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출수 그대로 흘러나가 저수지로.. “소 잃고 외양간 고쳐” 분통

정 시장, 현장 방문 “침출수 방지 대책 및 진료 기회 확대” 지시

집단 암 발병 사태로 환경부 역학조사가 벌어지고 있는 함라면 장점마을 주민들이 또다시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장맛비와 태풍의 영향으로 폐쇄된 비료공장에서 침출수 유출이 우려되고 있는데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헌율 시장은 2일 취임식을 취소하고 장점마을에 방문해 침출수 유출 방지 대책 및 주민 진료기회 확대를 약속했지만 이미 비가 쏟아진 뒤여서 뒤늦은 대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집단 암 투병과 함께 원인 모를 피부병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장점마을 주민들은 장마철이 되면서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발암 유발 원인으로 지목된 마을 인근의 유기질 비료공장에서 시커먼 침출수가 그대로 흘러나올 것이 빤하기 때문이다.

현재 비료공장은 폐쇄된 상태로 매각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공장 내부에는 비료를 만들던 상태 그대로 원재료들과 완성품들이 그대로 쌓여 있는 상황이다. 공장 가동이 중단된 것뿐이지 발암물질 유출에 대한 위험요소는 그대로 상존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위험요소에 대한 유출방지 대책은 없고 방치되고 있다 보니 불안은 온전히 주민들의 몫이 되고 있다. 더구나 장마철이 다가오면서 침출수 유출에 대한 걱정은 커졌으나 익산시는 대책마련에 손을 놓은 채 역학조사 결과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장대비가 쏟아지던 지난 2일 공장의 상황은 심각했다. 공장 내부는 방금 전까지 작업 중이었던 것처럼 재료들이 그대로 널려 있으며 지붕 파손이 심각해 빗물이 공장 내부로 쏟아져 들어왔다.

이미 공장 바닥은 시커먼 침출수로 흥건하게 고여 있고 시커먼 물이 외부로 흘러나가고 있었다. 공장 외부 야적장에도 이미 생산된 비료포대들이 그대로 노출돼 있어 언제든 빗물에 씻겨나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산 중턱에 들어서 있는 공장에서 흘러나간 물은 수로를 타고 마을 저수지로 흘러들어가고 있는데 거품이 일고 있을 정도로 침출수 유출은 심각했다. 비가 내리기 전에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민들의 걱정은 사실이었다.

앞선 조사에서 마을 지하수와 저수지 등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된 바 있어서 추가 피해 우려가 높은 부분이다.

주민대책위 최재철 위원장은 “그 전에도 비만 오면 시커먼 물이 공장에서 흘러나와 농지나 저수지로 들어가곤 했다”며 “사람들이 죽어나가는데도 여태 이런 대책조차 세워놓지 못하고 있는 행정에 분통이 터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취임식을 취소하고 공장 현장에 방문한 정 시장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그와 관련된 대책마련을 주문했다. 공장 침출수의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한 방지턱 설치와 고인 침출수의 폐기처리 등을 관련 부서에 지시했다.

그러나 무너져 내린 지붕을 그대로 두는 이상 비가 내릴 때마다 침출수 발생 우려는 그대로여서 불안은 여전한 상황이다. 야외에 야적된 비료의 처리 문제도 마땅한 대책이 없다. 익산시도 현재 진행 중인 매각절차가 속히 끝나고 새 주인이 공장의 위험물질들을 처리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이에 주민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암투병과 피부병으로 고통 속에 살면서도 치료 지원 대책도 전무한 상황이다. 그러는 동안 장점마을의 사망자는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다.

정헌율 시장은 “보건소나 보건지소 순회 진료팀이 자주 방문해 진료를 볼 수 있도록 확대하겠다”며 “현 공장이 매각되면 유해물질 배출사업소가 들어설 수 없도록 조치할 계획이며 역학조사 결과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