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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가 가르키는 고사산책 -기호지세

 

남북관계가 갈수록 경색되고 있다. 북은 미사일과 군사정찰위성을 쏘아대고 있고, 남은 북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보복조처를 취하고 있다.

지난 4월 7일 이후 직통 연락선마저 끊겨 위기관리수단이 사라진 남과 북의 반목은, 말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던 기존의 충돌과는 양상이 다른 국면을 강하게 예고한다.

최근에는 북의 3차 군사정찰위성 발사가 감행됐고, 남은 9.19 남북 군사분야 합의 1조 3항(군사분계선 일대 공중정찰 금지)의 효력을 정지하는 조처를 단행했다.

남부관계와 한반도 평화의 '안전피'으로 불린 9.19 군사합의가 5년만에 사실상 작동 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남북은 군사충돌을 피할 퇴로를 잃어버린 것 아니냐는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국가항공우주기술 총국은 21일 42분 28초에 평북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신형위성운반로케트 '천리마-1형'에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해, 뒈도에 정확히 진입시켰다"고 지난 22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빠른 기간 안에 수개의 정찰위성을 추가 발사해 남조선지역과 공화국 무력의 작전상 관심지역에 대한 정찰능력을 계속 확보해나갈 계획을 당 중앙위 제8기 9차 전원회의에 제출하게 된다"고도 보도했다.

국방부는 "22일 오후 3시부로 9.19 군사합의 1조 1항을 요력정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하며 앞서 예고한 대로 맞대응 했다.

효력정지된 1조 1항은 군사분계선 남북으로 20km(서부지역)~40km(동부지역) 공역에 비행금지 구역을 설정하는 내용이다.

남북 모두 호랑이 등에 올라탄 위험천만한 처지가 아닐 수 없다.

기호지세(騎虎之勢)는 '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기세(氣勢)'라는 뜻으로, 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사람이 도중(途中)에서 내릴 수 없는 것처럼 도중(途中)에서 그만두거나 물러설 수 없는 형세(形勢)를 이르는 말이다.

중국 남북조(南北朝)시대에 북조의 마지막 왕국인 북주의 선제가 죽자, 양견(楊堅)이 뒷수습을 하려고 왕궁으로 들어갔다. 그는 본시 한인(漢人)으로 황제와 외척이면서 유능한 사람이어서 국사를 총괄했지만, 전부터 한인의 천하를 회복하고야 말겠다는 결심 하에 기회를 엿보고 있던 참이었다. 이 때, 남편이 대망을 품고 궁중에 들어가 일을 꾀하고 있는 사실을 안 그의 아내 독고(獨孤)는, 사람을 시켜 남편에게 '대사(大事)가 이미 벌어졌는데, 이는 마치 날랜 범에 올라탄 형세와 같습니다. 이제는 중도에서 내릴 수 없으며, 만일 중도에서 내린다면 잡아먹히고 말 것입니다. 그러니 끝까지 힘쓰십시오'가고 전한데서 비롯한 고사성어다. 양견(楊堅)은 즉위한 선제의 아들을 선위(禪位)시키고 나라를 세우니, 이것이 곧 수나라다. 그는 8년 후 남조(南朝)인 진나라를 쳐서 천하를 통일한 후 수나라의 문제(文帝)가 되었다.

騎 말탈기  虎 범호  之 갈지  勢 형세세

편집국


23-11-2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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