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교육청이 최근 학생인권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헌법과 법령에 규정된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권, 유엔협약에서 정한 아동의 권리를 인권조례를 통해 실현코자 하는 것이다.

우리는 늦게나마 이 같은 조례제정을 시도하는 도교육청의 노력을 환영하며, 충분한 의견을 수렴을 거쳐 전라북도의회가 조속히 조례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본다.

우리는 누구든지 미성년이라는 이유로 성인이 당연하게 누리는 인격권 내지 기본권리를 제한당해도 된다는 논리를 거부하며, 정당한 이유 없이 성인에 의해 미성년자인 학생의 기본권이 침해돼서도 안 된다는 생각이다.

특히 학생인권조례안이 통과돼야 하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민간으로 정권이 이양된 이후 형식적인 민주화를 이뤘을망정 실질적인 민주화를 이루지 못했고 특히 아직도 군사독재문화의 잔재와 권위주의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졌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원 양성과정에 대해서도 신뢰할 수가 없다. 현재 우리의 교육은 경쟁 일변도로 획일화되어 있고, 학생들은 인성교육을 받을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누리지 못한 채 성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 같은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교원을 양성하는 대학에 들어가 얼마만큼 민주의식과 인권에 대한 존중의식을 배울 수 있었는지, 과연 교원양성 과정이 이 같은 과정을 중시하고 있는지 당연히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문제에 관한 한 교원이나 교육행정 공무원뿐만 아니라 학부모 역시 자유롭지 않다.  

따라서 학생인권조례 제정과정에서 지역사회 차원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조례 제정을 통해 학생의 인권보장을 실천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교육의 수요공급자 모두 환영할 일이지 부담스럽게 생각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새가 날기 위해서는 알을 깨야 하고, 수차례 날다가 떨어지는 일을 반복하는 아픔을 겪어야 하듯이 조례안 상정 및 통과 과정에서 여러 진통이 있을 수 있다.

또 조례안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몇 십 년 묵은 고질적 관행들과 체질화된 습관이 바로 없어지기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예상된다.

하지만 인권과 민주주의적 가치의 확산은 세계적인 추세이며, 선진국 문턱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인권과 민주주의의 실질적 확립 없이는 선진국으로의 진입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조례안 실천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각종 갈등과 정신적 고통은 일시적으로 피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며, 늦추면 늦출수록 고통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전라북도의회와 교육위원회는 부디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는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

농협과 축협, 반성과 쇄신을 바란다

최근 익산농협조합장이 뇌물수수 혐의를 부인하는 상고를 대법원이 기각, 조합장직을 상실하는 형이 확정돼 조합장 선거를 다시 치루게 됐다.

익산농협조합장은 조합원이 아들 채용을 청탁하면서 건넨 돈 수천만원을 받은 사실에 대해 법원이 유죄를 인정했다.

익산군산축협조합장도 농업협동조합조합법을 위반한데 따른 1심 유죄판결에 불복, 항소했다가 기각 당해 조합장직 상실 형을 선고한 1심 형량이 유지됐다.

1심은 조합장이 조합원들에게 당선을 목적으로 명절선물을 돌리고 상규에 어긋나는 과도한 축의금과 부의금을 돌린 혐의를 인정, 7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당사자가 대법원에 상고를 포기하거나 대법원이 100만원 이상의 형을 확정하면 보궐선거를 치뤄야 한다. 익산군산축협조합장의 경우 항소가 기각되자 익산농협조합장의 전철을 밟는 양태로 대법원에서 이를 뒤집기 힘들 것이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근래 조합장을 둘러싼 비위 의혹이 꼬리를 물면서, 농협이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되는 불명예로 얼룩졌다. 그 바람에 보궐선거도 여기저기서 연거푸 치러야 했다. 전 익산군산축협조합장의 경우 지난해 3월 12일 상임이사가 금품관련 의혹이 제기되자 목을 매 자살 했다. 2년 전에는 조합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금마 농협 조합장이 자살을 시도, 조합장 선거를 하루 앞두고 숨졌다.

이런 일련의 사건과 보궐선거는 단적으로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있는 조합장들의 현 주소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협동조합이란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자·농민·중소기업자 등이 자주적으로 결성한 경제적 단체로서 잉여의 외부유출을 방지하고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조합의 장의 의무는 성실과 신의의 원칙을 바탕으로 이들의 재산과 권리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조합장의 당선은 권력과 부의 쟁취가 아니다. 

농협과 축협의 재산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농민들의 피와 땀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보궐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들의 깊은 성찰과 당선 이후 강력한 내부쇄신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