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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힘

   

하인애

                            

  인류는 탄생 이후부터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의식의 진보를 이루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그 억겁의 세월 동안 인간은 ‘만물의 영장’ 이라는 칭호를 얻으면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 가운데 최고의 권좌에 오르는 영광을 차지했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성의 덕분이었다. 다름 아닌 생각하는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어떠한 상황과 조건이 나에게 닥쳤을 때 일반적인 사고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상황과 조건에 맞는 생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인류 문명의 진화를 가능케 했던 사람들은 결코 일반적이지 않은 생각으로 그 상황과 조건을 대 반전시키는 결과를 일으켜왔다.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기엔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지만 뉴턴에게는 그 일이 결코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결국 이미 존재했던 ‘만유인력’ 이라는 우주의 질서를 과학이라는 범주 안에 가뿐히 안착을 시켰다. 생각의 힘을 통해 인류 문명의 진보를 앞당긴 선지자가 어디 뉴턴뿐일까. 멀리 있는 사람과도 대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벨이라는 사람을 통해 전화기의 발명으로 이어졌고 하늘을 날고 싶다는 생각이 라이트 형제로 하여금 비행기라는 역사적인 물건의 탄생을 가능케 했다. 이밖에도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선각자들이 있었기에 인간은 오늘날의 풍요를 거저 누리며 살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인류의 역사가 진화하는 과정을 두루 살펴보면 언제나 발견되는 공통점이 있다. 물질문명의 위대한 진보는 어김없이 서양에서 먼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흔히 이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서양은 물질문명이 발달을 했고 동양은 정신문명이 발달을 했는데 물질이 발달한 서양에 의해 동양의 정신이 묻혀서 진가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이제 이런 생각의 파일은 그만 휴지통 속으로 던져버리자. 이참에 아예 휴지통 비우기까지 다 해버리고 나의 뇌라는 컴퓨터에 더 이상 쓸데없는 생각의 쓰레기가 남아 있지 않도록 다 비워버리라고 말하고 싶다. 동양의 정신문명은 물론 위대하다. 서양의 물질문명 또한 한없이 찬란한 것들이다. 그러나 위대하고 찬란한 것들은 함께 가는 개념이라서 서로 충돌해서 지배와 피지배의 주종관계를 이루며 살아갈 수가 없는 것들이다. 정신문명이 밖에 있으면 물질문명이 되는 것이고 물질문명이 안에 있으면 정신문명이 되는 것이라고 철학자 최진석 교수는 말했다.

  고도로 앞서가는 물질문명이 태어나게 된 데에는 그만큼 앞서가는 생각의 힘, 즉 철학이 반드시 존재한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언젠가 나는 교육방송에서 세계의 교육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때마침 내가 유난히도 좋아하는 프랑스의 교육에 관해 현지에서 직접 취재를 해서 방영을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수학자 한 분이 프랑스의 입시제도인 바칼로레아 시험공부를 위해 학생들이 토론을 벌이는 수업시간에 참관수업을 하고 있었다. 그날의 토론 주제는 ‘우리는 왜 말하는가?’ 라는 주제였다. 열띤 토론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우리나라 교수님이 교단에 서서 수업에 관한 자신의 느낌을 말하면서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프랑스 교육에서는 왜 철학이 중요할까요?” 여기에 한 여학생의 답변인즉, “그러면 왜 다른 나라에서는 철학이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을까요?” 라며 반문을 하는 것이었다. 이 수업시간의 교과목은 단순한 언어영역이 아닌 ‘철학’ 수업이었다. 앞서 말한 물질문명의 위대한 진보는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이 되는 것이었다. 그것이 바로 철학의 힘이다. 그 교실의 한 여학생은 이 철학수업을 통해 왜 다른 사람은 나처럼 생각하지 않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코로나 초기에 프랑스에서는 시위가 일어났었다. 자신들에게 마스크를 쓰게 하는 일이 인권의 침해라는 이유였다. 그때 나는 그 시위장면을 TV에서 보면서 참 어이가 없었다. 속으로 ‘저 사람들 미친 거 아닐까?’ 이렇게 생각을 했었다. 이 어려운 시국에 당연히 써야 할 마스크를 가지고 무슨 인권을 따지는 것일까? 도대체 그들의 사고방식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런데 내가 철학에 대하여 공부를 하고 책을 읽게 되면서 조금씩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그들이 그 어려운 시국에도 그 당연한 문제를 가지고 시위까지 벌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개인의 생각을 드러낼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토양이 이미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더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은 마땅히 구분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는 경우엔 두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건강한 사회는 소수의 의견 또한 존중이 될 때 진정으로 건강한 사회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 시절에 우리나라의 소수의 사람들도 품었던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다수의 거대한 생각이 진리인 듯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보니 감히 입 밖에 내지도 못한 사람들도 있지 않았을까?

  우리는 지금 아주 중요한 시기에 있다. 지금 여기에서 다음 거기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의식의 대전환이다. 위대한 시대는 생각의 숙고에서부터 비롯되었고 여기에 철학은 필수불가결의 요소인 것이다.

  온 국민이 대학입학 시험에 나온 철학문제를 가지고 여기저기에서 토론을 벌이는 장면을 우리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


23-09-1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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