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8년 스위스 빌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와 예비 김나지움을 다녔으나 넉넉하지 못한 가정형편 때문에 그 이상의 교육은 받지 못했다.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열네 살 때부터 베른 주립은행에서 견습생 생활을 했고, 이후 취리히, 베른, 베를린, 슈투트가르트, 뮌헨 등 스위스와 독일의 여러 도시들로 거처를 옮기며 엔지니어, 조수, 은행원, 사서, 비서 등으로 일했다.

1898년 처음으로 지역신문에 시를 발표, 그 후로도 여러 작품을 문학잡지에 발표했다.

생전에 작가로서의 명성을 누리지 못하고 일생을 철저한 아웃사이더로 살았던 그는 1970년대 그의 난해한 작품들에 대해 포스트모더니즘적 해석이 새롭게 이루어지면서 스위스에서 국민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고 독일 문학사의 불가해한 신화로 재탄생했다.

▣역자 : 배수아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화학과를 졸업했다.

소설가이자 번역가로 <푸른 사과가 있는 구도>, <바람인형>, <철수>,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등 다수의 책을 썼고, <불안의 서>, <꿈>, <인간과 말> 등 다수의 책을 옮겼다.

▣독자들의 한줄생각&한줄느낌

-발저는 정신병원에서 오래 살았다는데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밝아진다. 생기 발랄하다. 마음 내키는 대로 주절거리는 것 같은데 그게 다 시 같고,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구절들이 많다. 발저의 원문이 그런 것인지, 번역자의 공인지 몰라도 문장들이 대단히 간결하고 아름답다.

-로베르트 발저의 대표적인 중단편 42편을 만날 수 있어 기쁘다. 배수아의 번역도 좋음.

-읽기 전부터 괜히 좋은 책. 신선한 즐거움과 놀라움을 안겨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저자는 산책을 통해서 삶의 중요한 점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산책에는 그가 중시하는 모든 삶을 바라보는 시각과 현실을 받아들이는 겸허함이 녹아있다고 생각한다. 삶의 마지막도 산책 길에서 거둘 정도였던 작가의 모든 것이 본 책에 담아져 있는 듯하다.

▣책속에밑줄긋기&다시한번 생각해보기

멋진 산책 길에는 형상, 살아있는 시, 마법 그리고 온갖 아름다운 자연물들이, 비록 작은 존재들이라고 해도 꿈틀거리며 차고 넘치는 것이 보통이죠. 만약 어머니 같고 아버지 같고 아이들 같은 눈부신 자연이 선함과 아름다움의 원천으로 매번 신선한 자극이 되어주지 못한다면 시인은 얼마나 비참하고 빈한한 신세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지 말입니다.

산책자는 그 어떤 경우에도 감정에 겨운 나르시시즘이나 너무 민감하게 상처받는 성향을 지녀서는 안 됩니다.

▣책소개

20세기 독일 문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하나이자 스위스 국민작가 로베르트 발저의 작품집. 동시대의 작가 카프카와 헤세가 그의 열렬한 애독자였고 후대 W.G. 제발트, 마르틴 발저, J.M. 쿠체 등이 그에게 문학적 영향을 받았음을 공언했다.

‘걷기’는 발저 작품의 가장 중요한 모티브로서 실제 그는 많은 시간을 걸으며 길 위의 작은 것들에 시선을 두고 그 관찰과 사색을 작품에 담아냈다.

▣은랑생각

-‘음악도 없이 나는 유쾌하였다. 나는 시간에 현혹당하는 듯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하듯이 시간에 말을 걸었고, 시간도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고 생각했다. 시간에 얼굴이 있는 듯 한참을 쳐다보았고, 시간 또한 묘하게 다정한 눈동자로 나를 말없이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첫 장, 시인의 한 대목이다.

읽는 사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고 계절이 지나가는 모습들이 떠올랐다. 시간에 말을 거는 방법도, 남과 나에게 하는 태도도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법도, 앞으로 서로 나눌 것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구절구절 눈길을 잡는 글 안에서 여지없이 느낄 수 있는 것은 작가는 사교에 미숙했지만 산책과 삶을 대하는 모습은 경이롭고 따뜻했다는 것이다.

-로베르트 발저는 자유롭게 글을 쓴다. 흔히 알고 있는, 글은 이렇게 써야 한다는 규칙을 아무렇지 않게 뛰어넘는다. 그 자유로움이, 그 의외성이, 그의 천진함이, 그의 통찰력이 너무나 좋다. 그의 글을 읽고 어찌 그를 안 좋아할 수 있을까. 아울러 빼어난 안내자인 배수아 번역자에게도 엄지 척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