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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詐欺)의 본질


김성중 범죄학박사

우리의 욕심은 끝이 없습니다. 이 세상은 우리들의 필요를 위해서는 풍요롭지만, 탐욕을 위해서는 궁핍한 곳입니다. 지나친 욕심과 결핍이 우리의 눈을 멀게도 합니다. 모자람까지 미리 걱정하는 그 마음이 모자람입니다. 그것이 욕심이고 결핍이 됩니다.

사기꾼들은 우리의 이러한 욕심과 결핍을 노립니다. 그런 까닭에 사기꾼이 마음만 먹으면 못 속일 상대가 없습니다. 여자 사기꾼의 경우, 성적 매력으로 이성을 유혹해 금품이나 정보, 조직 내 입지 등을 얻어내기 때문에 외모가 뛰어나고 드세거나 영리하게 보일 것이란 선입견이 있으나, 진짜 꽃뱀은 오히려 외모가 평범하거나 좀 모자라 보일 정도로 유순한 경우가 많습니다.

경계심을 풀게 한 뒤 뒤통수를 칩니다. 그저 당하지 않는 게 상책입니다. 사기꾼과 사기죄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사기꾼들은 자기 자신도 속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눈빛을 보면 진실이 담겨있습니다. 배역에 몰입한 배우처럼 자기 역할에 충실합니다. 그의 행동과 외모에 치중하면 도저히 알 수가 없습니다.

아울러 자기 신뢰도를 높이기 위하여 유명인이나 거물급과의 친분을 필요 이상으로 과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기꾼들은 외로움과 불안, 멋져 보이고 싶은 허영, 부자나 유력 인사와 어울리고 싶어 하는 선망 심리 등 허약한 마음을 노립니다.

둘째, 사기꾼들은 일반인에 비해 부지런하며 상대방에 대한 공감 능력이 뛰어납니다. 보호 본능, 감수성, 친화력 등 남을 조종할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어색한 첫 만남조차도 동질감을 조성하는 능력으로 경계심을 무너뜨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은 논리적인 이유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원시적인 본능을 충족하는 공감 능력 앞에서 편안하고 행복해집니다. 사기꾼들은 이러한 공감 능력에 탁월합니다.

셋째, 현실적으로 보면 사기죄의 기소율은 20% 정도에 불과합니다. 기소율은 수사 단계에서 재판 단계로 넘어가는 비율을 뜻합니다. 고소장을 작성하여 수사기관의 수사와 판사의 재판을 거쳐 징역이나 벌금형을 받게 할 수 있으나, 고소장을 작성한다고 모든 사건이 형사재판으로 넘어가는 것은 아니며 무조건 유죄판결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증거 확보가 되지 않은 것이 낮은 기소율의 이유입니다. 대표적인 금전 차용 사기의 경우, 돈 빌릴 당시 속이고 돈을 편취 하겠다는 고의를 입증해야 죄가 됩니다. 투자금 명목으로 받았다든가, 갑작스러운 재정 악화로 갚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는 변명을 한다면, 증거 없이 고의를 입증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금전 피해로 형사고소를 한 경우 회수율은 4%에 불과합니다. 1억 원을 편취당했을 경우 400만 원만 건질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이런 이유로 피해금을 돌려받는 게 목적인 경우, 형사고소는 최후의 방법이 되어야 합니다. 비록 피해금을 돌려받지 못하더라도 법적인 처벌을 해야겠다는 결심이 설 때 비로소 형사고소를 하는 게 순서입니다.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은 준비되지 않고 하는 서툰 형사고소입니다. 죗값도 치르지 못하게 하고 돈도 못 받고 무고죄로 역고소까지 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걸 포기하고 속인 자를 응징하고자 할 때의 형사고소는 침착한 증거자료의 수집이 무조건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결국, 사기의 본질은 ‘결핍과 공감 능력’입니다. 속는 자의 결핍과 속이는 자의 공감 능력이 융합된 인간행태의 결과물입니다. 사기 수법을 아무리 연구하고 알려줘도 속을 사람은 또 속는다는 게 사기의 함정입니다.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현실입니다.

비록 속이는 자만 사기죄로 처벌하고 있으나 속는 자의 책임도 간과할 수 없는 묘한 구조이기 때문에 억울한 사람이 많습니다.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습니다. 아울러 세상에는 공짜로 잃는 것이 없습니다. 욕심은 누구나 있게 마련입니다. 욕심이 끝이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지나친 욕심을 스스로 깨닫고 꿈만 같은 미래를 부추기는 섣부른 동질감과 공감을 경계할 때, 비로소 우리는 사기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23-11-12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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