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익산시가 문화재로 등록되어 있는 함라 3부자 가옥을 보수공사 하는 과정에서 김안균 가옥 내에서 나온 중요한 역사자료를 당시 인부들이 추위를 이기기 위해 무더기로 불태웠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같은해 조해영 가옥의 담장을 보수하면서 문화재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관리감독 및 과정을 기록하는 감독관 조차 없이 정체모를 보수 기법으로 문화재를 훼손하고 파괴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문화재인 김안균, 조해영, 이배원 3부자집 함라 가옥은 1910년대에서 1920년대 한옥과 일본식, 근대 건축문화가 조화되어 건축된 근대 건축 문화재의 으뜸으로 꼽히고 있다. 이 3부자는 전국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부자들로 당시 함라뿐만 아니라 임피를 거쳐 군산지역까지 이들이 소유한 땅을 밟지 않고는 익산을 빠져나갈 수 없다는 말이 오갈 정도의 전국에서 명성이 높은 부잣집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지난 2005년 익산시가 이 3부자 가옥을 보수하는 과정에서 인부들이 당시 이 집에서 보유하고 있던 토지조사부(토지대장), 소작료 납입통지서, 소작료수납부, 소작료 지급부 등과 같은 역사적 기록 및 소장 가치가 있는 문화재 자료들을 춥다는 이유로 인부들이 불태워버렸다는 것이다. 당시 보수공사 현장을 돌아보던 한 연구가에 의해 타지 않은 자료들이 수거돼 현재 보관 중일 뿐이다.

이 연구가는 "보수과정에서 가옥 내에서 나온 소작농들에 대한 규모, 세금받은 기록문서, 당시 편지 등을 익산시가 현장 관리감독도 하지 않고 인부들에게 맡기는 등 허술한 문화재 관리에 의해 상당히 많은 분량의 역사자료가 불에 타버렸다"면서 "눈을 의심할 정도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그가 현장에서 황급히 수거해 보관하고 있던 자료는 해방 전후의 토지대장을 비롯한 조선우표 등이 붙은 우편물 등이고, 소작농에 관한 역사 자료들 대부분은 불태워졌다는 것이다. 그는 또, 2005년 당시 인부들이 조해영 가옥의 꽃담장을 보수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보수하지 않은 것만도 못하게 훼손시키고 파괴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조해영씨는 전국에서 몇명 되지 않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화려한 십장생 무늬의 토담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익산시가 2005년 이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해체 현장을 기록으로 남겨야 했다. 하지만 익산시는 기록 하나 없이 공사를 진행하고 인부들의 손에 맡겨버려 오히려 문화재를 파괴했다는 것이다. 조해영 가옥 담장의 경우 궁궐의 꽃담장과 유사한 형태인데 엄창난 부로 화려했던 집이었다. 그런데 현재의 새로 복원한 꽃담장의 경우 전주 한옥마을의 보수 방식을 사용해 오히려 함라 한옥의 특색을 소멸시켜벼렸고 완전히 다른 형태로 복원됐다는 지적이다.

김안균 가옥의 자손으로 생존하고 있는 친족 A씨는, 2005년 경 익산시에 수차례 그 당시의 건물의 형태와 내용을 자세히 알려줬지만 반영되지 않았고, 익산시 담당자에게 요구해도 개선되지 않아 결국은 포기했다.

A씨는 "너무 엉망으로 보수해 놓아 오히려 자손들에게 부끄럽게 됐다"면서 "보수의 결과가 사랑채의 축이 삐틀어지고, 흔들면 부서질 정도의 엉터리 공사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가옥의 목재도 백두산 육송을 직접 가져다 사용했는데, 그렇게는 못한다 해도 그 규모에 걸맞는 문화재 보수는 이뤄져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함라에 있는 3부자 한옥의 경우 근대 건축 문화의 중요한 역사적 문화자료이다"면서 "반드시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면서 가족의 증언을 기록하고 그 기록을 토대로 보수나 복원이 이뤄져야 하는데 과거에도 현재도 익산시가 건축에 대한 전문가의 충분한 자문 없이 진행하고 있어 커다란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함라 3부자 가옥은 1900년대 초 급격히 부를 형성하면서 1917년 이배원, 1918년 조해영, 1922년 김안균 순으로 연달아 지어진 화려한 가옥이다.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가옥에는 당시 최신식 건축자재들과 양식이 절충되어 전통방식과 일본식, 근대식이 복합된 독특한 분위기의 한옥으로, 안채와 사랑채가 복도로 이어진 전국에서 유일한 문화재 가옥이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