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익산시의회는 지방자치사에 큰 족적 하나를 남겼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영숙, 강경숙, 임형택, 김수연, 박철원 등 5인의 의원들이 하나의 주제를 섹터별로 나누어 5분 자유발언에 나선 것인데, 지방자치를 실시한 이래 전국을 통틀어 전례가 없었다는 점에서부터 눈길을 끌었다.

이 릴레이 5분 발언의 단초는 2018년도 행정사무감사 과정이었다. 의원들이 총체적 난맥에 빠진 단체로 일컫는 익산시 체육회 감사는 집행부의 은폐와 회피에 휘말린 출구 없는 파행으로 얼룩졌다. 보건복지위원회로 하여금 더는 용인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체육회를 관장하는 익산시 부서장의 어물쩍대는 태도와 자기 업무에 대한 무지, 문제의식 부재, 의회 활동을 희화화하는 무개념 등이었다.

사실, 체육회가 관변단체로서 집행부 통제 밖에 있으며, 온갖 비리의 온상이라는 점은 오래 전부터 지탄을 자초해 왔다. 이날 5분 발언에서 지적된 불법·부당한 운영, 임원진 구성, 조직 구성, 예산집행과 보조금 정산 등은 방임과 방기에 의해 쌓여 온 적폐다.

이날 의원들의 릴레이 발언은 정치화·사단화 되어 시민 혈세를 좀먹어 온 특권에 정면으로 맞섰다는 점에서, 보건복지위 구성원들 가운데 재선의원 모두가 한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이는 의회의 정당한 개선 요구에 시늉만 하다가 본질을 형해화(形骸化) 해 온 집행부의 의회 경시풍조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는 천명이며, 그 천명에 파괴력을 증강시키는 결집이기 때문이다.

이는 특히, 의원들이 보여주기식 의정활동을 벗어나 고질적인 문제에 집중하고 공유하며 해법을 찾아가는, 토론하는 의회상을 정립했다는 측면에서 지방자치에 큰 영향을 미칠 사건이다. 또한 허공에 소리지르는 듯한 낭패감에서 벗어나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도 이번 익산시 의회의 5분 릴레이 발언은 지방자치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할 것이다.

나아가 의원들의 릴레이 발언을 사전에 감지한 본회의장이 다소 경직된 가운데, 집행부의 수장이자 익산시 체육회 회장인 정헌율 시장이 의원들의 발언을 진정성 있게 경청하고 메모하는 것을 목도하면서, 선출직들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결국 시민이라는 사실에 엄숙해진 방청이었다.

이날 제212회(1차 정례회) 제3차 본회의가 산회한 직후 '환골탈태'를 요구한 의원들의 뜻에 따라 즉각적으로 체육회 감사를 지시한 정헌율 시장의 용단도 갈채를 받아야 마땅 할 것이다. 모쪼록 집행부의 체육회에 대한 감사가 '발본색원'의 결과를 내놓아 이날의 모든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