은 시민들의 삶을 직접적으로 위협해 불만 민원이 속출할 것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얼마나 더 일탈하는 인사전횡을 휘두르고 싶은 것이냐는 질문의 배경이기도 하다. 성과평가제 도입이라는 것은 사실, 인사권자의 횡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며, 그 부작용의 책임을 평가단계의 간부들과 평가부서에 분산시키려는 저의의 산물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런 시선은 민선 4기에 생겨났다. 성과평가를 바탕에 깐 '팀제'를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밀어붙였으나, 결국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그 후유증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 시장은 연일 성과주의 인사를 강조하고 있다. 이제는 진저리가 날 정도다. 임박한 민선 6.5기 첫 정기인사를 앞두고 민선 6기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이유다.

게다가 정 시장의 행보에 발맞추듯 체제 안착을 위해 정치공무원 세력을 척결해야 한다며, 4.13총선에서 불법선거운동을 한 주체로 특정 학맥과 부서를 겨냥하는 보도가 최근에 나왔다. 마치 시장과 독대한 듯 누가 서기관 승진에 유력하고 누가 요직에 안착할 것이라는 별도의 인사예고 보도도 연이어 나왔다.

얼토당토않은 획책이다. 숙주와 기생자의 해악 문제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오늘이다.

둘 사이에 내통이 있었다면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기생자가 소설을 써서 외곽을 때린 것이라면, 정 시장은 이 문제를 반드시 바로잡고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기생자는 이미 익산시 공직사회 한복판의 모리배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승진 대상자들에게 자신이 낸 성과를 적어내게 해놓고 그것을 인사의 지표로 삼겠다고 하면서 그걸 매일 읽고 있다는 정 시장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주관적 판단으로 선택하게 될 그런 황당무계한 짓을 왜 하는가.

무슨 뜻으로 전임시장들이 인사를 앞두고 항용 했던 단골메뉴인 "인사 청탁에 대해선 반드시 불이익을 주겠다"는 말을 새삼스럽게 자꾸 들먹이는가. 특히 "성과를 내는 직원에게는 합당한 인사를 하겠다"는 말을 적당히 하지 않고 누차 강조하는데, 그러면 전임 시장들은 성과를 내지 못한 직원들을 죄다 승진시켰단 말인가.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는데, 혹시 관직을 뒤에서 팔겠다는 뜻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