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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여행

 

 

광주 언니랑 여행을 했다. ‘만나서 영광입니다.’ 하며 맞아주는 영광이다. 영광은 여러 번 가 보았다. 젊은 날 란(蘭)캐러 거의 일요일 마다 야산을 뒤졌었다. 문화나 관광은 이번이 두 번째다. 영광은 광주 송정역과 가까워 형부가 운전을 많이 하지 않아 좋다.

최근에 완공되었다는 칠산대교에 갔다. 칠산 바다에서 조기를 잡아 영광굴비를 만든다는 그 칠산 바다다. 그곳에 타워가 있다. 날이 좋으면 무안군, 신안 임자도, 영광군의 낙월도 송이도, 안마도를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데 날이 흐려 보지 못했다. 높이 111미터 전망대에서 바다가 훤히 보이는 유리바닥 위를 걸으니 다리가 후들후들 한다.

가까이에 있는 설도 젓갈타운에 갔다. 언니는 김장을 하겠다며 새우젓을 산다. 영광여중 근무시절부터 단골 하던 집이란다. 내 몫으로 5Kg을 사준다. 나는 한 번도 이리 큰 것은 사 본 적이 없어 손을 저었다. 계란찜이나 호박나물 할 때나 보쌈 먹을 때만 먹으니 조그만 것이면 충분하다. 언니는 미역국도 콩나물국도 간장이나 소금 대신 넣으라고 한다.

영광 8경(景)중 1위인 백수해안도로를 달린다. 해당화가 다 져서 최고의 경치는 아니지만 노을이란 찻집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대추차를 마시는 기분은 참으로 감사하다.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고 평화로움을 알고 좋은 것을 좋아 할 수 있다.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모습을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았다.

해변데크길에 천사의 날개가 있어 사진을 찍었다. 돌아오며 읽어보니 천사가 아니라 갈매기 날개다. 내가 천사가 된 줄 알았는데 갈매기가 되었다. 이곳 해안이 먹을 것이 많아 어느 해안 보다 갈매기가 많다는 얘기다.

형부가 법성포에서 제일 맛있는 집에서 굴비정식을 먹자고 한다. 형부도 이곳에서 근무도 했고 퇴직 후엔 일주일에 서너 번 언니랑 산악회 모임에 다니니 맛집을 잘 안다. 정말 모든 반찬이 입에 맞다. 너무 잘 먹어서 밥값을 내려하니 언니가 왜 북도 사람이 남도에 와서 돈을 쓰려고 하냐며 “너 돈 내면 반칙이다.”한다.

언니 여고 2학년 때 나 여중 1학년이었다. 나이 차이 때문이었는지 어릴 때도 커서도 언니랑 말다툼 한 번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언니가 섬으로 발령을 받았을 때 대학 2학년이었는데 덕분에 노화도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지금도 전라남도 구경을 하고 싶다고 하면 언제든지 광주역이나 송정역으로 마중을 나오고 그 지역 가이드를 자청하고 맛집에서 밥을 사주고 특산물을 사준다.

백제불교 도래지에 갔다. 법성포는 성인이 불법을 들여온 성스러운 포구라는 뜻이다. 마라난타존자가 중국을 동진해서 해로를 통해 백제에 입국할 때 최초로 당도하여 불교를 전파하였던 곳이다. 법성포의 백제시대 지명은 아무포(阿無浦)로 아미타불의 의미를 함축한 명칭이다.

마라난타존자가 인도 간다라지방 출신이라서 간다라사원의 전형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탁트히바히사원 주탑원을 본 따서 조성한 탑원이 있고, 대승불교문화의 4세기경의 불전, 부조 및 불상 등 진품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건축 양식도 간다라 요소를 담았다.

마라난타존자가 불교를 전래하면서 제일 먼저 지은 도량이 불갑사다. 불교의 갑(甲)이란 뜻이다. 불갑사는 두어 번 가 본 것 같은데 특징이 생각나는 게 하나도 없다. 언제 마음먹고 불갑사만 답사를 해야겠다.

다음으로 원불교 영산성지를 갔다. 원불교 발상지로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가 탄생하고 성장, 구도의 과정을 거쳐 대각이라는 종교적 체험을 이룬 곳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원광대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고등학교 다닐 때 원광대는 설립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았고 익산에 있다 보니 정말 시시하게 알았다. 오죽하면 “멸치도 생선이냐, 목천포도 항구야, 원광대도 대학이냐.” 이런 말이 있었다. 그러면서 원광이라고도 안 하고 “맹강 맹강” 이렇게 놀렸다.

내가 대학 시험을 볼 때는 원광대가 후기였다. 서울에서 대학시험에 떨어지고 정말 갈 데가 없어 원대 약대에 갔다. 그런 대학을 나와 70이 된 지금까지 돈을 벌고 약사라고 어디 가든 대접받고 내 평생 은인이 될 줄은 몰랐다. 대종사님이 익산에 원불교 총부를 만들지 않았다면 원광대학교를 익산이 아닌 다른 곳에 설립했다면 내 인생이 어찌 되었을까.

몇 해 전에 왔을 때는 건성건성 둘러보았는데 오늘은 진정 감사하는 마음으로 대각비, 일원상탑, 생가를 찾아뵈었다. 옛말에 이 샘물 다시는 먹지 않겠다고 우물에 침을 뱉고 동네를 떠난 사람이 3년 안에 돌아와 그 샘물 그대로 먹더라는 말이 있다. 학창시절 내가 뭐 그리 공부를 잘 했다고 원광대를 그렇게 깔보았을까. 내가 우물에 침 뱉은 그 사람 같다.

불교가 자비, 기독교는 사랑이라면 원불교는 감사다.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가 모토다. 감사할 줄 알아야 행복하다. 나이를 먹어서인지 생각해 보면 모두가 감사다.

눈을 뜨면 언제나 곁에 있습니다.

사랑할 줄 알고

사랑받을 줄 아는 사람이 언제나 곁에 있습니다.

건강한 마음과 몸으로

일할 곳이 있고

쉴 곳이 있고

외로울 땐 전화할 곳이 있고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많고

가보고 싶은 곳도 많습니다.

아주 더디지만

하나씩 하나씩 이루어질 행복이 있습니다.(졸시- 감사하는 마음으로)


형부가 야간운전 하지 않도록 5시 차표를 샀더니 언니가 불갑사를 구경시켜주지 못해 아쉽단다. 남편은 형부가 하루 종일 운전하는 게 죄송하니 다음부터는 익산으로 오시라고 한다. 형부는 해가 길어지는 3월 쯤 장성을 같이 여행하자고 한다. 속이 없는 나는 어느새 가슴이 달뜬다.


23-01-30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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