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 문 희 -
▣ 서울대 지리교육과 졸업. 1988년 돌무지로 「월간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 1995년 「율리시즈의 초상」 으로 제4회 작가세계문학상, 「서로가 침묵 할때」 로 제2회 국민일보문학상에 연이어 당선되었다. 소설집 「크리스털 속의 도요새」(1995), 「백년보다 긴 하루」(2000), 나비눈물(2008)이 있다. 「난설헌」 으로 제1회 혼불 문학상을 수상했다.

▣ 독자들의 한 줄 생각 & 한 줄 느낌

여자, 그 슬픈 이름의 시작과 끝.

희고 아름답고 단단한 조선의 여인을 만났다.

지하철에서 읽다가 펑펑 울어버린 책.

오랜만에 술술 읽히는 책.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름, 난설헌.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천재 이야기.

그 시대의 여성이라는 사회의 벽을 깨지 못한 점이 아쉽다. 아깝다.

누구보다 멋진, 슬프고 기구한 여인.

대단하신 작가가 풀어 놓으신 난설헌 이야기, 흥미진진.

난설헌에 대한 이야기가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꼼꼼하게 바느질 하듯 되살려낸 난설헌의 질곡 같은 삶.

▣ 책 속에 밑줄 긋기 &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

차양 끝에 매달린 풍경소리가 오늘따라 무겁다. 두 손을 깍지 낀 초희가 어긋나서 맞물린 열 손가락을 새삼 들여다본다. 열 손가락의 맞물림 같은 것이 결혼인가, 너무 조여 잡은 손가락들이 어느새 저려든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반드시 행복한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서로의 체온을 묻히고, 서로의 지문을 가슴에 감으면서 서로의 숨결소리를 듣는 것, 그것이 결혼이라는 만남일까.

초희는 고개를 흔들었다. 시댁 사람들과 어우러져 잘 해낼지, 그것에 대한 불안도 가슴 밑바닥에 안개처럼 고여 온다. 바람이 일어 처마 끝에 달린 붕어가 몸부림친다. 구름 저편에 산이, 산 너머 저편에 마을이, 그 마을을 지나 강이나 들 ....
바람이 처마 끝 풍경을 때리고 지나간다.

▣ 책 소개

“나에게는 세 가지 한이 있다. 여자로 태어난 것. 조선에서 태어난 것. 그리고 남편의 아내가 된것ㆍㆍㆍ.” 스물일곱, 짧고 불행했던 삶을 살다간 여인. 고통과 슬픔을 시로 달래며 섬세한 필치로 노래한 시인. 호는 난설헌. 자는 경번, 이름 초희. 시리도록 아름다운 한 여인의 눈물이 지금 다시 흐른다.

▣ 저자의 한마디

‘아름다운 여인’ 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쓰고 싶었다. 시대를 건너뛰면서 두리번거리다 조선의 시인 난설헌에게 머물렀다. 그것은 발견이었고, 계기였을 것이다. 정갈하게 다듬어진 외모와 빛의 알갱이처럼 영롱한 영혼의 소유자, 세속에 때 묻지 않은 순수, 원망이나 미움, 화를 자신의 내부로 끌어당겨, 시라는 문자를 통해 여과시켰던 난설헌이야말로 아름다움의 표상이었다.
난설헌의 짧은 생애를 불꽃처럼 태운 문학에의 열정, 종이와 붓이 있으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명주실 뽑아내듯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써내려갔던 그의 시는 영혼의 부르짖음이었다.

▣ 은랑 생각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천재 여류 시인이라는 겉옷 속에 400년간 묻혀있던 여인 허 초희의 이야기들을 애잔하고 아름답게 복원해 냈다. 아비를 잃고, 딸과 아들을 차례로 보내고, 어두운 담장 안에 갇힌 채 피눈물로 글을 써내려갔을 그녀의 아픔에 어느 순간 가슴이 아리고 눈가가 시큰해졌다.

시를 쓴다는 것, 글을 쓴다는 것, 난설헌은 밥을 먹듯, 물을 마시듯 시를 썼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냈다.

학창시절에는 시를 잘 쓰는 허균의 누이 정도로만 알고 있던 것이 전부였다. 이 책을 통해 허난설헌에 대해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된다. 그 시대 여인들의 삶, 안타깝고 눈물 난다. 시대의 아픔을 온몸으로 겪은 여인, 우리들조차 그녀를 옭아맸던 낡은 시대로부터 그다지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마음으로 안아주고 싶은 아름다운 여인이 이 책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