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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산에서 만난 보살


윤약국약사

윤복순

내장산은 익산에서 가까워 맘만 먹으면 언제든 갈 수 있다. 교통편도 좋아 정읍 역에서 큰 길만 건너면 시내버스가 30분 간격으로 다닌다. 내장산 단풍이 최고의 절정을 이룬다는 11월 둘째 일요일. 다른 해는 사람들 때문에 단풍철은 피했는데 올해는 그 보살이 보고 싶어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 인파가 그리 많지 않기를 기대하며.

내장산은 코스가 많다. 여러 번 갔지만 매번 코스를 달리하는 재미도 있다. 지난여름 내장사에 들러 처음으로 원적암에 올랐다. 벽련암으로 가는 길에서 반대 방향이라 스쳐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그곳은 아주 허름한 암자다. 시골의 빈집 같다. 겨우 한 사람이나 들어가 절을 할 만 한 방에 부처님을 모셔 놓았다.

좁은 마당을 돌아가니 작은 관세음보살이 세워져 있다. 얼굴은 선명한데 아래 부분은 옷이 없다. 금박이 벗겨졌는지 위부터 칠해 오다 모자라 바르지 못했는지 시멘트 회색이 그대로다. 야외에 있는 관세음보살은 대부분 크고 웅장하고 멋진 화강암이거나 황금 옷을 입고 있다. 법당안의 부처님도 대부분 금 옷을 입고 특별히 어떤 부처님은 석불이거나 철불인 경우도 보았다. 어째든 이런 초라한 부처님은 처음이어서 발이 딱 멈추어졌다.

아무리 암자가 작고 쇠락해간다지만 어찌 부처님을 하의실종 상태로 둘까. 마음이 편치 않아 한참을 그 앞에 서 있었다. 가뜩이나 내장사 대웅전도 2021년 3월 술 취한 스님이 불을 질러 다 소실되어 콘테이너 박스를 놓고 대법당이란 푯말을 붙였다. 이런 대웅전도 처음이어서 불자도 아닌데 속이 상했다. 방화라서 화재보험금도 못 받는다고 한다.

2012년에도 대웅전에 불이 났다. 전기 때문이었고 그때는 문화재청에서 20억 원의 보조를 받았고 정읍시와 내장사에서 각각 5억 원씩 보태 2015년 재건된 대웅전이다. 3년이 다 되어 가는데 첫 삽도 못 뜨고 있어 마음이 무거웠는데 원적암의 관세음보살 까지 이러니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집에 돌아와 여기저기 자료를 찾아봤지만 특별히 옷을 입히지 않은 이유를 찾지 못했다. 개금불사를 하다 돈이 모자라 중단됐다고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다. 3분의 1 정도만 남아서 작은 부처님이니 어느 독지가를 만나면 곧 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가져보다, 대웅전도 못 짓고 있는데 작은 암자의 관세음보살의 옷이 더 중요할까, 내 살림도 못하면서 마음만 복잡했다.

종교가 너무 돈이 많아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 지나치게 큰 사찰이나 교회나 성당은 왠지 위화감이 든다. 크고 금빛 찬란한 부처님께 거부감이 들며 간절한 마음의 기도가 나오지 않는다. 산에 갔다가 그 산에 딸린 조그만 사찰을 만나면 종교가 없는 나도 차분해지고 머리가 숙여지고 나도 모르게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서원의 말이 나와진다. 내가 너무 작고 소시민이라서 나와 비슷해야 내 사정을 알아 줄 것 같아서 인 것 같다. 과부가 홀아비 심정 안다고.

그 암자의 스님을 그려 보았다. 밥도 겨우 한 끼만 먹고 수도정진만 할 것 같다. 언변이 좋다면, 백이 든든한 큰 스님을 한 분이라도 안다면, 누구의 힘을 동원해서라도 그 작은 관세음보살 옷 한 벌 못 해 드렸을까. 고직식한 스님과 손 하나 타지 않고 맑은 처녀처럼 세파에 물들지 않은 순수 그 자체의 관세음보살, 하나쯤은 이런 빈한한 모습도 좋다고 마음을 바꿔 보았다.

그 보살이 금 옷을 입었을까 마음이 쓰였다. 많은 인파가 모일 것을 예상하면서도 내장산을 찾은 이유다. 이 코스 저 코스 생각할 것 없이 원적암을 올랐다. 그 사이 금 옷 입었기를 기대하면서.

어느 산악회 회원들인지 그 좁은 마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떠들썩하다. 비키고 비켜 마당을 돌아가니 보살은 여름 모습 그대로이다. 겨울은 닥치고 이리 아랫도리를 내놓고 있어도 될까. 가뜩이나 추운 날이 더 춥게 느껴졌다. 관세음보살은 절 마당에서 시끄럽게 떠들든, 술을 먹든, 옷을 못 얻어 입었든, 겨울이 닥치든, 변함없이 인자한 미소로 웃고 있다.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에는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모인다. 가우디라는 걸쭉한 건축가의 작품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미완성 작품이라는 것, 성도들의 헌금으로만 조금씩 완성해 간다는 것도 유명세에 한 몫을 한다. 오래 전 그곳에 갔을 때 외관은 물론 내부도 숨이 딱 멎을 만큼 웅장하고 멋져 몸이 한 동안 움직여지지 않았었다. 그 만큼 사람도 많았다.

이 관세음보살은 어느 사찰의 관세음보살 보다 초라하고 암자는 산 중턱에 쓸쓸하게 있고 유명하지도 않은 암자의 모퉁이 구석진 곳에 있으니 누구에게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어느 세월에 불자들의 돈이 불전함에 모여질까. 금 옷을 입을 수 있는 날이 오기는 할까. 성가족 성당은 2026년 완공을 한다는데 이 보살은 언제쯤 옷을 입을 수 있을까.

관세음보살은 세상의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당신을 부른 자의 고통을 해결해 준다. 왠지 이 보살은 약자의 가난한 자의 절박한 자의 부름을 먼저 해결해 줄 것 같다. 세상의 어느 것에도 오염되지 않은 본연의 본 마음 본심 그대로.

보살님이 나를 걱정해 주는 게 아니라 내가 보살을 걱정했다. 오지랖도 이만하면 태평양이다. 외관이 뭐 그리 중요할까. 모든 부처님이 번쩍번쩍 황금빛으로 빛나는 판에 해어진 옷 좀 입었다고 관세음보살이 아닐까.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고 내가 지금까지 속보다는 겉에 치중하고 살았는가 보다. 부처님 옷에 이리 마음이 쓰이는 것을 보면. 이 보살님이 옷을 입었는가 보러 내장산에 자주 가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허황되고 욕심 부려질 때 보살님의 청빈을 배우러 가야겠다.


23-12-03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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