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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의 나라

 


김영주
익산시 사회복지협의회장
(사)삼동인터내셔널 이사장

우리나라에 이름이 참으로 거창한 절이 있다. 불국사(佛國寺)이다. 불국은 ‘부처의 나라’란 뜻일 게다.

불국사는 경주에 위치한 불교 조계종 제11교구 본사로 ‘법화경’ 경전에 나와 있는 내용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때문에, 부처님의 나라를 표현했다고 볼 수 있겠다.

「삼국유사(고려 시대 역사책)」에 따르면 불국사는 신라 경덕왕 때 김대성이 서기 751년에 세웠다고 하고, 불국사 창건에 관한 기록으로 가장 오래된 「불국사고금창기(佛國寺古今創記)」에서는 서기 528년(신라 법흥왕 15) 법흥왕의 어머니 영제부인(迎帝夫人)의 발원(發願)으로 불국사를 창건했다고 한다. 그리고 574년 진흥왕(眞興王)의 어머니인 지소부인(只召夫人)이 절을 크게 중건하면서 비로자나부처님(毘盧遮那佛)과 아미타부처님(阿彌陀佛)을 주조했고, 그 후 751년(경덕왕 10)에 당시의 재상 김대성(金大城)에 의하여 크게 중창되었다고 전한다.

특히, 무설전 내부 동쪽에는 김교각 스님의 동상이 모셔져 있다. 신라의 왕족이었던 김교각(696~794) 스님은 출가하여 당나라에 건너가 안후이성의 구화산(九華山)에서 수행하며 중생구제에 힘썼다. 794년 입적하셨는데, 3년이 지나도 생전의 모습과 변함이 없었다고 한다. 돌아가신 후 신비한 일들이 계속되자 지장보살의 후신으로 숭배되었으며, 구화산은 지장보살의 성지가 되었다.

불국사는 신라인이 그리던 불국(佛國), 이상적인 평화의 세계를 옮겨놓은 것이다. 신라의 국가 지도이념도 불국토였다. 왕 이름도 불교 냄새가 물씬 나는 법흥왕(法興王)이나 진흥왕(眞興王)으로 짓고, 왕비의 이름에도 ‘마야 부인’이 있었다. 선덕여왕의 어머니인 진평왕의 부인이 마야이다. 마야는 인도 석가모니 붓다의 어머니 이름이다.

쉽진 않다. 우리의 현실 세계를 불국으로 만드는 일 말이다. 불국은 기독교가 지향하는 하느님의 나라 천국과 같다. 복음서에서는 천국을 ‘낙원’ 또는 ‘아브라함의 품’이라고 표현하였다. 하나님의 나라는 의와 진리가 넘치는 사랑의 나라이다. 그러니 낙원이다. 원불교 개교(開敎)의 동기가 낙원 세상으로 인도하는 것이다. 그러니 불국이나 천국이나 낙원 세계를 지향하는 면에서 세 종교의 길이 같다고 볼 수 있겠다. 그래서 불국은 우리 전 인류가 갈망하는 평화가 철철 넘치는 행복한 세상이다.

과연 그런 세상이 올까?

불국사의 대웅전 앞뜰로 가면 탑이 둘 있다. 석가탑과 다보탑이다. 그 탑들을 보면 참으로 묘하다. 하나는 무척 단조롭고, 하나는 아주 화려하다. 여기서 의심이 생긴다. 왜 저런 탑을 불국사 대웅전 뜰에다 세웠을까? 붓다를 모신 대웅전은 절의 가장 핵심적인 공간인데 말이다. 그 이유가 뭘까?

인도에 가면 영축산이 있다. 우리나라 울주군과 양산에 있는 영축산보다 무척 낮은 산이다. 이곳은 붓다가 꽃을 들자 수석제자인 가섭이 빙긋이 웃었다는 염화미소(拈華微笑)의 장소이다. 붓다는 거기서 ‘법화경’을 설했다. 그러자 맞은편에서 땅을 뚫고 탑이 올라왔다고 전한다. 여기서 붓다를 석가여래, 탑을 다보여래라 부른다. 그게 석가탑과 다보탑에 얽힌 불교적 전승이다.

석가탑과 다보탑. 그들은 무엇을 의미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수수께끼이다. 그래서 불국사 대웅전 앞뜰은 그 자체가 화두이다. 설화에 힌트가 있다. 석가탑에는 아사달과 아사녀의 애달픈 사연이 깃들어 있다. 아사녀는 석가탑이 완성되면 불국사 근처의 못에 탑 그림자가 비칠 거란 말을 듣고 하염없이 남편 아사달의 탑 만드는 작업이 끝나길 기다린다. 아무리 기다려도 그림자가 비치지 않자 아사녀는 결국 못에 몸을 던지고 만다. 그래서 석가탑은 일명 ‘무영탑(無影塔)’이라 불린다. 그림자가 없는 탑이란 뜻이다.

눈치채셨나요? 석가탑은 ‘공(空)’을 의미한다. 공은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다. 그러니 그림자도 없다. 그건 깨달음(覺)의 자리이다. 그리스도교 식으로 표현하면 ‘말씀’이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 거기서 세상 만물이 창조된다. 하늘이 있으라 하니 하늘이 생기고, 땅이 있으라 하니 땅이 생긴다. 그처럼 공(空)의 자리에서 색(色)이 나오는 거다. 즉, 무(無)에서 유(有)가 나오는 거다. 그러니 공(空)은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지만, 그저 허무한 자리가 아니다. 세상 만물이 창조되는 바탕 없는 바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붓다가 법화경을 설하자 탑이 솟는 거다. 공의 자리에서 색이 튀어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고 보니 불국사에만 탑이 있는 게 아니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수시로 탑이 솟는다. 아무것도 없던 마음 땅(心地)에서 생각이 툭 나올 때 탑이 솟는 거다. 내가 던지는 말, 내가 하는 행동, 창밖의 비, 부는 바람, 피어나는 꽃도 모두 솟아나는 탑이다. 그런 탑 하나하나가 귀한 보물이다. 그래서 ‘다보(多寶)’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다보탑이고, 이 우주가 거대한 탑림(塔林)이다.

불국사 대웅전의 붓다가 설한다. “석가탑(空)과 다보탑(色), 둘을 동시에 보라. 거기에 불국이 있다.” 우리의 일상을 둘러보자. 온통 다보탑 천지이다. 그런데 석가탑은 보이질 않는다. 그림자도 보이질 않는다. 대체 석가탑은 어디에 있는 걸까? 그걸 찾아야 불국이 된다는데.

가만히 들여다보자. 다보탑 안에 석가탑이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우리의 일상에선 수시로 짜증이 올라온다. 그 짜증은 영원하지 않다. 문제가 해결되고 시간이 지나면 소리 없이 사라진다. 왜 그럴까? 짜증의 속성이 공(空)하기 때문이다.

짜증(色)이 다보탑이다. 공(空)함이 석가탑이다. 둘을 동시에 보면 짜증이 녹고 불국이 된다. 그러니 다보탑 안에 석가탑이 있고, 석가탑 안에 다보탑이 있는 거다. 그 비밀을 알 때 우리의 마음은 파도가 잠든 잔잔한 바다처럼 평화로운 부처의 나라가 된다.


23-11-19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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