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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의식한 나머지 떼쓰기로 전락

▲ 1년치 예산 선거 치른 상반기에 소진하고 추경 밀어 넣기 시도

노인회 분회장 활동비, 계획이나 보고 전혀없이 막무가내 편성

집행부, 예산 타당성 묻는 질문에 “양해해 달라” 말만 되풀이

표를 의식한 선심성 예산 편성이 도를 넘어 의회를 경시하는 떼쓰기 수준으로 전락했다.

1년치 예산을 선거 때 몽땅 써버리고 추경에 밀어 넣기 식으로 재편성하거나, 효과성이 불분명한 교육 예산을 끼워 넣고 한번 편성되면 지속적으로 편성되는 경직성 보조금을 아무런 계획이나 검토 없이 편성하려 한 것이다.

지난 8월 27일 복지환경국 경로장애인과 2차 추경안 심의에서는 떼쓰기 수준의 예산 편성에 대한 익산시의회의 질타가 빗발쳤다.

문제가 된 예산은 민간경상사업보조 중 노인전문교육원 지도자 교육 1,230만원과 대한노인회 분회장 활동비 1,740만원, 그리고 경로당 여가프로그램 지원 6,000만원.

노인전문교육원 지도자 교육은 무주에 있는 연수원에서 노인 123명을 대상으로 2회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차량이나 식비는 별도 책정되고 순수 교육비(강사료)만 2회에 500만원(회당 250만원)인데, 그 효과성이 불분명할뿐더러 대상수요 파악도 정확치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대한노인회 측의 요구에 따라 올해 본예산안에 계상됐지만, 심의 끝에 삭감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추경에 다시 올라왔다.

대한노인회 분회장 활동비는 29개 읍면동 분회장을 대상으로 1인당 매월 15만원씩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회장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는지 계획서 제출이나 보고된 바 없이 예산이 편성됐고, 민간단체 보조금 중 분회장 단위까지 활동비를 지원하는 경우는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이 예산은 불과 한 달 전 1차 추경 당시 불요불급하다는 이유로 삭감된 바 있으며, 한번 편성되면 앞으로 지속적으로 편성되는 경직성 보조금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경로당 여가프로그램 지원은 본예산에 1년분 예산 1억2,000만원이 편성됐지만, 상반기에 전부 소진해 버려 하반기에 필요한 강사 인건비 및 운영비를 더 세워달라는 것이다. 높은 만족도로 인해 수요가 급증했다는 것이 집행부의 설명이지만, 이는 연간 계획의 부실을 자인하는 것이다. 특히 상반기에 지방선거가 있었기 때문에 선심성 과다집행 의혹을 낳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 임형택 의원은 “지도자 교육 강사료가 250만원씩 2회 500만원인데 산출근거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고, 분회장 활동비는 29명에게 매달 15만원씩 앞으로 계속 주겠다는 것인지, 어떤 활동을 하기 때문에 지급하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질의했다.

윤영숙 의원은 “분회장 활동비는 불과 1달 전 1차 추경 때 욕먹어가면서 분명히 삭감한 것”이라며 “저희도 표로 선출되는 의원들이고 경로당 가면 욕먹는다. 어디 가셔서 의원들이 삭감했다 하시지 않느냐. 한 달에 15만원씩 올해 남은 4개월 주고 나면 추경으로 끝나는 것 아니지 않느냐. 매년 주겠다는 것 아니냐. 기획예산과 핑계대지 말고 반드시 필요한 예산이라면 계획을 철저히 세워 본예산에 세워야 맞다. 왜 항상 추경에 밀어 넣기 하는지 모르겠다”고 질타했다.

박철원 위원장도 “분회장 활동비는 핸드폰 요금 지원한다는 것인데 집행부가 설명이라도 잘 해야지, 지금 상황이라면 오후에 축조에서 삭감되고 그럼 내일 예결위 가서 그때 가서야 설명하느라 바쁘다”면서 집행부의 안이한 행태를 지적했다.

경로당 여가프로그램 예산에 대해서는 “1년 쓰라고 세워줬는데 상반기에 다 써버리고, 더구나 상반기에는 선거가 있었기 때문에 선심성으로 썼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면서 “노인분들을 위한 좋은 예산인 것은 알지만, 1달도 안 돼 추경에 다시 올리는 것이 아니라 본예산에 세워야 맞다”고 꼬집었다.

김수연 의원은 “지도자 교육을 전주하고 군산에서 한다는 것이 예산편성의 근거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담당 과에서 더 잘 아실 것으로 안다”면서 “분회장의 원활한 활동을 위한다는 취지인데, 분회장 활동에 대한 계획서나 보고조차 없다”고 질타했다.

또 “여가프로그램은 속내가 뻔하다. 선거 때 쓰고 선거 끝나고 얘기 계속 나오니까 예산 세워서 채워주려 한다는 거 모르는 사람 여기 없다”면서 “지난 4년 봐왔는데 이런 행태가 개선이 되는 게 아니라 갈수록 정도가 심해지는 것 같다. 이럴수록 정말 필요한 예산, 청소년·보육·장애인 예산 등을 깎아서 여기다 넣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처럼 불요불급 또는 선심성 지적을 받는 예산에 대해 집행부는 납득할 만한 답변을 전혀 내놓지 못했다. 그러면서 “지역 노인들의 여가생활 등을 위해 의원님들이 양해해 달라”는 부탁만을 연신 되풀이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