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소설’, ‘올해의 문제 소설’에 선정되고, 한국일보 문학상, 이효석 문학상 등 굵직한 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문단의 큰 주목을 받아온 작가다.

▣ 독자들의 한 줄 생각 & 한 줄 느낌.

 ‘뼈 도둑’을 읽으면 어디선가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웰컴 투 황정은 월드!!

 문장을 가만히 곱씹으며 읽게 하는 소설가.

 희미하게 존재하므로, 존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므로, 무척 쓸쓸한 일생들, 아니 인생들.

 가난하고 외롭고 쓸쓸한 사람들에 대하여 말하기 그러나 따뜻함을 곳곳에 심어두기.

 어떤 분열들, 어떤 행로, 명료하지 않은 세계를 명료하게 표현한 작가에게 동경의 박수를.

 깊은 우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더 깊은 우물에 빨려들어 가는 느낌.

 이 작가의 책을 왜 이제야 읽고 있나.

 어쩌면 나, 어쩌면 당신의 이야기일지도 모를 이야기.

 우와! 신기하다. 작가의 문체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간신히 존재하는 것들을 감싸 안는 맑고 단단한 언어.

▣ 책속에 밑줄 긋기 &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밀짚모자를 쓴 남자가 팻말을 목에 걸고 이쪽을 향해 서 있었다. 팻말에 적힌 글자가 너무 조밀하고 두꺼워서 유달리 크고 네모지게 적힌 생존이라는 단어 말고는 이쪽에서 제대로 읽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상당한 시간 목에 걸고 다닌 듯 그의 생존이 너덜너덜했다. 내가 그를 보는 것을 그도 보았는지 그가 나를 보았다. 아마도 그런 것 같았다. 한동안 서로 바라보았다. 버스가 신호를 받고 멈춰서며 그를 가렸다. 다시 바위처럼 살아가보자는 노래가 시작되고 있었다. 신호가 바뀌고 버스 지나간 자리를 보니 그는 사라지고 없었다.

▣ 작가 한마디

여기 묶인 아홉 편의 이야기는 그런 시절과 저런 시절에 다른 누구에게 필요했다 라기보다는 일단 내게 필요했기 때문에 쓰였다. 내게도 말을 잃은 시기가 있었는데 돌이켜 보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은 아닌 그 시기에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곤 아무도 아무도 뿐이었다. 소설이 잘 되지 않는다고 의기소침해지면 네가 인간의 꼴을 띠기 시작한 것이 고작 십년. 풋내기 인간으로서는 분발하고 있다 라고 격려해 주는 친구가 있고 동생들이 있다. 터프한 인간이 되고 싶다.

▣ 은랑생각

이 작가의 작품, 매우 특이하다. 문장이 담백하고 깔끔할 뿐 아니라 쓸데없는 군더더기가 전혀 없다. 한 장 한 장 넘기는 재미와 이토록 깊은 맛이 나는 책은 오랜만이다. 쉽게 읽히는 책인데 두고두고 아껴서 야금야금 읽고 싶게 하는 이상한 책이다. 문장 하나하나에 매료되어 버렸다.

표제작 ‘파씨의 입문’을 포함한 총 아홉 편의 작품들. 소소한 일상 풍경을 바라보는 소수자들을 향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문장 안에서 느껴진다. 작가적 통찰로 꽉찬 문장을 절제된 감정으로 조곤조곤 이야기한다.

슬프고 따뜻하고 착한 소설. 이 세상에서 사라져 가는 작은 존재들 때문에 읽는 동안 쓸쓸해지면서도 그들을 향한 최대한의 선의와 배려를 담은 작가 덕분에 따뜻하게 위로 받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