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부의 새만금 수질개선 대책으로 인해 논란이 됐던 익산시의 취수원 변경문제가 어우보 취수권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일단락 됐다. 이로써 막대한 예산을 절감하게 됐을 뿐만 아니라 익산시민들이 3급수의 물을 정수해 먹어야 되는 부적절한 상황에서도 벗어났다.

만일 어우보를 차단하고 3급수인 삼례천 물을 정수해 먹어야 하는 처지가 될 경우, 익산시민들은 매년 480억원의 정수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했다. 이 방법을 택하지 않고, 1급수인 수자원공사의 물을 구입해 먹을 경우에는 연간 110억원의 비용이 소요되는데 이 역시 시민들이 부담해야 할 몫이었다.

그런데 이를 익산시장 이하 공무원들이 막아냈다. 그래서 이번 먹는물 해결은 의미가 크다. 그동안 관료주의가 팽배한 익산시 공직사회의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또 탁상행정과 무사안일한 의식이 타파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

특히, 능동적이지 않아도 특정한 과오만 없으면 정년을 보장받는데 따른 철밥통 의식과, 당면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어도 인사이동되어 떠나면 그만이라는 식의 소극적인 자세가, 이번 값싸고 품질좋은 상수원 보호의 개가를 통해 크게 개선되리라 믿는다.

1급수 어우보 취수원을 지키기 위해 익산시 공무원들이 보여준 관련 정부부처와 기관에 대한 조직적인 대처와 끈질긴 설득, 효과적인 공략은 본보기가 될만 하다. 이런 해당 공무원들의 활동은 지역 언론과 의회, 지역시민사회를 움직이게 했고, 원하는 결실을 맺으면 지역공동체 결집의 계기도 마련했다.

거듭 말하거니와 능동적인 자치단체의 행정행위는 지역사회의 발전과 변화를 견인한다. 익산시장 이하 관계 공무원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한다.

공무원과 의원의 본원적 위상을 살펴 볼 때다

지난 2일 익산시청공무원노조의 의회 비난성명에 대해 시의회와 시민단체가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노조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미룰 일만은 아니다.

문제는 노조가 조합원 대다수의 의견을 반영해 의회를 비난했는지의 여부를 떠나 스스로를 돌아보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시청 안팎에서는 현재 노조가 기자회견을 열어 의회를 비난한 것이 잘못된 일이 아니었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정당성을 인정받으려고 하는 움직임이 노출되고 있다.

최근 노조 집행부는 의원의 고유권한에 시비를 가리자는 목적으로 기자회견을 한 것은 아니며, 공무원이 의원으로부터 시정질문 요지를 사전에 받지 못해 답변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못한 고충을 개선하고자 의원의 시정질문을 문제 삼은 것이라고 조합원들에게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내놓은 변명에 불과하다.

해당 의원은 분명히 질문 요지를 담당과장에게 전달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게다가 문제가 된 내용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상용직노조가 시청 담당부서에 줄기차게 시정을 요구해왔던 사안이었다. 설령 질문 요지를 충분히 전달받지 못했다 하더라도 기자회견을 열어 공개적으로 비난할 일도 아니었던 것이다.

노조는 또 시의원이 공무원의 '상전'은 아니라며 의정활동에 충실하지 못한 의원에 대해서는 비판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잘못된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인격적으로야 익산시장인들 공무원의 상전이 될 수 있으랴마는 업무와 위상에 비춰볼 때 의회의 위상은 공무원들이 가볍게 비판할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익산시민의 대리인으로서 시민에 의해 선출된 의원의 공적 활동에 대해 공무원노조가 공개적으로 비판할 수 있다는 합리적 근거를 어디서 찾았는지 노조에게 묻고 싶다. 또 의원의 잘못을 비판할 자격은 공무원이 아니라 시민에게 있다.

특히 의원이 전화통화로 호출하거나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행위로 인해 공무원들의 사기와 의욕이 떨어진다는 말도 나오는데, 어불성설이다. 일부 의원들의 행태도 개선돼야 하지만 그렇다고 의회의 자료요구가 없었던 독재정권 시대에 공무원의 사기와 의욕이 충천했던가 따져볼 일이다.

의원총회에서 특정 공무원의 사주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의원에 대해 사실관계를 밝히겠다고 말하는 노조의 모습에는 아직도 반성의 여지를 찾아볼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노조는 더 이상 변명을 늘어놔서는 안 된다. 변명은 또 다른 변명을 낳는 법이다. 노조는 진지한 성찰을 통해 조속히 결단을 내려야 한다. 시민여론은 노조에 우호적이지 않다. 의회와 시민에게 사과하는 것이 시민에게 인정받고 사기를 높이는 첩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