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소년 시절, 좋아하는 책만 잔뜩 쌓아놓고 섬에서 혼자 살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책 읽기를 좋아했다. 1997년부터 판사로 일했으며 판사의 일을 통해 비로소 사람과 세상을 배우고 있다고 여긴다. 책벌레 기질 탓인지 글쓰기를 좋아해 다양한 재판을 경험하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틈나는 대로 글로 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개인주의자 선언』과 『판사유감』이 있다.

▣ 독자들의 한줄생각&한줄느낌

가볍게 읽히지만 생각할 것도 많네요.

문체가 너무나 깔끔한데 곳곳에 위트도 있고 반전도 있다. 단숨에 다 읽어서 아쉬울 정도.

딱딱하지 않게 편하게 읽을 수 있었던 책. 킬링타임용으로 딱이다. 실제 사건들도 있어서 좀 다르게 생각해볼수도 있었던 기회같다.

판사들의 세계에 대해서 몰랐던 것들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미덕이 있는 책. 하지만 소설로서의 기대를 갖고 본다면 아쉬움이 클 수 있는 책.

이 세상에 일어나지 않을 판타지를 담은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그 판타지속에 우리 세상이 축소된 듯 담겨있습니다. 법이라는 딱딱해서 따뜻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것에서 따뜻함을 찾고 눈물을 지을수 있으면서 소소한 웃음을 짓게 만드는 책. 법을 몰라도, 법을 알아도 한번쯤 읽기 좋은 책.

▣ 책속에밑줄긋기&다시한번 생각해보기

저 힘들다고 남 힘든 건 보려고도 안 했네요. 괜찮냐, 다친 데 없느냐,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를 못하고 꼬투리 잡히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만 했네요. 제가 미쳤었나 봐요. 죄송합니다...

인간의 기억이란 참 묘해서 완결된 것은 곧 망각하고, 미완의 것은 오래오래 기억한다. 해피엔딩을 이루고는 익숙해져만 가는 사랑과 안타깝게 못 이루어 평생 그리워하는 사랑 중 어느 것이 더 달콤한 것일까. 아니, 어느 것이 더 슬픈 것일까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국민 다수의 의견에 따라 결정하면 늘 옳다고들 생각하는 거야? 진짜로? 유대인은 열등한 인종이니 살처분해야 한다는 것이 독일 국민 다수의 뜻이었고, 흑인은 백인과 같은 버스를 타면 안 된다는 것이 가장 민주적이라는 나라 국민 다수의 뜻이었지.

▣ 책소개

한국 사회의 적나라한 풍경에 대한 경쾌하면서도 진솔한 글쓰기로 독자들의 호응을 얻어온 판사 문유석. 이 책은 그가 쓴 법정 소설로, 복잡다단한 사건들을 판결하는 법정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판사들은 실제로 어떤 고민을 하는지, 재판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사실적이고 흡입력 있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알기 쉽게 들려준다.

에피소드마다 이어지는 사건들은 일견 혐의가 분명해 보일지라도 그 판결과 단죄의 과정이 인과응보의 원칙에 따라 단순하게 이뤄지는 것만은 아님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에피소드 사이사이 들어 있는 짤막한 법조 이야기에는 한국 사회 법치의 다양한 변화상과 함께, 법원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담겼다.

▣ 은랑생각

표지의 분위기대로 책에는 무척이나 튀는 신입 여성판사가 등장한다. 이름도 독특한데, 박차오름이라는 우리말 이름이다. 그녀는 이름에 걸맞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한다. 상대가 누구건, 어떤 상황이던 크게 개의치 않는다. 첫 출근하는 날에도 여대생을 성추행하는 남자를 상대로 크게 소리를 내고 당당하게 맞선다. 폭력까지 휘두르려는 모습에도 굴하지 않는다.

그런 박차오름과 선배판사 임바른, 부장판사인 한세상이 법원에서 겪는 에피소드를 모은 소설이다. 모두 일곱 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주이공인 세 사람은 서울지방법원 제44부 판사실의 좌우배석 판사들로 이들이 맡은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법이 만인에게 평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법원을 만들고자 하는 판사가 있다면 어떨까. 물론 현실에선 여전히 악폐 속에 허우적대고 있지만 말이다.

이 책은 이런 답답한 현실을 버티기 위한 불편한 희망을 담고 있다. 더불어 책을 읽어가다 보면 판사라는 직업이 어떤 것이고 그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엿볼 수 있다.

또한 중간 중간 우리나라 법조계의 역사나 법복을 비롯해 골무와 보자기 이야기 같은 일상적인 소재가 소설 내용 못지않게 재미있다.

현실이 가혹하다보니 저런 판사들이 있었음 좋겠다고 바라게 되지만 이상과 현실은 다르기에 한편으론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문제 해결이 아닌 사건 해결에 급급한 법의 현실을 보면서 이 책을 통해 정의롭게 상식이 통하는 세상,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실행하는 판사들이 믿음의 법원을 만들 것이라는 희망을 놓을 수 없었다. 분명 자신의 원칙과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질 거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