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고은랑의 책세상

448호 붉은 낙엽

▲ 토머스H.

▣ 1947년 미국 앨라배마 주의 포르트페인에서 태어났다. 미국추리작가협회상에 7번이나 노미네이트 되었고 <채텀 스쿨 어페어>로 최우수 장편소설 부문에서 미국추리작가 협회상을 받았다. 또한 <붉은 낙엽>으로 배리 상과 마르틴 벡 상을 수상했다.

조지아 주립대학교에서 영문학과 철학을, 뉴욕 헌터 대학과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역사학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광고기획자, 편집자, 대학 강사 등의 직업을 거쳐 1980년 첫 번째 장편소설《Blood Innocent》의 성공 이후 전업작가의 길을 걷는다. 그는 서정적인 묘사와 인물의 내면에 집중한 독창적인 작품들로 예술성을 인정받는 장르소설 작가다.

그의 작품은 일본과 프랑스 등 세계 15국 언어로 번역 출간되어 세계적으로 폭넓은 독차층을 갖고 있다.

▣ 역자 : 장은재

서울대와 동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공부했으며, 광고회사를 거쳐 현재는 출판기획과 번역을 하고 있다.

▣ 독자들의 한줄생각&한줄느낌

이토록 가슴 아픈데, 어쩌자고 이 소설은 또 이렇게 아름다운 건가.

우리가 살아오면서 외면해온 진실은 얼마나 많을까. 그 비겁함이 결국 현재의 삶을 파괴한다. 너무나 현실적이라 마음 조여 오는 명품 스릴러.

잘 짜여진 심리스릴러에 문학적 풍미도 가득하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얼른 보고 싶다.

몰입도도 높고 진도도 잘 나가고 재밌다.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너무 사실적이라 책 읽는 내내 감정이입이 되어 살짝 괴롭기도 했다. 한 여자아이의 실종을 계기로 드러나게 되는 보기 좋게 포장된 가족이라는 실체와 그 가운데 겉잡을 수 없이 번지는 불신에 관한 드라마

이 모든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함에서 시작되고 어렴풋이 알게 되었을 땐 언제나 너무 늦다. 당신을 알기 때문에 사랑했지만 사랑했다고 당신을 다 알 수도 없는 법. 우리는 얼마나 많이 사랑이란 이름으로 감춘 채 상대를 오해하고 있는걸까. 책장을 그냥 덮기가 어렵다.

선입견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주는 책.

▣ 책속에밑줄긋기&다시한번 생각해보기

우리 마음속의 의심과 오해는 세상을 보는 틀을 한꺼번에 바꿔버린다. 결론적으로 인간의 고통스런 문제 대부분은 사실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사실에 대한 나름의 해석으로부터 온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2천여 년 전 에픽테투스도 이런 말을 남기지 않았는가. “사람의 마음을 혼란시키는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사건에 대한 그들의 판단이다”

나는 집에 온실을 갖고 있는데, 내가 특정 씨앗을 주문하면 대개 예상했던 것과 같이 그 씨앗이 옵니다. 장미를 주문했으면 장미가 오는 식이지요. 그러다가 한 번은 내가 주문한 게 아닌 것을 받게 됩니다. 전혀 비슷하지도 않은 것이 온 겁니다. 제라늄이나 뭐 그런 게 온 거지요. 나는 씨앗을 뿌리고 장미를 기대하고 있는데, 결국 나온 것은 제라늄이에요. 그 시점에서 나는 계획을 바꿔야만 합니다. 원래 내가 바랐던 장미인 것처럼 물을 주고 거름을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에요. 나는 인정해야만 합니다. 좋아, 이건 제라늄이야. 절대로 장미가 될 수는 없지. 하지만 적어도 건강한 제라늄으로 자라도록 가꿀 수는 있어. 제 말뜻을 아시겠죠? 나는 적응해야만 합니다. 주문한 것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요.

▣ 책소개

「붉은 낙엽」은 미국추리작가협회상, 앤서니 상, 배리 상 수상에 빛나는 토머스 H. 쿡의 장편 추리소설이다. 숲이 우거진 시골 마을에서 에이미라는 작은 소녀가 유괴 당한다.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 인물은 에이미를 마지막으로 돌봤던 열다섯 살의 중학생 키이스. 키이스의 아버지 에릭 무어는 점차 옥죄어 들어오는 경탈의 수사망과 마을 사람들의 편견 어린 시선에 맞서 아들의 무죄를 증명해내야만 한다. 하지만 자신조차 때때로 아들 키이스를 믿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괴로워 하는데...

「붉은 낙엽」은 어느 평범한 가족에게 닥친 위기를 통해 불신과 오해, 불완전한 추리의 파괴적인 성질을 오롯이 보여주는 추리비극으로 영화 「아메리에」로 세계적인 거장의 위치에 오른 장 피에르 주네가 감독을 맡아 영화로 만들어졌다.

▣ 은랑생각

이 책은 일반적인 추리소설이 아니다. 범죄의 진상을 밝혀 진범을 찾아내는 박진감 넘치는 사건이나 해결과정은 없지만 자식의 무죄를 굳게 믿는 아버지가 주위의 시선과 드러나는 증거들, 사건 당일 아들의 석연찮은 행동 등으로 인해 조금씩 신뢰가 무너져 내리고 급기야 그 의혹과 불신의 파편이 가족과 형제, 아버지 그리고 그 주변에까지 퍼져가면서 서서히 나락으로 치닫는 한 가족의 붕괴를 그리고 있다.

일반적인 추리소설과 달라 평범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몰입감과 가독성이 좋고 단숨에 빠져 읽을 만큼 작가의 필력이 뛰어나다.

또한 마지막 결론은 충격적이면서도 비극적인데 그러한 결말을 초래한 사소한 오해와 불신, 억측 등이 얼마나 커다란 비극을 불러오는지 생각할수록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책 안에서는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이 녹아있다. 정황상 의심으로 범인으로 몰리게 된 아들로 인해서 변화되는 에릭의 심정이 탁월하게 묘사되어 있고 이런 묘사 덕분에 글을 읽을수록 주인공인 에릭이 허물어져 버리는 가정 앞에서 어떤 심정이었을지 너무나 공감된다.

역설적으로 우리 모두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지금보다 더 마음의 문을 열고 아끼고 사랑하라고, 방심하면 그 틈새에 불신이 파고들어 관계를 파괴할 수 있다는 준엄한 경고도 느끼게 한다. 기대했던 결말과 달라 가슴이 너무 아프지만, 앞으로 더 많은 작품으로 만나고 싶은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