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화천에서 군인의 아들로 태어나 진해, 양평, 파주, DMZ, 잠실 등 전국을 주유하며 성장했다. 연세대 경영학과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후 헌병대 수사과에서 군역을 마친 그는 단편 「거울에 대한 명상」을 가지고 95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두드려 본다. 첫 단추는 낙선. 그러나 그 해 봄 문화비평지 「리뷰」에 이 작품을 보내 바로 등단한다.

두 권의 작품집과 한 권의 장편을 내면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가 중 한 명이 되었다. 그의 소설들은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이탈리아, 중국, 네덜란드, 폴란드, 터키 등에 판권이 수출되어 세계 각국에서 번역 출간되고 있다. 2004년에는 한 해 동안 동인문학상, 이산문학상,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해 화제가 되었다.

▣ 독자들의 한 줄 생각 & 한 줄 느낌.

긴장감 속에 범인은 누굴까. 하며 읽다가 “헐~ 이게 뭐야?” 된 통 당한 듯한, 아! 그럴 수도 있나보다!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나게 읽었어요. ‘살인’이라는 소재를 가지고도 이렇게 쓸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마지막 반전까지... 좋아요.

간결한 문체와 가벼운 호흡, 순식간에 마지막 장을 본 소설. 이정도면 만족.

이런 이야기, 구성을 원래 좋아하지만 이 책은 지루함 없이 단번에 읽음.

문장의 호흡과 리듬이 너무나 절묘하고 세련되다. 시크한 유머감각에다 단번에 읽어 내려가게 되는 흥미진진함, 짙은 안개 속에 남겨진 것 같은 마무리까지. 기술적으로 멋진 소설, 다만 반야심경 등을 들먹이며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잘 와 닿지 않았다.

독자에게 상상을 계속 요구하는군요. 빈 공간이 많아 읽고 나서 줄거리를 따져 생각하다보면 모골이 송연해집니다.

확실히 잘 읽힌다. 마음에 와 닿는 한 노년 킬러의 독백 속에 담긴 아포리즘은 노트에 베껴 간직해 놓고 싶을 정도로 공감도 간다. 그러나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는 과연 무엇이 진실인지, 내가 스토리를 제대로 이해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독특함과 경이로움 그리고 역간의 당혹스러움.

▣ 책속에 밑줄긋기 &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

나는 잘하는 게 하나도 없었다. 오직 딱 한가지에만 능했는데 아무에게도 자랑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무에게도 털어놓을수 없는 자긍심을 가지고 무덤으로 가는 것일까.
“박주태는 어떻게 만났니?” 아침을 먹다 은희에게 물었다.
“우연히요. 정말 우연히요.” 은희가 말했다.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쓰는 ‘우연히’란 말을 믿지 않을 것이 지혜의 시작이다.

▣ 김영하의 한마디

이것은 내 소설이다. 내가 써야 한다. 나밖에 쓸 수 없다.

▣ 은랑생각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살인자가 주인공이라는 것이 독특하다. 글쓰기라는 것이 문체나 세부적인 내용도 중요하지만 설정이 주는 영향이 무척 크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소설이다. 읽다보면 살인자가 말하는 살인에 관한 소재들이 나오는데 작가는 냉정하면서도 유머가 묻어나는 문체를 구사한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무시무시한 일이다. 기억에 대한 두려움, 내가 기억하는 것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 내가 생각한 것들이 실은 망상이란 것, 내 세계가 무너지고 자아가 사라지는 공포다.
실제로 육체에 가해지는 위협과는 또 다른 종류다. 이 책, 끝까지 물고 가는 힘도 좋고 감각적이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이 소설은 담담한 서술체와 유머가 좋다. 주인공 김병수는 큰일이건 작은 일이건 호들갑 떠는 일 없이 담담하고 차분하다. 가만히 입을 다물고 속으로 생각하는 나이든 남성의 느낌이 나서 좋다. 문자 하나하나가 가슴에 콱 박힌다. 쉽게 읽히면서 조금씩 이야기에 균열이 생기고, 이게 뭐지? 하다가 결말에 뒤통수를 얻어맞는 느낌이 나쁘지 않다.
반전의 중요성이 실감난다. 신선하다. 그렇지만 책을 덮고 나서도 남아있는 찝찝함과 섬뜩함이 한동안 가시질 않고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