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소설가. 1925년 뉴저지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자랐다.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 졸업 후 전투기 조종사로 수많은 전투에 참전, 비행 중대장까지 지냈다. 한국전쟁 경험을 바탕으로 군에서 집필한 소설 「헌터스」(1957)를 출간하면서 전역, 전업로 데뷔했다.
1967년 「스포츠와 여가」가 “사실주의적 에로티즘의 역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작가로서 입지를 굳혔다. 이후 한동안 시나리오 집필에 몰두해 영화 「다운 힐 레이서」와 「어포인먼트」의 시나리오를 썼다.
2012년 펜/포크너재단이 뛰어난 단편작가에게 수여하는 펜/맬러머드상을 받았고, 2013년에는 예일대에서 제정한 윈덤캠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 독자들의 한 줄 생각 & 한 줄 느낌

- 책 전체에 밑줄을 칠 수는 없는 노릇.ㅜㅜ 정제되고 연마된 아름다움의 모든 문장, 모든 순간, 잘 보낸 한 시간 같은, 빛나고 가벼운 조각들 속에서 영원에 대한 질문의 답을 본 듯하다.
- 설터의 소설은 시크하다.
- 오늘날의 한국을 보는 듯하다. 가볍지만 쉽지 않은 삶이다.
- 투명한 거울에 햇살이 반짝이고, 이 책의 문장들을 하나씩 손가락 끝으로 더듬으며 읽는다.
- 어떤 의미로든 이 책을 읽기 전의 당신과 읽은 후의 당신이 같은 사람일 수는 없다.

▣ 책 속에 밑줄긋기 &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

- 변한 게 없는 것 같았지만, 정확하게 똑같은 것 같았지만 보이는 게 다가 아니었다. 붕괴는 시작이 보이지 않는다. 어떤 국면에 이르러야만 벽에 균열이 보이고 기둥이 쓰러지고 건물의 앞면이 내려앉는다.
- 내게 용기가 있었다면, 믿음이 있었다면, 그는 생각했다. 우리는 마치 중요한 일을 수행하듯 우리 자신을 보존한다. 그러기 위해서 항상 다른 사람을 희생시킨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비장해둔다. 남들이 실패하면 우리가 성공한 것이고, 남들이 바보 같으면 우리는 현명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실을 부여잡고 나아간다. 주변에 아무도 남지 않을 때까지.

▣ 은랑 생각

- 이 책은 경이로울 정도로 디테일하다. 이 디테일 이야말로 이 소설의 힘이자 전부다. 평범하게 이를 데 없는 부부 네드라와 비리를 내세워 미국 중산층 가족의 내부를, 그 겉과 안의 인물들이 스스로 미처 깨닫지 못하는 속마음까지도 작가는 자유롭게 드나들며 섬세한 문장을 수놓는다. 적나라하고 치밀하다.
머리로만 알았던 삶의 선명한 진실을 이 책을 통해 날카로운 펜촉으로 가슴 한복판에 새겨 넣는다.
- 대부분 책을 읽을 때, 책이 재미있으면 숨쉴틈없이 페이지가 넘어간다고 표현한다. 나 또한 그런 표현을 쓴 적이 많은데 이 책은 깊은 숨을 내쉬느라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다는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읽어 내려가는 동안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저절로 무릎을 치게 된다.
매일매일 찾아오는 하루, 일상의 균열은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이 책은 정말 오랫동안 읽었다. 페이지가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밑줄을 몇 개나 그었을까. 결국엔 포기하고 나중에 다시 읽어보기로 했다. 사람이 한결 같으리란 것, 일상의 안정이 변치 않으리란 것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 그 변화의 과정을 천천히 보여주는 소설이다.
- 제목은 역설적이게 가벼운 나날이지만 그 가벼운 나날에 도사리고 있는 삶의 무게가 한없이 무겁다.
그래서 어떤 결론에 이르게 될지라도 그 결과가 하나도 어색하지 않은 인생의 길들이 우리 주변에 널려있다.
이 책을 마지막 잎새에 비유한 것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정말 그러리라 생각한다. 시대와 삶에 대한 환멸과 절망이 몸을 가위처럼 누를 때마다 소설 속 그녀가 잎새를 보았듯 세밀하고 사려 깊은 문장들 틈에서 자신만의 희망 광맥을 분명히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