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라북도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안을 입법예고하자 학부모를 비롯해 각계에서 의견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학생인권조례가 교원의 권리, 즉 교권을 침해한다는 반론이 공식적으로 나오고 있다.

조례가 제정되면 교실 현장에서 교원의 권위가 더욱 추락할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교권 추락을 우려해 조례안을 반대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을 뿐더러 설득력 또한 없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미 합법적인 동시에 양심에 의해 획득한 권위 말고는 설 자리가 없을 뿐 아니라 사회구조가 교사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반칙과 비도덕, 자유시장체제의 신봉과 물신주의, 부패와 비리 등으로 이미 오염될 대로 오염됐으며 교실과 교권은 무너진 지 오래다.

사회 전체가 썩고 병들었는데 추락하고 있는 낡은 개념의 교권을 붙잡아두려는 것은 더러운 물속에 사는 물고기 한 마리가 혼자만 깨끗한 물을 마시고 싶다는 열망과 다를 게 없는 것이다.

만약 이런 상황을 교육계가 모르고 있다고 말한다면 위선이고, 알고 있었다면 지금까지 자정노력이 없었다는 점에서 직무유기다.

우리 사회에서 오직 무너지지 않은 것이 있다면 돈과 권력뿐이다. 이중 과거에 무소불위로 군림했던 권력마저도 시장에 의해, 민주주의에 의해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현실에서 살아남은 것이 있다면 오직 시장에서 군림하는 자본뿐인 것이다.

이같이 사회가 부패한데다 스승의 개념도 변화했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과거 군주제 시대의 '스승'이라는 직업은 신분이 높은 계급이 독점했으며, 스승은 소수 인텔리계층에 속했다.

게다가 교육의 현장은 철학과 정치를 가르치는 토론장이었다. 그러나 산업문명이 발달하면서 교육자는 단순히 지식과 기술을 전달하는 노동자로 전락했고, 과거처럼 특권계급에 속하는 인텔리계층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원은 과거 '스승'의 개념을 벗어나 시대에 맞는 교원의 위상을 스스로 정립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그 첫걸음이 학생인권을 존중하는 것이다. 교권 추락이라는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는 데 힘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제도적 장치를 통해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생산적인 논의를 벌여야 한다.

익산의 종교는 이권개입 그만해야

익산에는 다양한 종교가 혼재한다. 숫적인 면에서도 인구에 비례해 국내 최고라는 지역들에 뒤지지 않는다. 원불교의 총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익산의 종교는 왕왕 정치인들과 섞여 잡음을 일으키곤 한다. 또 특정 종교를 앞세운 모리배들의 이권 개입은 지역사회의 문제가 되기도 한다.

특히 사회복지, 유스호스텔 운영권 등을 비롯한 각종 이해관계에 있는 사업들에 종교계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면서 지역분열을 초래하는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선거때만 되면 종교인들이 특정 후보의 선거조직원화 되는 것도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신권(神權)은 정치권력보다 강하다. 종교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하는 이유다. 정치권력이 종교권력에 예속되면 종교단체간의 끊임없는 유혈충돌이 발생한다. 또 특정 종교에 예속화된 자치단체는 종교를 위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명백히 불법한 절차로라도 성스러운 전쟁을 치르듯 밀어붙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종교인의 정치개입은 정치와 종교 모두를 부패와 타락으로 인도하는 지름길임은 이미 과거 역사를 통해 체득해온 바다. 중세시대 교회는 왕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었다. 교황에게 미움을 보인 왕은 파문당해 왕좌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교황이 절대권력을 누리며 그 권력으로 결국은 십자군 전쟁을 일으켜 피를 보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최근 익산시를 보면 그런 위험성이 다분하다. 특정 사업을 추진하면서 공무원들은 징계를 감수하고라도 불법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할 뿐 아니라 실제로 밀어붙이고 있다. 공무원이 종교의 눈치를 보는지 자치단체장의 뜻에 따르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종교는 정치와의 관계에서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불의를 통해 이익을 얻게 되는데도 침묵을 지키는 것은 무언의 압력과 다르지 않다. 표를 생명으로 여기는 정치인의 종교에 대한 입장은 종교가 이렇다 할 입장을 표명하지 않아도 굴복해야 하는 상황으로 비쳐진다. 이것은 공멸을 초래한다.

익산시가 불법논란을 무릅쓰고 원불교 산하 단체를 유스호스텔 위탁운영자로 선정하려는 일을 중단하지 않는 것과, 기독교계에 특정 시설을 민간위탁하려 한다는 추문이 이는 것은 그 단적인 예다. 

종교가 정치인들의 약점을 이용해 이권을 취하는 것은 강탈이다. 익산의 종교계가 공공의 이익을 위하고 교화에 힘쓰는 일에 정진해 본연의 모습을 되찾기를 바란다. 정치인 역시 불의에 굴하지 않는 소신정치를 펼쳐 정교분리 윈칙을 실현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