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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5호 정헌율식, 반성도 사과도 없는 책임전가 행정Ⅰ

편집국장 공인배

'자위권 발동'에 따른 폐석산사설매립장 불허는 법보다 가까이서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수 있었다.

정헌율 시장은 고위직 공무원출신이기에 부적격한 공무원들의 안위가 먼저이고, 시민들의 생명은 뒷전이라는 말인가.

맹독성 발암물질 매립사건을 대하는 익산시의 태도가 수상하다. 수년 동안 눈 뜬 봉사처럼 수도권의 불법폐기물 반입을 방치해 온 과실을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구멍 뚫린 환경부의 지정폐기물 전산시스템을 성토하며 책임을 전가했다.

치명적 유해물질인 지정폐기물 관리는 환경부에서 하고 있는데, 그 전산관리장치인 올바로시스템에 배출업자가 조작한 허위자료가 입력돼 일반폐기물로 둔갑한 지정폐기물이 배출되고 운송되어 낭산지역의 한 폐석산에 매립됐다는 주장이다.

익산시는 지금, 환경부의 허술한 지정폐기물관리체계 때문에 익산지역이 무방비 상태로 독극물 대란에 빠져들었다고, 환경부를 향해 꽥꽥 소리를 지르며, 시민들의 주의를 돌리는 유아적 행태를 천연덕스럽게 보이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에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는 익산시에는 일말의 책임도 없어 보인다. 되레, 환경부가 올바로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을 경우 익산시는 타 지역의 어떤 독극물이든지 모조리 반입해서 익산의 산야에 매립하겠다는 결기가 가득하다.

지금 익산시 공무원들의 꼴이란 덤불속에 얼굴을 가리고 위기를 모면하려는 꿩과 흡사하다. 그들은 익산시가 자칫하면 전국의 쓰레기장으로 전락할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익산시는 근년까지 석재산업의 융성기를 지나왔다. 매장량이나 원석의 질적인 면에서 국내 최고를 자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용을 자랑하던 석산들은 채굴이 끝나자 깎아지른 절벽 아래 엄청난 구덩이를 만들어 낸 채 흉물로 변했다.

하지만 석산개발업자들은 법이 요구하는 대로 석산을 복구하지 않고, 막대한 복구비를 지불하지 않으면서 폐석산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안에 골몰했다. 원석을 캐어 얻은 수익보다 큰 노다지를 향해 그들이 불나방들처럼 모여들었던 이유다.

그들의 탐욕은 끊임없이 편법을 동원하고 익산시는 그 위법을 규명하는 숨바꼭질이 계속되었다. 석산업자들은 어느 날 갑자기 환경업자가 되어 익산시를 상대로 그럴싸하게 법리논쟁을 벌였고, 폐석산에는 자꾸만 폐기물이 묻혔다. 어떻게 해서든 석산관리법에서 정하는 양질토 복구 의무를 모면하려 했다.

익산시 공무원들은 이 과정에서 폐석산업자들이 얼마나 익산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들인지를 잘 알게 되었다. 그 방법들이 얼마나 다양하고 치밀한지, 그들이 얼마나 악덕한지를 목도해 왔다.

익산시는 '폐석산 사설 폐기물매립장' 인허가 과정에서 그 절정을 맞이했다. 여러 업자들이 업권경쟁에 뛰어들면서 주민들의 동의서를 돈을 주고 사는 등 파열음이 그치지 않았다. 폐석산을 둘러싼 업자와 주민들간 암투는 물론 폐석산 주변 동네 사람들끼리의 갈등과 반목이 극에 달했다.

특히, 여러 곳의 폐석산업자들과 외지 환경업자들이 그 인허가 경쟁에 뛰어들면서 익산 땅이 전국의 쓰레기장화 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당시 익산시장이 폐석산사설매립장 인허가 계획을 철회하고 재임 중에는 익산지역 폐석산 관련 매립장허가를 전면 불허하겠다고 천명하게 된 배경이다.

그러한 익산시장의 천명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법에 정한 조건을 갖추면 허가를 내줘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천명이 '자위권 발동 차원'에서 공표되었을 때 법보다 가까이에서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수 있었다.

매립장 인허가 과정은 복잡하거니와 얼마든지 공공의 이익을 우선 할 수 있도록 장치되어 있다. 그 후 매립장사업계획서들은 첨단의 완벽한 시설을 갖추었더라도 반려되었으며, 사업을 불허한 익산시는 행정재판에서 완패한 경우에도 폐석산사설매립장 허가를 끝내 내주지 않았다.

그런데 익산시 공무원들이 이 자위권 발동에 준하는 행정행위를 준수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직무유기가 명백하다. 기존 폐석산매립장들에 연장허가를 내줘서는 안됐으며, 불가피한 이유가 있어 허가를 연장해줬더라도 현장을 적극적인 방법으로 단속했어야 했다.

주기적으로 시료를 채취해서 어떤 폐기물들이 폐석산에 묻히고 있는가를 점검했어야 맞다. 환경부가 현장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장관리 책임은 자치단체에 있다. 익산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총책임자는 익산시장이다. 자위권 발동은 다름아닌 자치단체장의 재량행위다.

익산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은 환경부가 지켜주나

따라서 "우리는 법적으로 할 일이 없었다"고 말하는 공무원들은 스스로 공직을 떠나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그런 썩어빠진 공무원들이 써준 대로 '환경부 책임론'을 그대로 읽은 정헌율 익산시장은 그 자질을 의심받아 마땅하다.

더구나 해당 폐석산 주변 주민들은 수년째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그 어간인 2년 전에 이미 익산시 담당공무원들은 해당 매립장의 폐기물에 맹독성 1급 발암물질인 비소가 함유되어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해당 폐석산매립장의 침출수로 중심천 물고기들이 집단 폐사한 직후 였다.

주민들이 침출수가 무단 방류될 때마다 익산시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익산시가 계속 묵살하자, 이현숙 전라북도의원을 통해 해당 업체 폐기물의 시료 분석을 전북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한 결과 비소가 섞여있는 것이 확인됐다. 익산시 공무원들은 당시의 시료 채취 현장에 입회했었다.

뿐만 아니라, 해당 사업장의 웅덩이 물에서 법정 기준치 이상의 비소가 검출되어 익산시가 직접 행정처분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익산시는 같은 해 3월 폐기물관리법 위반으로, 10월에는 건설폐기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각각 5백만원씩 과태료를 부과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북보건환경연구원은 지난해에 폐기물관리법상의 관할지역 사업장 주변의 토양실태 조사를 벌였는데, 문제의 폐석산매립장 주변 토양에서도 비소가 검출됐다. 전북보건환경연구원은 그 조사 결과를 익산시에 통보했다.

그러나 익산시 공무원들은 그와 같은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발뺌하고 있다. 치명적인 폐기물이 더 이상 반입되지 못하도록 막지 않은 직무유기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폐석산 매립장 관리체계의 구멍 정도가 아니라, 익산시 담당공무원들과 업자들간 유착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자위권 발동'을 '자해권 발동'으로 오해한 지적 수준이 아니고서야 그밖에 달리 생각해 볼 수 있는게 없다.

불법을 눈감아주고 얼마를 받았느냐 보다는, 당장 공무원이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의무를 유기한 책임이 더 중요하다. 특히, 자기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익산시 공무원들과 익산시장은 시민들에게 더 없는 절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반성하지 않고 사과하지 않는 그들에게는 기대할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순간을 모면하려는 자기합리화에 매몰되면, 떳떳하게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제약하기에 그렇다. 거짓말의 속성이란 들키지 않기 위해 계속 거짓말을 재생산하는 것이지 않던가.

무엇을 감추려는 자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할 경우 자백이 된다고 생각하면 또는 자신의 비리행위가 노출된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그 일을 할 수 있겠는가.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익산시장이 문제의 폐석산에 매립된 폐기물을 원상 복구하고자 한다면, 또 누수 없는 폐석산 관리체계를 확립하고자 한다면 지금의 지휘라인을 전부 교체해야 한다.

정헌율 시장이, 당면한 일을 핑계로 관련 공무원들의 처벌을 미루는 것은 부적절하고 부적격한 공무원들을 옹호하는 것이며, 당면한 일을 잘 처리할 생각이 없다고 천명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아무래도 고위직 공무원 출신 시장은 공무원들의 안위가 먼저이고,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뒷전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