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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유미와치히로


윤약국약사

윤복순

호텔 앞까지 버스가 들어올 수 없어 공영주차장까지 걸어가니 마지막에 합류하게 되었다. 한국 사람과 일본사람이 한 자리에 앉게 좌석 배려를 해 모두 지정석이다. 차에 올라갔을 때 “복순씨” 깜짝 반가하며 나와 같이 앉겠다고 부탁했고 많이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삼양라면 티셔츠를 입고 있다. 그 자체로 반가운데 얼른 생각이 나지 않았다. 2019년 일본에 갔을 때 남편과 같이 왔던, 같은 조이었던 치히로 라고 소개한다.

기억이 난다. 한국인 남편이라고,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어 한국어가 서툴다며, 떠듬떠듬 얘기했던 그 새댁이 맞다. 내 옆 옆으로 그녀의 남편이 똑같은 삼양라면 티셔츠를 입고 앉아 있다. 어떻게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단 몇 시간 같이했을 뿐인데. 내 웃음이, 언제나 웃는 모습이 좋아 남편에게도 많이 이야기 했다고 한다. 그녀의 남편도 시라카와고에 다녀온 뒤 내 얘기를 자주 해 올해도 왔으면 좋겠다고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다테야마에 가는데 2시간 가까이 버스를 탔다. 그녀가 한국어가 많이 늘었다. 나의 일본어 실력은 그때나 비슷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는 사람에게 개인학습을 받고 한국 드라마를 자주 본다고 한다. 나는 일본 방송을 보지도 않고 겨우 교과서 조금 읽는 정도이니 그들과 일본어 대화는 어림도 없다.

우리나라만 산이 많은 줄 알았는데 일본이 우리보다 많다. 산마다 삼나무가 울창해 부럽다. 일본은 50년이 되면 벌목을 하고 바로 묘목을 심는다고 한다. 우리 산은 대체로 잡목이 많고 우리 정서는 벌목을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테야마에 대해 물으니 그녀도 처음이라고 한다. 다테야마 산악열차를 타는 역에서야 다테야마가 立山임을 알았다. 일어책에서 “다테 쿠다사이” (서 주세요,) 많이 읽었다. 혼자서 웃었다. 이곳에서 케이블카를 탔다. 사람이 너무 많아 낭만이니 뭐 그런 걸 느낄 겨를이 없다.

산악열차에서 내려(비조다이라역) 고원버스 하이브리드 차로 간다. 꼬불꼬불한 길이다. 경치가 알프스와 같다고 알펜루트다. 버스 안에선 계속 안내 방송이 나오고 치히로는 바로바로 통역을 해준다. 중부국립공원으로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일본의 북알프스산이다. 버스는 구경할 만한 곳에선 천천히 간다. 그 높은 곳에 평원이 있다는 게 그것도 아주 넓은, 눈이 오래 머물렀다.

해발 2450미터까지 버스로 간다. 그곳 무로도에 호텔도 있고 온천도 있고 식당도 있다. 바람이 세게 분다. 3015미터 정상(오야마)이 한눈에 보인다. 미쿠리가호수가 요염하게 있다. 이곳은 1년 중 300일이 눈이나 비가 와서 도시락은 안 가지고 가도 우산은 챙겨가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는데 치히로 말로는 오늘이 아마도 제일 좋은 날씨일 거란다.

3시간의 여유가 있어 호수를 한 바퀴 돌기로 했다. 경관이 아름다워 어디에서 사진을 찍어도 인생샷이다. 어느 시인의 말대로 뽀얗게 살이 오른 구름과 구름이 허공에서 몸을 섞고 있다. 다테야마 정상과 하늘과 구름, 최고 극치 대박 황홀 환희 행복... 감사합니다, 막 이런 단어들이 튀어나왔다.

호수를 돌며 이 대자연을 숨 쉬는 것만으로도 얼굴에 미소가 일고 엄지손이 세워졌다. 다리에 힘이 붙고 양팔이 만세를 부르려 하고 콧노래가 나오고 몸은 춤을 추려한다. 이 바람 이 햇빛... 뼛속까지 마알간 해졌다.

내려오는 길에 보니 일정한 간격으로 큰 나무들이 세워져 있다. 겨울에 눈사태 예방용이란다. 안내책자에서 보니 도로 양 옆으로 어마어마한 높이의 설 벽이 쌓인다. “눈의 대계곡(유끼노 오오타니)”이다. 4월15일부터 6월25일까지 세계에서 관광객이 모인다고 한다. 홋카이도에선 내 허리높이까지 길옆에 눈 담이 있었는데, 이곳은 20미터 높이란다. 눈 담벼락이 쌓인 알펜루트 한 번 보고 싶다. 다테야마는 후지산 하쿠산과 더불어 일본의 3대 명산이라고 한다. 치히로의 설명으로 구경 잘 했다.

어제는 한복체험과 한국 전통음악 체험이 있었고 점심은 전주비빔밥이다. 전북의 김치 명인이 선생이다. 비빔밥 만드는 곳에 가보지 못해 늦었지만 도울 게 있을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누가 나를 꼭 껴안는다. 얼마나 반갑게 하는지 우리 팀들이 “이산가족 상봉이네.” 한다. 또 얼른 생각이 나지 않는다. “마유미예요.” 나도 안아줬다. 아니 서로 안고 빙빙 돌았다.

마유미는 2018년 전주에 왔고 처음 만났다. 아주 젊은 사람이 일찍부터 봉사활동 하는 게 보기 좋았다. 한국말도 잘해 더 친해졌다. 우리 딸과 비슷한 나이다. 2019년 일본에 가면서 손뜨개로 가방을 만들고 그녀에 대한 글을 적어 넣었다. 저를 기억해 주고 글에도 써 주고 선물까지 가져왔다고 그리 좋아했다.

코로나19가 있었고 작년에 전주에 오지 않아 잠깐 잊었다. 하쿠산(白山) 단풍이 최고로 아름다울 때 표지석 앞에서, 시라카와고의 허수아비와 같이 양팔을 벌리고 찍은 사진을 보여준다. 그해 마유미는 내 곁을 지키며 하쿠산과 시라카와고(우리나라의 민속촌 같은 곳)에서 전통가옥, 신사, 저택, 전통가게, 향토음식인 호바미소 등 설명을 해주었다. 그때는 내가 휴대폰이 없어 사진을 받지 못했다. 내가 와서 너무 좋다고 온 얼굴이 웃음바다다.

점심 먹고 윤봉길의사 추모행사에 같이 갔다. 지난주에 청소 하러 다녀갔다고 한다. 한 달에 두어 번 한단다. 고마운 마음에 손을 덥석 잡았는데 내가 눈물을 보였는가 보다. 이곳에 올 때마다 내 생각을 할 것 같다며 내 손에 힘을 실어준다. 같은 윤 씨라고 그런가 보다.

마유미와 치히로가 있어 일본여행이 풍성했다. 내년에 그녀들이 전주에 오면 어떻게 보답을 할까, 지금부터 마음이 바쁘다. 추석에 노리개 두 개를 선물 받았다. 한국적인, 수공예품인, 내 맘에도 쏙 들어 그녀들에게 주려고 곱게 포장해 두었다.


23-11-05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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