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현장·도주경로 등 점검하며 상황 재구성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된 피고인이 참여한 현장검증이 지난달 27일 이뤄졌다. 17년 만에 진실이 밝혀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000년에 발생한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된 A씨의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전주지법 군산지원 제1형사부(이기선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영등동 약촌오거리 일대에서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형사사건에서 재판부가 직접 현장검증을 실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날 현장검증에는 구속 기소된 A씨와 변호인, 검찰도 함께 참여했다. 피고인 A씨는 현장에 왔으나 호송차량에서 잠시 내린 뒤 줄곧 차량에 머물렀다.

1시간가량 진행된 현장검증을 통해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언급된 장소를 직접 방문했고, A씨의 범행 전후 동선을 따라 이동하면서 곳곳을 꼼꼼히 살폈다.

특히 최초 살해현장부터 도주 경로로 추정되는 인근 공원, 공중전화 박스, 도로 등을 돌며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다.

이날 현장에서 재판부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피고인 공개는 물론 아무 말을 해 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고, 변호인 측은 “강도살인 혐의 기소는 검찰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한편 A씨는 2000년 8월 10일 오전 2시께 약촌오거리에서 택시 뒷좌석에 타 금품을 빼앗는 과정에서 택시기사(당시 42세)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미 10년의 복역을 마친 B씨가 재심을 통해 억울한 누명을 벗은 이후 A씨를 진범으로 지목하며 구속 기소했으며, A씨에 대한 공판은 현재까지 6차례 이뤄졌고 1심 선고공판은 5월 11일 열릴 예정이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