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에서 전북지역 단체장들이 업무추진비를 많이 썼다고 지적 받은 후 언론들이 대거 가세하면서 비판의 칼날이 매서워졌다.

단순히 재정자립도나 세 수입 규모로만 보면 국회의원들의 지적에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부채가 많고 인구는 줄어드는데 업무추진비가 늘어났다면 국정을 감시해야 할 국회의원으로서 당연히 지적할만도 하다.

하지만 내용을 따지고 보면 이같은 지적들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국회의원이나 단체장, 도의원, 시의원 등 주민들의 표를 얻어야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출신성분이나 성향, 소속 정당이나 신념과 관계 없이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경조사비 등을 무시할 수 없다.

단체장이든 일반 시민이든 현재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에 대해 자유로울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 중앙부처나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사업이나 예산을 따올 때,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업체 관계자를 만나거나 해외로 출장을 갈 때는 반드시 비용이 수반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활동을 많이 하면 할수록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요즘은 국비를 확보하기 위해 전국의 지자체가 전쟁을 벌이고 있다.

기업을 유치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누가 먼저 치열하게 대외활동을 많이 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이는 지역경제와 주민들의 삶의 질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지자체들이 중앙부처 공무원이나 국회의원, 기업체 관계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동원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어떤 지자체는 공무원들이나 국회의원의 생일까지 파악해 선물을 돌리기도 한다고 비판받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사회의 구조가 말해주듯, 부탁을 하기 위해 사람을 만날 때 밥값이나 술값을 각자 부담하거나 상대편에 미룰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왕이면 빈손이 아니라 지역 특산품이라도 손에 들려주는 게 미덕인 것이다.

또 상대편이 누구냐에 따라 말로 설득해서 될 일이 있고, 때로는 접대가 필요할 때도 있을 것이다.

접촉 방법은 상대편에 맞추는 것이지, 접대하는 측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말로 해도 될 것을 왜 접대비를 썼느냐고 나무란다면 협상의 기술을 모르고 하는 소치일 수 있다.
가뜩이나 아쉬운 형편에 있는 자치단체의 입장에서는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설득이 필요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사실 우리가 업무추진비 또는 판공비라고 하는 것은 좋지 않은 시각으로 보면 단체장이나 기관장의 쌈짓돈으로 볼 수 있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면 대외활동비 내지는 로비자금이다.

익산시장이 판공비를 많이 쓰기는 했다. 하지만 국가 예산 300억 대에서 1천억 시대를 연 것은 그만큼 대외활동에 성과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무추진비를 많이 썼다고 마냥 나무랄 일만도 아닌 것이다.

익산시는 야학교에 무조건적 지원을 바란다

지난해 말 통계청 전수조사 자료에 따르면 익산에서 생활하는 이들 100명 중 16명은 중졸 미만의 학력이다. 익산시의 미취학 인구만도 1만3,900명에 이른다.

현재 익산시의 예산규모는 8천억원 시대를 지나고 있다. 어느 정도는 살만하다는 이야기다. 중졸미만의 학력을 지닌 익산의 시민들 대부분은 익산이든 타지역이든 간에 자식들이 어느 정도 성공해 자리를 잡은 상태다.

그러니 이제는 그들이 이루지 못한 배움의 꿈을 실현시켜 줄 때다.

하지만 익산시의 평생학습과 문해(문자를 해득하는)교육에 대한 관심도는 밑바닥을 치고 있다.

익산시가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된지도 벌써 6년이 지났지만 익산시의 문해교육 정책에 의해 교육을 받고 있는 사람 수는 턱없이 적다.

익산시가 공식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문해교육은 함열읍, 낭산면, 모현동, 인화동, 동산동에서 실시하는 게 고작이다. 단 몇개의 주민자치센터만이 프로그램을 할 뿐이다.

여성친화도시라고는 하지만 배우지 못한 이들은 주민자치센터에 발붙이기도 힘들다.

평생학습축제에 6~7천만원의 예산을 쏟으면서도 막상 야간학교에 몇백만원 지원하는데는 참으로 인색하다.

익산시의 관심도가 지극히 저조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익산시는 혁신적인 새로운 평생학습 정책을 세워 문맹률을 낮추길 바란다.

또한 익산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두개의 야간학교에 적극적 지원을 아끼지 않길 바란다. 화장실을 고치는 여성친화도시보다는 문해능력이 충분한 여성들이 많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