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9. 23 土  
로그인 회원가입 스크랩 시민제보
기사최종편집일 2023-09-21 00:36:31
   
Home > 오피니언 > 사람들 > 소통칼럼
 
   
전체메일보내기
물같이 바람같이


김영주
익산시 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사단법인 삼동인터내셔널 이사장

산책은 보약(補藥)이다. 세월의 선배들은 입산(入山)만 해도 보약이라 했다. 숲속 맑은 공기를 마시기 때문이다. 특히 새벽 산책은 더 싱그럽다. 그렇다면 보약은 한약(韓藥)에만 있는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

필자는 거의 매일 새벽 5시에 산책을 즐긴다. 그러니 매일 즐겁다. 이유가 있다. 싱그러운 공기도 좋을뿐더러 달과 교감하기 때문이다.
새벽달은 무조건 아름답다. 초승달은 물론 반달, 보름달까지 모두가 정겹다. 이유가 있다. 햇빛처럼 강렬한 빛이 아니라 은은히 풍기는 빛의 매력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달이 보이질 않는다. 하늘에 먹구름이 덮였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비가 내릴 것 같고 소슬바람은 분다. 먹구름은 왜 생길까? 하나 마나 한 소리라고 핀잔을 들을 수 있으나 이러한 자연적인 현상에 대해 의심을 담아 大覺을 한 소년도 있었다. 그가 원불교를 창시한 소태산 대종사이다. 그는 7세부터 우주 자연현상에 물음표를 던졌다.

‘저 하늘은 얼마나 높고 큰 것이며 어찌하여 저렇게 깨끗하게 보일까? 어느 때는 저와 같이 깨끗한 천지에서 바람이 움직이고 구름이 일어나니, 그 바람과 구름은 또한 어떻게 되는 것인가?’ 그리하여 그는 스스로 26세에 대각을 이루어 원불교를 세웠다.

각설하고, 먹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 달은 어디서 볼 수 있을까? 아마도 먹구름 건너편에선 달이 보일 것이다. 내 앞에선 보이지 않는 달은 반대편에 보면 보인다는 말이다. 그래서 달이 없어진 게 아니다. 없어져서 안 보이는 게 아니다. 다만 먹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을 뿐이다.

인간은 어떨까?
선각자들은 인간을 소우주(小宇宙)라 했다. 즉, 사람의 몸은 하늘의 모습을 본받는다는 뜻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사람의 머리가 둥근 것은 하늘의 둥근 것을, 사람의 발이 각진 것은 땅의 각짐을 본받는다. 하늘에 사계절이 있으니 사람에게는 사지가 있다. 하늘에 오행이 있으니 사람에게는 오장이 있으며, 하늘에 여섯 극점이 있으니 사람에게 육부가 있다. - 중략 ? 하늘에 해와 달이 있으니 사람에게 눈과 귀가 있고 하늘에 낮과 밤이 있으니 사람에게 잠듦과 깸이 있다. 하늘에 천둥과 번개가 있듯이 사람에게 기쁨과 노함이 있다. 하늘에 비와 이슬이 있듯이 사람에게 눈물과 콧물이 있다.’
이렇듯 동의보감에서는 인간이 소우주임을 역설하고 있다. 그러므로 인간 생명의 근원은 우주의 근원과 같은 것이다.

정산(1900~1962 소태산의 上首弟子)은 우주만유의 기본적 구성요소를 영기질(靈氣質)로 보았다. 그는 우주의 자연현상은 영과 기와 질로써 구성되어 있다고 했다. 영은 만유의 본체로서 영원불멸한 우리 인간의 성품(自性)이며 기는 만유의 생기(生氣)로서 그 개체를 생동(生動)케 하는 힘이며 질은 만유의 바탕으로서 그 형체라 했다.

인간의 자성은 허공에 뜬 달과 같다. 영원불멸하다. 먹구름에 덮여 보이지 않는 달처럼 변하지도 않고 그대로 있는 우리의 마음 고향이다.

그러나 우리 인생의 삶은 어떤가. 늘 자성을 떠나서 살고 있다. 그렇다. 인생이 어쩌구 저쩌구 시비이해(是非利害)에 이끌려 살고 있다. 세월이 흘러 나이를 먹다 보면 시시콜콜 따지는 시비이해가 허망하다는 것을 경험한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인생이 무상하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제생무상(諸行無常)이 그것이다.

그럼 어떻게 사는 것이 인생을 은은한 달처럼 아름답게 살 것인가. 그냥 사는 것이다. 구름이 끼어 안 보이면 안 보이는 대로 하늘이 맑아 달이 보이면 보이는 대로 살면 어떨까?

우주 자연현상은 자로 잰 듯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흘러간다. 이를 두고 선각자들은 무위이화 자동적(無爲而化)이라 했다. 누가 지시한 것도 아니다. 그냥 그렇게 흘러간다는 뜻이다. 사람도 그렇다. 어머니 뱃속부터 형태가 이루어지고, 남녀가 구별되고, 뼈와 힘줄이 생기고, 머리카락이 생기고, 혼백이 생겨 10달이 차면 뱃속으로부터 나온다. 나와서도 그렇다. 소년이 되고 장년이 되며 노년이 되고 죽음에 이른다. 누가 시켜서 그리되는 것이 아니다. 그냥 흘러가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을 작은 우주라 한 것이다.

이렇듯 인생의 삶은 우주의 자연현상과 같다. 운출무심(雲出無心)이라는 말이 있다. 구름이 가는데 마음이 없다는 뜻으로, 구름이 아무 생각 없이 흘러가듯이 인생을 유유하게 사는 것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나옹 선사(懶翁禪師, 1320∼1376)는 한국 불교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걸출한 인물이었다. 고려뿐 아니라 중국에도 이름을 드날렸던 인물이다. 중국 황제가 그에게 절을 맡기기도 했다. 또한, 나옹 선사는 고려 말 공민왕의 스승이었고 무학대사의 스승이기도 했다.

나옹 선사는 출생부터 험난했다. 고향은 경북 영덕이었다. 아버지는 지방의 하급관리였고, 집안 형편은 어려웠다. 세금을 내지 못해 관가로 끌려가던 만삭의 어머니가 길에서 아이를 낳았다. 그가 바로 나옹 선사이다. 그러니 날 때부터 생사를 넘나든 셈이다.

스무 살 때였다. 가장 가까이 지내던 친구가 죽었다. 젊은 나이에 느닷없이 찾아온 죽음,
그는 주위 어른들을 붙잡고 물었다. “사람은 왜 죽습니까. 죽으면 어디로 가는 겁니까. 사람은 왜 죽어야만 하는 겁니까.” 아무도 답을 주지 않았다. 얼마 후에는 아버지도 세상을 떠났다. 나옹은 절망했다. 삶이 무엇인지, 죽음이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숨을 거두어야만 하는 인간의 생이 그는 너무 절망스러웠다. 나옹은 결국 경북 문경의 묘적암으로 갔다. 거기서 머리를 깎고 출가를 했다. 삶과 죽음은 그에게 거대한 물음표였다.

그런 그가 노래했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 노여움도 내려놓고 아쉬움도 내려놓고 /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23-04-30 19:47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시민제보~~!!!!
motorcycle
아니땐 굴둑에 연기나지 않습니다.…
멋진글 잘 읽었습니다
계획부터 완공까지 5~6년 걸리는 공…
정헌율시장은 긴급대피명령 책임져…
익산시는 우남아파트에 사죄하라
돈 주고 받는 정치 이제 지겹다. 제…
코스트코 익산 유치 적극 지지합니…
누가봐도..... 불협화음을 조장하…
김병옥 조합장님! 감사드립니다!
어린 날의 추억
건망과 치매와 맨발.
여행
우석대학교 생활체육학과를 아시…
철학의 힘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시민제보 | 이용약관 | 개인정보보호정책 | 기사올림방
발행인 편집인 : 고정숙 대표 : 고정숙 편집국장 : 공인배 등록번호 : 전북다01256 등록년원일 : 2009년 4월 20일
창간호발행 : 2009년 5월 18일 제호: 주간소통신문 주소 : 전북 익산시 남중동 480-2번지 소통신문 대표전화 : 063)837-8588
인쇄인 : 왕궁인쇄 이메일 : sotongsinmun@hanmail.net 팩스 : 0630291-6450
Copyright (c) 2009 SOTONGSINMUN.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