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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호 애도일기

▲ 롤랑 바르트

▣ 프랑스 북부 쉐르부르 태생. 출생과 성장과정에서 다양성에 대해 열린 태도를 체득했다. 청년시절 폐결핵으로 고등사범학교 진학과 교수자격시험을 포기한 바르트는 소르본느에서 고전문학을 전공한 후 젊은 시절 루마니아와 이집트의 대학에서 프랑스어 교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20세기 후반 가장 뛰어난 프랑스 지성인 가운데 한 명으로 구조주의자, 사회학자, 기호학자, 에세이스트, 문화비평가로서 오랫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다.

▣ 역자 : 김진영
고려대학교 독어독문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았다.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비판이론과 그 중에서도 아도르노와 벤야민의 철학과 미학을 전공으로 공부했으며, 그 교양의 바탕위에서 롤랑 바르트를 비롯한 프랑스 후기 구조주의를 함께 공부했다.

▣ 독자들의 한 줄 생각 & 한 줄 느낌

- 가을에 조용조용 읽고 싶어서 구입했습니다. 잔잔하네요.
- 절절하고... 절묘한 문장들.
- 짧지만 깊은 공명을 준다. 여백마저 좋다. (하지만 다른 분들처럼 약간 비싼 느낌)
- 애도를 글로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왠지 어색하다 생각해왔다. 하지만 그의 슬픔은 왜 이토록 처연하게 아름다운가.
-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주변의 평가도 좋아서.
- 표지에서부터 슬픔이 배어난다. 아리고 슬픈, 나의 전부인 사랑을 잃어버렸을 때의 절망감, 그것을 어떻게 다 표현할 수 있을까.
- 바르트의 슬픔이 담겨 있다. 노골적이지 않아서 더 깊이 다가온다.

▣ 책속에 밑줄긋기 &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

- 한편으로는 별 어려움 없이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이런저런 일에 관여하고, 그런 내 모습을 관찰하면서 전처럼 살아가는 나.
다른 한편으로는 갑자기 아프게 찌르고 들어오는 슬픔. 이 둘 사이의 고통스러운(이해할 수 없는 수수께끼 같아서 더 고통스러운)파열 속에 나는 늘 머물고 있다.
- 우리가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들을 잃고 그 사람 없이도 잘 살아간다면, 그건 우리가 그 사람을, 자기가 믿었던 것과는 달리, 그렇게 많이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까.
- 마망의 죽음은, 모든 사람들은 죽는다는, 지금까지는 추상적이기만 했던 사실을 확신으로 바꾸어 주었다. 그리고 여기에는 그 어떤 예외도 없으므로, 이 논리를 따라서 나 또한 죽어야만 한다는 어쩐지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 책 소개

- ‘현대 비평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사람’으로 꼽히는 롤랑 바르트가 어머니의 죽음을 애도하며 쓴 일기다. 바르트의 어머니 앙리에트 벵제는 1977년 10월 25일 사망했다. 그 다음날부터 바르트는 애도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이 일기는 2년 뒤인 1979년 9월 15일에 끝난다. 노트를 사등분해서 만든 쪽지 위에 잉크로 때로는 연필로 일기를 써내려가고 책상 위 조그만 상자에 이 쪽지를 모아두었다. 자신의 일부라고 여겼던 사람을 잃어버렸을 때 우리에게 다가오는 깊은 슬픔을, 작가는 이 덱스트에서 상실의 슬픔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파헤치고 내지른다.

▣ 은랑 생각

- 날마다 쓰여진 이 일기에는 바르트의 침묵이 담겨있다.
때로 단순하고 반복적이다. 그것이 무섭다. 단순하고 반복적으로 슬픔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 그것이 어떤 한 사람의 죽음을 견뎌야 하는 살아남은 자의 안타까움임을 절절히 느낄 수 있다.
롤랑 바르트의 애도는 그 스스로 슬픔이 되어 버린 일이다.
슬픔 속에 있는 게 아니라 슬퍼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그것이 어머니를 떠나보낸 롤랑 바르트의 말년이었다. 수십 년 전에 어머니를 떠나보낸 바르트의 애도 일기가 왜인지 오늘날의 한국사회를 생각하게 만든다.
사랑하는 이를 잃고 발조차 닫지 못하는 사람들이 떠오르는 건 나만은 아닐 것 같다.
애도의 방식에서 그 나라 사람들의 삶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는데 과연 우리나라 사람들의 애도의 태도는 어떤 것일까. 조금 더 생각해 봐야할 밤이다.
-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드는 생각은 바르트의 애도를 완전히 설명하기란 불가능 할 거라는 거다. 우리가 대면하는 수많은 애도들은 과연 어떻게 표현되고,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에 대한 질문을 하게 한다.
한 문장만으로도 자신을 담아낼 수 있는 사람, 끊임없이 밀려오는 애도의 생각 속에서 자신의 순간적인 단면을 가장 선명히 드러내는 한 문장을 떠낼 수 있는 사람이 롤랑 바르트임을 확인할 수 있다.
- 이 책을 읽으며 때로는 경탄하기도 하고 때로는 심드렁하기도 했지만, 삶과 죽음, 사랑과 상실 등에 대해 다층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다. 올 한해를, 아니 남은 삶을 어떤 태도로 살아갈 것인가 하는 스스로의 방향을 잡을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
시간이 흘러 경험이 더 쌓이고 난 뒤 다시 읽으면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