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의회가 스스로 한 문제 지적을 뒤로 하고 조직개편안을 통과시켰다. 대단한 자기부정이다.

스스로 지적한 바가 여전한데 바른 결과를 바랄 수는 없다. 바란다면 도둑 심보요, 바른 결과든 뭐든 상관없이 그저 한낱 통과일 뿐이라면 그 존재 자체만으로 심각한 민폐다.

이미 심의 전부터 입길에 오른 개편안이었다. 3개월 전 행안부로부터 국 신설 재량을 부여받은 익산시는 과밀 탓에 어찌할 수 없는 복지환경국을 해체하기 위한 수순에 들어갔다. 과부하로 정상 작동이 되지 않는 마당에 천우(天佑)라 여겨졌을 법도 하다.

하지만 준비 부족이 발목을 잡았다. 으레 졸속 지적이 제기됐고 위인설관(爲人設官) 잡음도 흘러나왔다. 일부 부서는 계가 신설되는데도 불구하고 부서장과의 사전 협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전 공조직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인 만큼, 조직개편안 담당 상임위인 기획행정위원회는 사안을 면밀히 살폈다. 문제점도 이내 인지했다.

그러자 집행부 내부에서조차 부결 관측이 나왔다. 준비 부족을 인정함과 동시에, 시간적 여유가 있기에 기획위가 당연히 드러난 문제점 개선을 요구할 것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이었다.

그러나 기획위는 통과를 택했다. 시민에 의해 부여된 신성한 입법권한 행사의 장이, 적당히 눈치 봐서 통과를 시켜주는 시혜의 장이 됐다.

천우의 기회였기에 공조직 사기문제와 직결됨을 우려한 것이라며, 더더욱 부결함이 맞다. 탄탄한 준비를 거쳐 온전한 상태의 조직개편을 다음 회기에 심의해 통과시키는 것이 자신들이 손에 쥐고 있는 권한에 걸맞은 책임 있는 모습이다.

2년 전에도 같은 일이 있었다. 당시 기획행정위원회는 ‘누더기’, ‘시대착오’, ‘부실용역’, ‘헛돈’ 등등의 평가를 내놨음에도 조직개편안을 통과시켰다. 모든 문제의 근원으로 지목됐던 미래농정국 신설을 두고 그 효과가 불확실하고 그래서 예산 및 행정력 낭비가 우려되지만, 시장의 공약이고 의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란 이유로 자기부정을 주저 없이 보여줬다.

통과에 명분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충분히 알면서도 이례적으로 시장을 상임위에 출석시켜 발언의 기회를 주면서 없는 명분을 만들었다.

의회의 자기부정이 버릇이 될까 참으로 무서운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