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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세계

▲ 톰 스웨터리치

▣ SF 작가 겸 각본가. 미국 카네기멜렌대학에서 문학 및 문화이론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카네기장애인도서관에서 12년간 일했다. 영화 ‘디트로이트 9’으로 유명한 닐 블롬캠프 감독과 4편의 단편영화를 공동집필했다. 저서로 ‘tomorrw and tomorrw'가 있다.

▣ 역자: 장호연

1971년 출생하여 서울대하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음악학과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영국 뉴캐슬대학교에서 대중음악을 공부했다. 웹진 ‘웨이브’에 음악평론을 기고했고 방송작가로도 활동했다. 현재 음악과 뇌 과학, 문학 분야를 넘나드는 번역작가로 활약하고 있다.

▣ 독자들의 한 줄 생각 & 한줄 느낌

치밀한 구성이 매력적인 소설.

내가 사는 세계가 의심 될 정도의 몰입력.

행복한 건 아니지만 빠져나오고 싶지도 않은 미로에 갇힌 느낌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압도되었다.

별 다섯 개 주기에 아깝지 않다. 빠르게 읽히고, 다 읽고 나면 다시 읽고 싶게 만든다.

▣ 책속에 밑줄긋기,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

은조쿠는 몽상에서 깨어났다. “부자들은 잘 지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피라미드 안에는 쾌락정원과 동굴, 분수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오래전 잃어버렸던 아이들이나 탕아처럼 극진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치료비용을 낼 수만 있다면 못 고칠 병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예 몸을 벗어던지고 빛의 파동으로 살며 불멸을 노리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죽지 않게 되자 불멸의 사람들은 오히려 죽음을 간절히 바랐습니다. 시간이 흐르지 않는 삶이란 의미가 없으니까요. 예전에는 지옥이 신의 부재라고 생각했지만, 지옥은 죽음의 부재입니다.

어렸을 때 모스는 어머니가 그저 술만 마시는 망가져버린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그녀 또한 상처를 받은 사람이란 걸 알 수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시야가 넓어진 것이다. 누구든지 성인이 되면 똑같은 수렁에 빠지고, 그렇게 상처를 받고 나면 타인의 상처를 더 쉽게 알아보는 법이다.

▣ 책소개

헐리우드가 주목하는, 특히 아카데미가 후보작 ‘디트릭트 9’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은 닐 블롬캠프 감독이 “가장 사랑하는 작품”이라면 러브콜을 보낸 장편 SF소설이다. 영화계에서 뿐만 아니라 ‘뉴요커’, ‘가디언’, ‘키커스 리뷰’, ‘북페이지, ’디 A·V·클럽‘ 등 세계적인 잡지에서도 작품성에 대한 찬사를 쏟아냈다.

‘사라진 세계’가 미 평단을 사로잡은 요소는 크게 두 가지, ‘시간여행에 대한 독자적인 세계관’과 ‘매력적인 여성 수사관 캐릭터’일 것이다. ‘사라진 세계’의 시간여행 세계관은 양자역학의 다중우주 해석론을 토대로 구축돼 있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미래 시간대의 우주가 무한히 존재하며, 그 우주들은 시간 여행자의 관측이 이뤄질 때만 존재하는, 죽, 관측이 끝나면 다시 ‘존재하지 않던’ 상태로 돌아가는 세계로 전제한다.

‘사라진 세계’는 여성과 장애인 등 소수자에 관한 문제의식을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지만, 장애인 여성 주인공을 낯설고도 혹독한 환경에 위치시킴으로써, 소수자의 삶을 자연스럽게 이해 할 수 있도록 서사를 구성했다.

▣ 은랑생각

‘시간여행’은 SF 소설에서 빠지지 않는 소재로 더 이상의 흥미를 느낄 수 없다고 생각 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 소설은 현실감을 담아 실감있게 구현하면서 이야기의 진행이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진행되어 한 순간도 대충 읽고 넘어갈 수 없게 된다. 한 눈 팔 새도 없이 수많은 복선과 암시가 교차하면서 암울한 분위기와 복잡한 스토리가 주는 깊이와 몰입감, 그리고 결말의 카타르시스가 무지막지 하다.

타임워프라는 기본 재미에 잔혹한 살인을 더하고 언더커버 임무를 수행하는 매력적인 여수사관이 등장한다. 그런데 여기에 세계 종말의 거대한 음모와 인간의 근원적 공포감을 양자역학, 화이트 홀, 페러럴 월드, 웜홀 등 과학이론들을 자극하는 호러를 더하고 거기에 양념으로 뿌려주니 SF 장르의 재미요소를 집대성한 끝내주는 하드 SF가 완성되었다.

현재와 미래, 미래와 현재가 꼬이고 얽혀가는 시간선 속에서 현실과 환상, 광기가 극에 달하면서 읽는 독자들의 마음도 덩달아 치솟는다. 초반부터 배경설명은 최소화하여 책을 읽어나가면서 드러나는 배경과 진실들이 밝혀지면서 재미를 선사한다.

멸망을 가정하고 시작되는 이야기니 인간의 절박함이 기본베이스이고 더없이 암울한 세계와 현재와 미래에서 뿌려놓은 미끼들이 자연스럽게 하나로 모아지는 결말에서는 추리 뺨치는 반전 요소가 기다리고 있으니 작정하고 즐기면 된다. 천천히 꼭꼭 씹어가며 읽는다면 근래 읽었던 어떤 SF 소설보다 큰 재미를 느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