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소설’, ‘올해의 문제소설’에 선정되고, 한국일보 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등 굵직한 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문단의 큰 주목을 받아온 작가다.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마더」가 당선되며 등단했다. 한국일보문학상, 신동엽문학상,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양의 미래』로 제59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했으나 현대문학 사태로 상을 반납한 바 있다.

▣ 독자들의 한줄생각&한줄느낌

지금 이 사회와 그 속의 개인들의 이야기를 잘 풀어낸 소설이네요. 먹먹해요.

잔잔하고 벅차게 글을 쓰는 작가님 좋아요.

허무하고 허무한 삶의 중간에 빛을 찾아가듯, 행복을 찾아가는.

적당히 뜨겁고 적당히 차가운, 정말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손이 닿은 사물은 그 온기를 기억한다. 잔인하리만큼 오래도록.

생각보다 훨씬 묵직한 내용이네요. 그래도 작가님이 전달하려는 메세지를 온전히 받은 것 같아 다행입니다.

▣ 책속에 밑줄긋기&다시한번 생각해보기

한 사람이 말하는 상식이란 그의 생각하는 면보다는 그가 생각하지 않는 면을 더 자주 보여주며, 그의 생각하지 않는 면은 그가 어떤 사람인가를 비교적 적나라하게 보여주는데 당신은 방금 너무 적나라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그렇지. 적나라赤裸裸. 그 광경은 마치 투명한 창을 통해 보이는 남의 집 베란다처럼…… 우리는 왜 때때로 베란다를 청소하듯 그것을 점검해보지 않는 것일까. 모조리 끄집어내서 거기 뭐가 쌓였는지도 확인을 좀 해보고 먼지도 털어보고 곰팡이 끼거나 망가진 것은 닦거나 내다버리고 하면서 정리도 다시 해보고 새로운 질서로 쌓아보거나…… 하지를 않는 걸까 좀처럼.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일까?

▣ 책소개

장편소설 『계속해보겠습니다』『百의 그림자』, 소설집 『파씨의 입문』 『아무도 아닌』 등으로 넓고 탄탄한 독자층을 형성한 동시에 평단의 확고한 지지를 받으며 명실공히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한 황정은 작가의 신간 『디디의 우산』이 출간되었다.

김유정문학상 수상작 「d」와 「문학3」 웹 연재시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 인물과 서사는 다르지만 시대상과 주제의식을 공유하며 서로 공명하는 연작 성격의 중편 2편을 묶은 소설집이다. 2014년 세월호참사와 2016~17년 촛불혁명이라는 사회적 격변을 배경에 두고 개인의 일상 속에서 ‘혁명’의 새로운 의미를 탐구한 작품들이다.

▣ 황정은의 말

「d」의 전신인 「웃는 남자」는 「디디의 우산」을 부숴 만든 단편이다. 2014년 가을, 다시 소설을 써야겠다고 스스로를 몰아붙였을 때 내게는 누군가의 죽음 외에는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없었고 그걸 어떻게든 소설로 쓰지 않으면 소설 쓰는 일이 여태와는 다른 방식으로 아주 어려워질 거라는 직감이 있었다. 종래 내가 가진 것 중에 무언가가 심각하게 파괴된 것처럼 종래 내가 쓴 소설 속 누군가가 파괴될 필요가 내게는 있었고 나는 「디디의 우산」을 선택했다.

「디디의 우산」을 선택한 이유는 디디가 혁명이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섣부르게 디디를 죽이고 d를 남긴 뒤 빚을 갚는 심정으로 중편 「웃는 남자」(「d」)를 쓰고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를 썼다. 내게는 여기까지가 모두 연결된 작업이다. 여기까지 걷는데 사년하고도 반년이 걸렸는데 세상은 변한 것처럼도 보이고 변하지 않은 것처럼도 보인다. 모두 조금씩 더 건강하기를. 더 자주 행복하기를.

▣ 은랑생각

책 제목은 <디디의 우산>이지만 책 속에는 이런 제목의 글이 없다. <d>와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란 두 편이 담겨있을 뿐이다. <d>의 경우 전신이 되는 작품인 <웃는 남자>에서 파생된 작품이라는데 다행이도 읽었던 작품이라 이해하는데 무리는 없었지만 다시 꺼내들었다.

우선 소설 <d>는 하루아침에 연인 dd를 잃은 남겨진 남자 이야기를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는 나와 연인 서수경 그리고 동생 김소리와 그녀의 아들 정진원의 이야기를 읊조리듯 풀어냈다. 이 두이야기는 침묵과 혁명이라는 역사가 조용히 관통하며 흐르고 있다. 두 작품 모두 주인공 커플이 참 사랑스러웠고 그들이 살아가고 있는 현실은 참 무겁다. 잘 설명할 순 없지만 어떤 대사나 문장에서 가슴이 덜컥 내려앉기고 했고, 부분이나 전체가 주는 공감에 아파하기도 하며 책을 읽었다. 지난 책들을 들춰보니 작가의 이야기가 점점 능숙하게 다듬어졌고 이야기 속 인물들의 매력도 진해졌다.

담담한 문체들이 d의 아픔에 공감하게 했고 dd의 빈자리를 느끼게 했다. 오늘 이곳에 오기까지 지나왔던 숱한 시간들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그들의 시선을 통해 묻어둔 수많은 기억들이 떠올랐다.

그 많은 혁명에도 여전히 달라진게 없는 현실의 고통에 대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불합리한 일상에 익숙해져 있는지에 대해 상식적으로라는 말이 얼마나 밀접하게 혐오스러운지에 대해 그 무분별함과 무책임에 대해 부끄럽다는 이유로 그동안 얼마나 많은 무지와 혐오를 숱하게 용인했는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본다.

여러시간과 사건들이 다뤄졌음에도 이들의 목소리를 따라가는 것이 혼란스럽지 않았고 다만 우리의 세상이 혼란스럽고 뼈 아프게 느껴졌을 뿐이다. 더욱이 일상에서 약자를 혐오하는 사람들은 어디 먼 곳의 별나라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라는 것을 어디 다른 곳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겪은 세상, 우리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고 이 작품은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