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9년 전북 고창에서 출생했고 전주여고를 거쳐 숙명여대 국문과와 연세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출판사와 잡지사에 근무하였다. 오늘을 살아가는 인간의 고독과 내면적 상처에 관심을 쏟는 작품들을 잇달아 발표하며 젊은 작가군의 선두주자가 되었다.

등단 3년만인 1988년에 「아내의 상자」로 제22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소설가로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한국문화번역원 비상임이사, 문화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위원회 상임위원, 미국 워싱턴대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하였다.

▣ 독자들의 한줄생각 & 한줄느낌

- 작은 소품에 관한 기억들, 삶과 운명에 관해 은희경이 들려주는 여섯 개의 이야기.

- 은희경 작가님이라니, 게다가 친필 사인본이라니 밥을 굶어도 일단 구매.

- 어차피 생은 절취선처럼 불연속적으로 이어졌다가 약간...

- 행운과 불행이 교차하는 운명. 은희경의 「중국식 룰렛」

- 은희경의 분신 같은 캐릭터, 진희와 류, 이번 소설도 역시 기대!

- 장미 없이도 아름다운 나를 찾아서...

▣ 책 속에 밑줄긋기 & 다시한번 생각해보기

- 그렇다 이것은 가방에 대한 이야기이다.

정확히, 하늘에서 가방이 떨어져 내린 이야기이다.

어차피 생은 절취선처럼 불연속적으로 이어졌다가 약간 위태로운 절단면에 이르러 끊어져버리는 것이니까.

- 난 말야 어릴 때 나를 아는 사람은 싫어. 다들 어릴 때 모습하고 다르다고 하거든. 뭐가 될 줄 알았더니 겨우 이런 어른이 됐냐 그거지. 나도 알아. 그녀는 고개를 약간 끄덕거리며 말을 이었다. 일단 난 어른도 못된 것 같다. 어른이라면 내 발자국이 찍힌 곳만 딛고 살 수 없다는 거 정도는 알아야지.

▣ 작가 한마디

- “작가로서 경직되는 것에 경계심을 많이 갖고 있어요. 그러면 타자를 받아들일 수가 없고 소통할 수가 없으니까. 유연해지자고 생각하고 스스로 가벼워지려고 합니다.”

▣ 책소개

- ‘일상 속 뜻밖의 운명을 만나다’

일상을 둘러싼 사물들이 있다. 작은 행운을 기대하며 고른 티셔츠, 구두, 키홀더, 세련된 감각으로 일상을 포착해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낸 소설가 은희경이 발표한 여섯 번째 소설집은 바로 그 사물들에서 시작한다. 술, 옷, 수첩, 신발, 가방, 사진, 책, 음악 등 우리가 늘 가까이하고 삶에서 놓을 수 없는 것들, 애써 표정으로 내비치지 않아도 드러나는 것들이 곧 이야기가 된다.

▣ 은랑생각

- ‘알고 있는지, 나의 모든 것은 거짓이다. 진실하지 않은 세상에 태어났다는 걸 깨달은 뒤부터’

위에 문장은 갈색 수첩 속에 있는 한 문장으로, 찻집에서 일하는 나에게는 그것이 운명이 보내온 암시로 받아들여진다.

저 하나의 문장이 이 책 전부를 대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소설을 읽으며 언뜻 보기엔 관련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진행되는 동안, 그 흐름이 너무나도 부드럽고 사랑스러웠다.

두 사람의 연결고리가 갈색 수첩이란 것도 매우 흥미로웠다. 또 읽는 동안 가슴이 쓰라렸다.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받기를 원하면서도, 타인의 장미만을 사랑해버리는 모습에서 어쩌면 지금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뜻밖의 운명을 향해 가는 나를 숨기는 진실게임, 중국식 룰렛 - 아직 일어나지 않은 불운한 일들을 기다리며 매일 밤 우리는 라벨이 가려진 위스키를 마신다.’

나를 숨긴 채, 라벨이 가려진 위스키를 매일 밤 마시는, 그것이 어떤 위스키인지 알지 못하고, 그로 인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만 마신다.

두려움과 호기심, 또 기대감을 안고 마신다.

나는 결국 이것이 사람과의 관계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서로를 숨기고 서로를 마주한다.

그리고 사랑해주기를 바란다.

언젠가 바람이 불어 내 영지 밖으로 장미를 가져가 버려 내 흉측한 본모습이 보일지라도, 그 모습을 사랑해주기 바란다.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고 말하면서도 라벨이 가려진 위스키를 마셔버리고 마는 것이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랑에 빠지며, 사랑을 받으며 그렇게 살아간다.

우리의 인생을 관통하는 그 모든 사랑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