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부재는 집행부가 빗장 열어야 마땅
진정성 가지고 치열한 정책토론 펼쳐야

지난 13일부터 14일까지 2일간의 일정으로 열린 제180회 임시회에 박경철 시장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의회에 참석한 박 시장은 일련의 사태에 대해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했지만,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규명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다.

익산시의회(의장 조규대)는 시정 질문에 시장 및 관계공무원 전원불참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인해 의사일정에 차질이 생기면서 부득이하게 계획보다 앞당겨 지난 13일과 14일 제180회 임시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조규대 의장은 “그간 시민들에게 의회와 집행부의 감정싸움으로 비쳐지게 된 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이제는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을 중지하고 의회와 집행부가 서로 존중하면서 시민을 위한 생산적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박 시장도 “시정 질문 관계공무원 불참에 큰 유감을 표명하며 그 이유와 발단이 어떻든 익산시의 수장으로서 부덕함과 책임을 통감하며 시민 여러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비가 온 뒤 땅이 더 단단해지듯 의회와 집행부가 더 성숙한 관계로 발전함으로써 시민 여러분들께 큰 희망을 줄 수 있기를 소망한다”면서 협력강화를 위한 별도의 정책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하지만 그간 벌어졌던 일련의 사태가 이번 사과로 인해 해소될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감사원 감사 청구를 비롯해 시정 질문, 5분 발언 등 사상 초유의 사태에 대한 근원적인 책임은 반드시 규명해 바로잡아야 한다는 여론에 힘입은 의회의 모습이 여실히 드러났다.

첫날인 13일 김민서 의원은 5분 발언을 통해 소통부재를 지적하고 시정발전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집행부의 모습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의회의 고유기능인 견제와 감시를 생각한다면, 소통의 빗장은 집행부가 열어야 하는 것”이며 “수레의 양 바퀴인 집행부와 의회가 아니라, 작금의 모습은 집행부가 외바퀴의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소통부재로 일어난 축사사태는, 관행을 깨는 것이 아니라 의회와의 관계를 깨버리겠다는 의미로밖에 볼 수 없다”면서 “시민 중심 의전을 하겠다는 취지라면, 마땅히 시장부터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관되게 반대하는 신하들의 의견을 내치지 않고 무려 25년이나 걸려 공법을 완성한 세종대왕을 예로 들며, “백성을 위한 법을 만들기 위해 군왕의 힘을 접어둔 것처럼, 대화와 타협의 리더십이 지금 익산시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임형택 의원은 의회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하며 ‘시정 발목잡기’와 ‘특정정당 횡포’라는 주장은 완전히 사실을 왜곡하고 호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 의원은 “헌법과 지방자치법에서 국민과 주민 다음으로 대통령이나 지자체 장보다 앞서 국회와 지방의회의 기능과 역할을 명기한 것은, 그만큼 의회민주주의가 중요하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라며 “의결권·행정감사권·자율권·출석요구권 및 질문권 등을 가지는 25명의 시의원 개개인은 모두 헌법기관이며, 주민의 대표·의결·입법·통제 및 감시기관으로서 사명감을 갖고 활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100억여원의 세금 혜택을 포기하는 광역상수도 전환, 실질적 효과가 미비한 일부 부서 북부권 이전, 사후대책이 불분명한 우남아파트 대피명령 등에 대해 의회는 최선을 다해 시민의견을 수렴하고 조사·연구·토론을 진행했으며, 정책적 판단에 의거해 심의했다”면서 “이 과정에 같은 정당 의원들 간에도 의견이 달라 치열한 설득과 토론이 있었으며, 의회가 단순한 발목잡기나 반대 또는 무조건 찬성해주는 거수기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이어 “집행부가 찬성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그 내용에 자신이 있다면 진정성을 갖고 설명하고 소통하고 치열하게 정책토론을 펼쳐줄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임 의원은 “호남·영남지역은 지방자치가 시작된 이래 23년 동안 지방정부 및 지방의회를 일당이 독식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어, 그야말로 무소불위 소통령인 지자체장이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이라면 못할 일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제대로 된 심의와 토론, 검증과 견제가 매우 부족한 상황 속에서, 익산시 공무원들도 시장이 결정하면 무조건 된다는 과거의 관성을 가지고 있다면 이제 과감히 타파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