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노벨문학상 후보로 지명될 만큼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다비드 그로스만은 이스라엘 정부의 대팔레스타인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쉼 없이 낸 평화 운동가이기도 하다.

1954년 예루살렘에서 출생으로 히브리 대학교에서 철학과 연극을 공부했으며 이스라엘 라디오 방송국에서 기자로 일했다.

방송국에서 일하는 동안 소설 두 권과 단편집 한 권을 출간했다. 소설과 희곡, 논픽션, 아동서등 다양한 책을 집필했다.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로 2017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했고 지금까지 그의 작품들은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핀란드, 러시아 등에서 36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 역자 : 정영목

서울대학교 영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 독자들의 한줄생각&한줄느낌

연극 한 편을 본 기분

감정을 절제했지만 공감은 극대화된 내용이네요. 슬픔을 이런 식으로.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한 흥미로운 설정의 이야기에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네요.

가볍게 책을 열었다가 무겁게 닫는다. 주인공의 쉼 없는 읊조림은 절규에 가깝다. 주인공과 함께 상처받고 울고, 웃고 뭐 하나 쉬운 인생이 있을까? 묘하게 강한 여운이 며칠째 이어진다.

읽는 내내 어떤 인간의 비극적인 세계로 휩쓸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큭큭 거리다가 돌연 가슴이 서늘하게 내려앉고 그러다 끝내 아련한 미소가 지어지는 놀라운 작품이었다.

정영목 선생님이 번역한 제5도살장도 그렇고 이 책도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번역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번역은 말의 문제이면서 사람의 문제라는 말씀 공감합니다.

▣ 책속에 밑줄긋기&다시한번 생각해보기

저 사람한테 잘해줘, 엄마가 다시 내 귀에 대고 말했어. 모든 사람이 짧은 시간만 살다 간다는 걸 기억하고, 그 사람들이 그 시간을 유쾌하게 보낼 수 있게 해줘야 해.

“그거,” 그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어떤 사람에게서 제어 불가능하게 그냥 흘러나오는 거 있잖아. 세상에서 오직 이 한 사람만 가지고 있을 수도 있는 그거.”

개성의 광채, 나는 생각했다. 내적인 빛. 아니면 내적인 어둠. 비밀, 진동처럼 전해지는 고유성. 어떤 사람을 묘사하는 말 너머, 그 사람에게 일어난 일과 그 사람에게서 잘못되고 뒤틀린 것들 너머에 놓인 모든 것. 오래전, 내가 판사 생활을 막 시작했을 때, 순진하게도 피고인이건 증인이건 내 앞에 선 모든 사람에게서 찾겠다고 맹세했던 것. 절대 무관심하지 않겠다고, 나의 판결의 출발점이 될 거라고 맹세했던 것.

▣ 책소개

2017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작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은 영국에서 영어로 번역. 출판된 소설에 수여하는 상으로, 2017년 수상의 영예를 안은 다비드 그로스만은 이스라엘 현대문학의 거장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노벨문학상 후보에도 거론되는, 세계적 명성을 가진 작가다.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에서 작가는 도발레라는 이름의 스탠드업 코미디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두 시간 남짓 펼쳐지는 그의 공연을 한 편의 소설로 그려낸다. 공연의 시작과 함께 소설이 시작되고 공연이 끝나며 소설도 마무리되는 것이다.

이처럼 독특하고 참신한 설정 속에서 그로스만은 시시때때로 농담을 섞어가며 도발레라는 한 인간의 평생을 지배한 고통의 근원을 집요하고 철저하게 파고든다. 그리고 이 개인의 비극에 유대인의 고통스러운 역사, 이스라엘 현실에 대한 풍자를 함께 녹여내 삶의 고통과 유머가 공존하는 희비극을 탄생시킨다.

2014년 이스라엘에서 처음 출간된 이 책은 히브리어 전문번역가인 제시카 코언의 번역으로 2016년 영미권에 출간되었다.

▣ 은랑생각

이 책은 도발레라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의 무대가 막이 오르면서 시작된다. 중간중간 코미디언답게 웃음을 주지만 남에게 웃음을 주기만 할 뿐 정작 자신은 웃음을 줄수록 고통 속에 빠져든다.

도발레의 고통 속엔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만 한편으론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유대인의 고통스러운 역사와 이스라엘 현실에 대한 풍자가 들어있다.

풍자하는 도빌레의 모습은 마치 웃고 있지만 웃을 수 없는 피에로 같다.

한편 이 책의 서술자인 아비샤이는 도발레와 어릴 적 수학 과외를 함께 받던 사이로 과외가 끝나고 버스정류장에 함께 걸어갔던 기억밖에 없는, 그 일마저 잊어버렸던 친구다.

자신의 쇼에 와달라는 도발레의 부탁에 응해 쇼에 참석하게 되고, 자신이 알고 있지만 외면했던 진실과 정말 몰랐던 진실을 알게 되면서 그의 고통을 외면한 죄책감과 그의 고통을 이해함으로써 애정이 담긴 목격자의 눈으로 그를 관찰하고 기록한다.

소설은 도발레라는 한 인간의 생애를 지배했던 모욕과 폭력의 비극을 통해 지워지지 않는 유대인의 정신적 외상의 역사, 이스라엘 중부도시 네타니아로 상징되는 범죄와 불의의 공간에 대한 조롱과 풍자를 녹여내며 그냥 살아있다는 것조차 얼마나 놀라운 것이었는지를 기억의 심면으로부터 집요하게 끄집어낸다.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기적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도발레와 아비샤이 자신마저도 잊고 있었던 과거의 기억이 그들의 삶 한가운데 진실과 함께 숨 쉬고 있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한다.

무대가 끝난 뒤에 몰려오는 먹먹함과 허무함, 자신의 개인사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토해낸 늙은 코미디언의 삶을 통해 타인의 인생뿐만 아니라 각각의 개인들이 지닌 아픔을 승화할 수 있는 농담 하나쯤 갖고 있어도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