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명 페터 비에리. 1944년 스위스 베른 출생. 베른에서 유년시절과 학창시절을 보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런던과 하이델베르크에서 철학, 고전언어학, 인도학, 영어학을 전공했다.

1990년부터 1993년까지 독일 마부르크대학교에서 철학사 교수로 재직했고, 1993년 이후 베를린자유대학교에서 에른스트 투겐타트의 후계자로서 언어철학을 강의하고 있다. 「자유논고 - 개인의지의 발견에 대하여」가 학계에 널리 알려졌다. 창작에도 뛰어난 능력을 발휘, 여러편의 소설을 출간했다. 인간의 정신세계, 철학적 인식의 문제, 언어철학 등 폭넓은 인문학 분야를 아우르며 연구 및 저술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 역자: 전은경

한양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튀빙엔대학교에서 고대역사 및 고전문헌학을 공부했다. 출판편집자를 거쳐 현재 독일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 독자들의 한줄생각&한줄느낌

- 결코 읽기 쉬운 책은 아닌데, 손에서 놓을 수도, 중간에 포기할 수도 없는 아주 매력적인 책.

- 새 안경으로 세상을 바라보듯 새로운 환경에서 인생이란, 일상이란, 타인과의 관계란 무엇인지 돌아보는 독특한 여정.

- 영화는 안봤지만 책은 읽었습니다. 문학성과 대중성을 한 시선 아래에 포섭한 작품입니다. 원서 읽을 능력은 없지만 번역은 잘 된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문장에 취해, 스토리를 놓쳐 버리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냥 읽어나가다 보면 독자는 주인공의 그림자를 밟고 있을겁니다.

- 매우 간결한 어조로도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는 문체가 감탄스럽다.

- 아직 읽는 중입니다. 문장이 아름답고 펼쳐질 내용이 궁금하여 아끼면서 천천히 읽고 있습니다. 영화도 나와있다니 보고싶지만 책부터 읽고 볼 생각입니다. 현대의 고전이라는 말이 어울릴만큼 고전적인 색채가 물씬 풍기는 분위기가 마음을 설레게 하고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한줄한줄 곱씹게 됩니다.

▣ 책 속에 밑줄긋기&다시한번 생각해보기

-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걸까?

- 인생은 우리 사는 그것이 아니라, 산다고 상상하는 그것이다.

- “옷을 좀 사지 그래요?” 첫 줄에 앉은 학생이었던 플로렌스는 외모에 신경쓰지 않는 그를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가 아내가 되었을때, 이런 태도는 곧 그녀의 신경을 건드렸다. “혼자 사는게 아니잖아요. 그리스어만으로 충분하지는 않아요.” 다시 혼자 살게 된 19년 동안 옷 가게에 간적은 두세 번 밖에 없었다. 그는 아무도 옷때문에 잔소리를 하지 않는 생활을 즐겼다.

▣ 은랑생각

- 라이문트 그레고리우스는 화석화된 인간이다.

그의 삶은 라틴어의 세계에 머물러 있다. 그가 다리 중간에서 종이를 구겨 허공으로 던지던 여자를 만나 30년 이상 규칙적으로 살던 삶을 바꾸기로 결심했다는 첫 부분을 읽을때 까지만해도 난 여자가 삶을 흔든 것으로 읽었다.

‘포르투게스’란 말, 그 언어의 아름다움이 지진을 일으킨 줄은 아주 한참 뒤에야 알게 됐다.

- 우리는 인생을 여행에 많이 비유한다. 내 의지로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가고자하는 그곳이 얼마나 떨어져있는지 알 수 없는 종착역을 향해 쉼없이 달리는, 그 여정이 아름다울 수도 있고 힘겨울 수도 있는, 한번 지나가고 나면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여행을 하고 있다.

그 여행 속에는 내가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잠재해있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 중에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라는 의문으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 이 책에는 과거의 인물과 현재의 인물이 공존한다. 뛰어난 영민함으로 모든 이들의 주목을 받았던 의사 프라두는 과거의 인물로 그리고 그 과거 인물의 뒤를 좇는, 고지식한 라틴어 학자 그레고리우스는 현재의 인물로,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두 사람이지만 그들은 서로를 통해 자신의 삶의 본질을 찾아간다.

- 소설속의 남자 그레고리우스는 어느날 갑자기 자기 앞에 열린 길을 따라 나선다. 책 속의 책을 쓴 작가 프라두에 의해 삶이 통째로 흔들리는 것을 허락하고서.

책 속의 작가 프라두는 풍요롭고 진지하며 사뭇 고통스럽기까지한 사유의 세계로 그레고리우스를 안내한다.

그레고리우스는 그 길을 따라 짧은 여행길 속에서 길고 영원한, 결코 자기가 선택해서 탄 기차가 아니었던 인생이라는 여정의 흔적을 되밟는다.

잠깐 멈춰서서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는 오늘, 그레고리우스처럼 강의실에 그대로 책을 펼쳐 놓은 채 야간열차는 타지 못할지라도 이러한 책과 함께 조용히 가을 속에서 내 삶과 주위를 돌아보는 것도 좋을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