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 홍보예산 운용 원칙과 기준을 정하고 있는 언론조례를 지역언론 현실에 맞게 개정하고 집행부가 조례의 취지에 맞게 운용을 해야 한다는 전문가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3일 익산시의회 임형택 의원이 익산참여연대, 호남언론학회,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과 공동으로 마련한 ‘익산 홍보예산 운용평가 및 개선을 위한 긴급간담회’에서 각 패널들은 공히 홍보예산 운용실태가 조례의 취지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지역언론 현실을 반영한 조례 개정 및 집행부의 실효성 있는 운용 필요성을 강조했다.

익산시는 2016년 1월 ‘익산시 언론관련 예산 운용에 관한 조례(이하 언론조례)’ 제정 이후 홍보예산을 홍보담당관에 총괄 편성해 집행하고 있다. 이전까지의 홍보예산 편성·집행이 각 부서에서 꼼수 형태로 이뤄지면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하지만 현재 운용 모습은, 원칙과 기준에 따라 집행함으로써 지역언론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역공동체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한다는 당초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17년 일부 시의원과 지역언론간 분쟁이 벌어지면서 감정적으로 운용제한 규정이 강화된 점은 언론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해 조례가 언론을 길들이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낳았고, 집행의 투명성·공정성 확보를 위한 조례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단체장의 의중에 따라 집행이 좌우되는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임형택 의원은 언론조례 시행 5년째임에도 그동안 제대로 된 평가가 없었다는 점을 짚으며 심의위원회 구성 필요성을 강조했다. 원칙과 기준이 제대로 마련돼 지켜지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외에도 과도한 운용제한을 완화하는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상민 익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익산시 홍보예산이 갈수록 늘고 있는데 반해 지역언론 환경이 크게 개선됐는지 확인이 어렵다는 점, 홍보예산 증가에 대해 지역사회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 투명·공정 집행과 관련해 집행부의 신뢰도가 높지 않다는 점, 언론에 대한 신뢰도를 객관화하기 어렵다는 점, 홍보예산 정보공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 등을 지적했다.

또 운용제한과 관련해 누구의 눈높이에서 어떤 공론화 과정을 거쳐 합리적으로 규정이 만들어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러한 부분이 이해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지역언론이나 집행권이 있는 익산시가 아니라 별도의 심의위원회 구성을 통해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황재경 익산시청 출입기자단 간사는 최소한의 환경이 갖춰지지 않으면 지역언론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언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다는 부분은 인정하면서도, 익산시의 언론조례가 당초 취지와는 달리 지원이 아닌 제한을 위한 조례가 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손주화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지자체장이 우호적인 여론을 만들기 위해서 자의적으로 골라서 홍보비를 지급하는 행태, 홍보비 없이는 운영이 어려운 지역언론의 현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행정이나 언론에 대한 불신 등 홍보예산을 둘러싼 문제들을 야기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익산시의 경우 세부 집행내역 공개에 보수적이라는 점, 증액 이유가 의문시된다는 점, 인터넷 매체에 대한 기준이나 자체 생산 기사 비율이 정확히 체크되고 있는지 확인이 어렵다는 점, ABC협회의 유가부수와 집행액이 비례하지 않고 들쑥날쑥하다는 점 등을 문제 삼으며 세부 시행규칙 마련과 심의위원회 같은 논의기구 구성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만제 원광대학교 언론·행정학부 교수는 먼저 익산지역의 언론환경이 매우 열악해 홍보비 지원이나 법적 지원 없이 제대로 된 지역언론 기능을 수행하고 시장적으로 기능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전제했다.

또 건전한 지역언론 바탕 조성, 정치적 영향력에 의해 좌우되는 언론 방지 등을 위해 언론조례가 나름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는 조례의 목적 명확화와 홍보예산 구체화, 심의위원회 설치시 구속력 확보, 집행대상에 있어 지역언론과 중앙언론의 구분 및 등급제 도입 등을 제안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