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 제1회 대산대학문학상에 「노크하지 않는 집」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으며 2005년 대산창작기금과 제38회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았다. 1980년 인천에서 태어나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를 졸업했다. 일상을 꿰뚫는 민첩성, 기발한 상상력, 탄력있는 문체로 익살스럽고 따뜻하고 돌발적이면서도 친근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칼자국」으로 제9회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했다.

▣ 독자들의 한줄생각&한줄느낌

-역시 김애란, 발라하고 아련한 단편이 모여있는 소중한 책입니다.

-현실에 기반을 두면서도 그 무게에 압도당하지 않았다. 그 경쾌한 발놀림이야말로 이 작품들의 힘. 그러나 그것이 동어반복의 한계를 뛰어넘어 언제까지 통용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 부디 더 힘을 내고 견뎌주기를.

-발랄한 문체 속에 어떻게 이런 쓸쓸함을 담을 수 있는가. 세상을 보는 그녀의 눈이 정말 좋다.

-문장들이 음이 돼서 귀에 들리는 느낌. 평범한 상황 속에서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문장이 많아서 선택 했어요.

-20대의 암울한 현실을 김애란 작가 특유의 문체로 재미있게 잘 살린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단편 하나하나가 살아 있다. 현실을 직시하고 깨닫게 만드는 글의 힘. 술술 읽히는 책.

▣ 책속에밑줄긋기&다시한번 생각해보기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복작이는 사람들 사이를 걷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방에서, 이 거리에서, 이 시장과 저 공장에서, 이 골목과 저 복도에서, 그늘에서, 창안에서, 세상 사람들은 가끔 아무도 모르게 도-도-하고 우는 것은 아닐까 하고.

사람들 저마다 자기도 모르게 까닭 없이 낼 수 있는 음 하나 정도는 갖고 태어나는 게 아닐까 하고. 어쩌다 음악 따윌 배워 그 울음의 이름을 알게 됐으니, 조금은 나도 시대의 풍문에 빚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1층 복도를 지나 계단을 오르니 게시판에 붙은 포스트잇이 보인다. -통행 시 반드시 뒤꿈치를 들고 다닙시다. 주인백.

그리고 또 한 장이 보인다. -제 지갑 가져가신 분. 죽어버리세요.

언니의 방은 3층 복도 끝에 있다. 그러려니 했는데도 막상 그 앞에 서니 숨이 막힌다.

어느 방 문고리에 흰색 보자기를 덧씌워 놓은 게 보인다. 분홍 자수가 놓인 수예품이다. 문득 그 방 학생은 어디에서든 자기 마음에 정원 한 뙈기는 떼어놓고 살 것 같단 생각이 든다.

▣ 김애란의 한마디

작가들이 ‘작가의 말’을 쓰는 밤에 대해 생각한다. 그들 몸을 타고 돌았을 말, 피, 그런 것들을 그려본다. ‘소설 쓰는 밤’이 아닌 ‘작가의 말’을 쓰는 밤을 떠올리니, 그들 모두가 작아 보여 가깝다.

다시 ‘작가의 말’을 쓰게 된다면 꼭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 지면이 시시하고 뻔한 것이 되더라도.

항상 안다고 생각하면서 몰랐던 게 있는데, 감사의 말이 가지는 무게였다. 작가들의 그 많은 말이 닮은 것은, 그들 곁에 늘 누군가가 있어 주었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그 누군가 때문에 나는 늘 빚지고, 감동하며 살아간다.

어서 전했으면 좋았을 말을 이제 전한다. 아껴서 부르지 못한 이름들에게 인사를. 그리고 내게 위안 받았다고 말해준 독자, 이름 모를 당신. 진심으로 당신에게 위안 받았다. 마침내 시시해지는 내 마음이 참 좋다.

▣ 은랑생각

-아무리 상상력이 풍부한 달필가라 해도 같은 소재의 이야깃거리에 그 작가만의 향기를 품은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과연 훌륭한 작가라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김애란이기에 제목부터 마무리까지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김애란이라는 작가가 내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

-보기엔 내용들이 짧아 금방 읽힐 줄 알았는데, 우리의 삶을 잘 표현한 단편들이라 한권을 읽어내는데 시간이 걸렸다. 고단한 삶이 빨리 끝났으면 하고 소망해 보지만 여전히 고달프고 힘겨운 삶이 계속되는 책 안의 내용들을 볼 때 우울할 수도 있겠지만, 현대의 여성들과 젊은 날의 내가 느꼈을 기분들을 잘 표현해 많은 공감을 했기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똑같은 단칸방과 똑같은 미로의 골목에서도 음침하고 서늘하게 무장하지 않으면서 유쾌하게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어준다. 어떻게 이렇게 다르게 느껴질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그러면서도 전혀 가볍지 않고 버겁지 않는 묵직함을 지니고 있다.

똑같은 이야깃거리도 김애란의 손끝을 거치면 정확하게 중립의 위치에 서있다. 밝으며 부족하고 넘치면 어두워지는 우리나라 소설 중에서 그럴 수 있다는 건 독자로서 너무나 기분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