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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에 어긋나네


윤약국 약사

윤복순


5년 만의 익산수필 나들이다. 매번 토요일에 가서 약국 근무 때문에 쉽게 따라나서지 못했다. 이번엔 당일치기가 아니다. 토~일이 아니고 금~토다. 나이가 갈수 있을 때 가라고 한다.

벚꽃 개나리 산수유 목련 모든 봄꽃이 동시다발로 폈다. 지난 일요일 담양 장성을 다녀왔는데 벌써? 벌써? 하며 봄꽃을 즐겼다. 이번 주는 더 최절정을 이룬다. 날도 참 잘 잡았다. 가로수의 벚꽃이 웃음 웃게 하고 마음도 달뜨게 한다. 나도 모르게 꽃들에게 손이 흔들어 진다.

점심은 지리산 나물반찬과 각종 버섯을 넣은 된장국이다. 모두가 입에 맞아 목소리가 커지고 얼굴에 미소가 절로 퍼진다. 머릿속에서 별이 반짝반짝 톡톡 터진다. 꽃구경과 맛있는 점심만으로도 훌륭한 봄나들이다. 수다는 이번 나들이의 꽃이다.

쌍산재는 ‘윤스테이’를 촬영한 곳이다. 해주 오씨 문양공성균진사공파 23세손 형순씨의 서재다. 쌍산은 형순의 호다. 쌍산은 변함없이 큰 산처럼 사람간, 형제간 원만한 관계를 의미하고, 벼슬을 탐하지 아니하고 책보기를 즐겨하였다고 한다. 사친(事親) 돈목(敦睦) 권학(勸學) 등 14가지 실천 덕목을 사당 현판에 새기고 자손들이 지키도록 했다.

경관이 아름답고 고풍스럽고, 각종 꽃과 나무들이, 옹기의 꽃꽂이가 곶감과 치자를 말려 걸어놓은 풍경이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경암당 들마루에서 매실차를 마시며 회원들과 담소를 나눈 시간은 참 여유로웠다. 대련을 해석해 준 양선생 덕분에 쌍산의 뜻에도 합당한 것 같아 의미가 있다.

칠불사 가는 길은 거의 주차장이다. 섬진강 벚꽃 길은 우리나라 아름다운 길, 등수 안에 드니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마침 화개장터에선 벚꽃축제기간이다. 전국의 차들이 다 이곳에 온 것 같다. 쌍계사 까지 가다서다다.

칠불사는 김수로왕이 아유타국의 공주 허황옥과 결혼해 열 왕자를 두었는데, 일곱 왕자가 불가에 귀의하여 성불한 터에 건립했다고 한다. 절의 규모가 커서 놀랐고 대웅전의 탱화가 후불, 칠불 신중 목각탱화라서 더 놀랐다.

칠불사는 한 번 불을 때면 100일 동안 온기가 지속 된다는 아자방(亞字房)이 유명하다. 스님들의 동안거 때 유용할 것 같다. 또 다성(茶聖)으로 유명한 초의선사의 다신전을 초록한 다도의 중흥지라고 한다.

숙소는 지리산 국립공원 안에 있는 의신마을의 노루골산장이다. 지리산은 20여 번 가 보았지만 이런 곳은 처음이다. 이곳에서 세석대피소로 오른다. 그야말로 하늘아래 첫 동네다. 온 산은 새싹과 산 벚꽃으로 최고의 풍경을 자랑한다. 눈이 코가 입이 아니 온몸이 좋아 난리가 났다.

이번 여행은 오선생의 강력한 추진으로 이루어졌다. 그는 대학시절 지리산 등반을 자주 했는데 여러 코스를 다녔고 그중 이곳이 좋아 인연이 되어 직장생활 때도 애용했던 곳이라고 한다. 40년이 넘는 인연이다. 이 좋은 곳을 회원에게 소개시켜주고 싶어 모든 경비를 다 내고 싶어 했다.

저녁식사 후 이야기는 어느 토론회보다 알찼다. 회원들 중엔 향토문화연구가 겸 불교문화연구가, 종교 성직자, 익산문화연구가, 차문화해설사 등 각자의 위치에서 일각을 이루다보니 에피소드도 풍성하다. 봄 야유회가 아니라 세미나다. 나도 많이 유식해진 것처럼 흥미진진이다.

다음날 아침식사가 8시 30분이다. 새벽에 동네구경을 나갔다. 서산대사 출가지인 원통암이 900m 거리에 있다. 내 무릎이 좋은 상태가 아닌데 산길을 걸어도 될까. 지팡이를 하나 주워 다녀오기로 했다.

계속되는 계단 길과 경사로가 지리산임을 입증한다. 혼자라서 무서운 생각도 들었다. 곰이 출몰하는 지역인지 여기저기 주의 사항이 있다. 많이 걸은 것 같은데 겨우 200여 미터다. 긴장한 탓인지 900미터가 참 멀다. 절 앞에 서서 80세 까지 건강하게 무탈하게 약국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내 마음을 보였다.

내려오는 길에 동네아주머니를 만났고 그녀는 매일 오른단다. 익산에서 왔다고 하니 깜작 반가워한다. 아들이 원광대에 다닌단다. 나도 원광대 나왔다고 하니 허리까지 굽혀 인사를 한다. 이름도 성도 모르지만 우린 덕담을 나누었다. 아마도 이분이 관세음보살인가 보다.

아침식사는 그야말로 상다리가 부러진다. 이런 상은 처음이라 모두들 사진을 찍느라 야단이다. 임금님이 된 기분이다. 언제 이런 대접을 받아 보겠는가. 하나하나 맛을 보았다. 처음 먹어보는 나물이 많다.

오늘 일정은 바로 집으로 간다. 소선생이 주변의 ‘스타웨이 하동’ 카페를 소개했다. 작년 여름 나도 가봤는데 섬진강이 한 눈에 보이는 아주 멋진 곳이다. 다른 일행들은 처음이어서 그곳에 들렀다.

토요일 오후 약속이 있는 바쁜 사람들은 1호차로 출발했다. 나는 가는 길에 어디 한 군데라도 더 들렀다 가는 2호차를 탔다. 그곳이 어느 곳이든 상관없다. 새싹과 꽃을 지리산을 더 볼 수 있음이 있을 뿐이다.

어느 해 지리산 등반할 때 통꼭봉을 들러 피아골로 내려왔다. 연곡사는 들르지 않고 계곡에서 탁족을 하며 피로를 풀었었다. 오늘은 연곡사를 구경한다. 연곡사는 석조유물의 보물창고로 국보가 2점과 보물 4점이 있다고 한다. 국보인 동 승탑은 통일신라시대, 북 승탑은 고려시대 거라는데 오래된 것이 더 정교하고 아름답다. 조상들의 예술혼에 고개가 숙여졌다.

불교문화 선생이 없었으면 비로자나불이 있는 대적광전만 보았을 것이다. 정확한 해설과 사진작가 선생의 좋은 사진 이런 호사가 또 있을까. 모두들 쌍계사 벚꽃축제에 갔는지 연곡사는 조용하다. 일주문 계단에 앉아 지리산 피아골을 가슴에 품고 놀았다. 피아골은 빨치산의 활동 근거지로 오곡 중 피(기장)를 많이 가꾸었던 곳 피밭골에서 유래되었다.

가장 아름다운 때 섬진강 벚꽃 길을 볼 수 있었다. 수필을 쓰는 사람들과 가족적인 분위기로 구례 하동을 잘 구경했다. 가는 곳마다 최고로 눈이 휘둥그레질 때 회장님의 “기대에 어긋나네.” 재치 만발한 반어법에 한바탕 씩 웃었다. 기대에 어긋나네, 다.


23-04-16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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