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의회 예산결산위원회가 내년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익산시가 편성한 시장의 시책추진비 2억8천만원 중 2억5천만원을 삭감했다.

게다가 읍면동 지역숙원사업, 문화예술체육활동, 홍보사업비 등을 대폭 칼질했다. 전국적으로도 보기 드믄 사례고, 무리한 삭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익산시장의 대외활동을 사실상 마비시킨 셈이다. 특히 삭감된 비용은 국가예산 확보나 기업유치, 대형사업 추진에 필요한 예산들이어서 익산시장에게 일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우선 상임위 심사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 지난 8월과 11월 벌어졌던 의회와 집행부와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량사업비를 포기한 채 시장의 업무추진비도 같이 삭감한 것이다.

예결위 심의과정에서도 같은 문제가 노출됐다. 상임위 심사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있을 경우 예결위원들이 재조정을 해야 하는데, 그냥 넘어갔다.

7명의 예결위 위원 중 5명이 민주당 익산을지역위원회 소속이었다.  이들은 예결위 심사과정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는 사안에 대해 걸핏하면 다수결로 하자고 으름장을 놓았다고 한다.

결국 예결위는 을지역위 소속 의원들의 의견이 대부분 반영돼 총 104억5천404만7천원을 삭감했다.

이 같은 결과는 집행부와 의회간 불통에 따른 것이고, 집행부가 불통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하더라도 지나친 삭감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사를 명확히 구분해 심의했다면 다른 부문보다 시책추진비와 홍보비 삭감에 더 방점을 두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기회에 집행부도 의회와 소통하려는 진정성이 있었는지 반성해볼 일이다. 의회와의 갈등 때문에 예산편성권을 무리하게 행사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하고, 의회와의 소통창구를 열어야 한다.

‘묻지마 출마’는 혼란만 가중시킨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예비후보자들이 연이어 총선 출마의사를 밝히고 있다. 현재 익산에서 거론되는 후보자만도 10명 정도인데, 출마선언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예비후보자들이 국회의원 후보자로서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피선거권은 헌법상의 권리이기 때문에 출마를 말려서도, 말릴 수도 없지만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묻지마 출마’는 안 된다.

일단 출마를 선언하고 나서 당선되면 좋고, 안 되도 그만이라는 생각은 시민들의 혼란과 과열선거를 부추길 뿐이다. 왜냐하면 국회의원에 왜 출마하는지, 현역 국회의원에 비해 자신이 어떤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고 차이점이 있는지, 국회의원으로서 무엇을 할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특히 지역 및 국정현안에 대해 뚜렷한 소신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평소에 공부를 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평소에는 서울에서 생활하다 총선에 임박해 지역에 위장전입하는 후보도 있다.

그저 정치권 안팎에서 활동한 경력이나 유력정치인과의 인맥을 내세워 출마를 결정했거나 지역에서 활동하다보니 아는 사람들이 많아져 출마하거나, 개인의 출세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나온 것으로 비쳐진다.

예비후보 등록시점인 지난 13일부터 익산에서는 모두 3명이 기자회견을 통해 출마를 선언했다.

어떤 예비후보는 단 여섯 문장으로 출마의 변을 낭독한 사람도 있었고, 각론은 없고 총론만 너저분한 사람도 있었는데, 국정 현안에 대해 의견을 밝힌 사람은 없었다. 특히 왜 자신이 아니면 안 되는지에 대해 명확한 설명이 없었고, 지역의 현안에 대해 총체적인 접근을 모색한 후보도 없었다.

한미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의 국회통과를 찬성한다는 후보는 익산시민들과 농업농촌에 대한 고민을 드러내지 않았고, 한 후보는 민주당의 당론을 자신의 의견인 양 말했으며, 어떤 후보는 충분히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세 후보 모두 자유무역협정에 따른 피해는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미뤘다. 정부 대책이 미흡해서 문제인데, 정부만 바라봐서 어쩌자는 것인지 선뜻 납득이 안 된다. 농업비중이 큰 익산에서 국회의원으로 출마하면서 한미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는 후보는 이상하게 한 명도 없었다. ‘어차피 우리나라는 통상국가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이유를 댔다.

월급쟁이와 자영업자, 소상공인과 농업인이 대부분인 익산시민들 앞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발언은 아니다. 이들이 유권자의 선택을 받으려면 한미자유무역협정으로 수출대기업이 성장할 경우 익산시민에게 어떤 혜택이 돌아오는지 이해시켜야만 한다.

국회의원은 국정을 감시견제하면서 지역의 현안까지 챙겨야 하는 막중한 자리인 만큼 예비후보자들은 심도 있는 공부를 해야만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국회에 입성해봤자 개인과 정당의 이득에 몰두하거나 특정계파의 거수기 역할밖에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