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수도권 아파트에 대한 층간 소음 실태를 조사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28개의 공공아파트와 민간아파트 191세대 분석대상 가운데 96%(184세대)가 성능기준에 미달하는 바닥구조재로 시공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감사원이 아파트 층간소음 실태조사에 나선 것은, 층간소음 저감제도를 운영한 지 무려 15년이 지났지만 아파트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간 분쟁과 갈등이 매년 2만건 가량 발생하는 등 사회문제가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03년 아파트 층간소음 최소성능기준을 마련했다. 경량충격음을 58데시벨, 중량충격음을 50데시벨 이하로 각각 제한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를 위해 그 이듬해에 아파트 바닥구조에 대한 사전인정제도를 도입했다.

바닥 슬래브 두께를 기존 180미리에서 210미리 이상으로 대폭 늘리고, 이 기준의 충족여부를 사전에 인정받은 뒤 구조대로 시공하면 완공 후에는 층간소음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그런데 감사원의 실측 결과, 공공아파트 126세대 중 119세대와 민간아파트 65세대 전부가 사전에 인정받는 성능등급 1~3등급보다 하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조사대상 공공아파트 126세대 중 67세대(53%)와 민간아파트 65세대 중 47세대(72%)가 최소성능기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이 층간소음 저감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원인은, 사전인정·시공·사후평가 등 제도의 전 과정이 부실하게 운영됐기 때문이었다. LH공사 및 건설기술연구원 등 층간소음 차단구조제 시험분석을 신청받아 사전 인정업무를 수행하는 인정기관의 업무는 위법투성이였다.

도면보다 두껍게 제작된 시험체로 인정시험을 하거나, 조작된 완충재 품질성적서를 적정한 것으로 보아 바닥구조를 인정하고, 사실상 현장시공이 어려운 마감모르타르 배합을 인정조건으로 제시하거나, 시험시 확인했던 성능보다 저품질의 완충제가 시공될 수 있도록 성능인정서를 발급했다.

이로 인해 기 인정한 바닥구조 154개 중 95%는 당초 인정했던 차단성능을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특히, 126개 아파트 시공현장 중 88%에 달하는 11개 현장은 시방서와 다르게 바닥구조를 시공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파가 크다.

이 가운데 52%인 66개 현장은 사전에 견본세대에서 소음성능을 확인하고 완충재의 풉질성능을 확인한 후 본시공에 착공하도록 되어있는 시공절차를 위반했다. 또 67%에 해당하는 84개 현장은 바닥구조의 마감모르타르 강도, 슬래브 평탄도 등을 공사시방서나 국토부가 정한 품질기준에 못 미치게 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준공시점에 지자체 요구 등으로 층간소음 차단성능을 측정하는 공인측정기관은, 최소성능기준에 맞추기 위해 측정위치를 임의 변경하거나 데이터를 조작하여 성적서를 부당 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인정받는 바닥구조재 생산업체도 인정시험 때 보다 저품질의 완충재를 시공현장에 납품하고 있었다.

본지의 취재 결과, 익산시 아파트들 역시 층감소음 저감제도에 따른 사전인정·시공·사후평가 전반이 비정상으로 운영됐거나 운영되고 있을 공산이 높다. 사전인정과 시공이 수도권과 다를 바 없고, 익산시가 아파트 준공과정에서 사후평가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익산지역에서 기 건설된 아파트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부실 사전인정과 시공 실태를 확인하고 단호하게 조처해 현장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또한 준공과정의 사후평가에 익산시가 직접 참여해 층간소음 저감제도를 확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