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아무리 커다란 논란이었다 할지라도 시간에 흐름의 따라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는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잘못에 대한 책임규명에 기한이 설정돼 있는 이유다. 마땅히 공익을 담보해야 할 행정이라면 그 필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어영부영은 무사안일에 기대어 책임을 방기하는 태도다. 120억원이 넘는 국비를 반납하고 수십억원의 손해배상소송에 휘말리게 한 하수슬러지 처리시설 공사 중단에 대한 책임규명이 4년 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익산시는 지난 2014년 8월 하수슬러지 처리시설 공사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그해 12월 공사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집단 민원이 이유였다.

민원의 주된 내용인 공법은 이미 수년 동안 논의된 부분이다. 2006년 시작된 사업은 수차례에 걸쳐 공법이 변경됐고, 용역의 중지와 재개가 반복됐다. 건조 및 소각방식이라는 최종 결정에 대해 익산시는 책임을 져야 한다. 공사를 중단할 만큼 잘못된 결정이었다면, 그 자체가 중대한 하자다. 여기에 따른 책임도 분명히 져야 맞다.

사상 초유의 결정 탓에 120억4,700만원의 국비가 반납됐고, 공단 중단시까지 기성분에 대한 대금 36억5,000만원이 고스란히 손해로 남았다. 또 공사업체가 제기한 24억2,200만원의 손해배상소송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만저만한 손해가 아니다.

무엇보다 뼈아픈 것은 행정에 대한 신뢰 상실이다. 수년째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다 어렵게 결론을 이끌어 내 공사가 진행 중인데도 불구하고, 민선6기 익산시는 갑자기 모든 것을 뒤엎으며 스스로의 결정을 부정했다. 이 번복과 부정에 따른 책임을 누가 지고 있는가. 결정을 번복하면서 손해가 발생했다면 마땅히 시시비비가 가려져야 한다. 번복만 있을 뿐 책임은 없는 행정을 어느 시민이 믿을 수 있는가.

정부합동감사 결과 기관경고를 받은 사안이다. 익산시 스스로도 관련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구상권 청구 입장을 밝히기까지 했다. 허나 아직까지 잘못된 결정에 대한 책임규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손해배상소송이 진행 중이니, 끝날 때까지 기다린다는 태도다.

적당히 버티면 된다는 의식은 공조직을 좀먹는 기제다.

이미 지난 일을 두고 책임을 묻는 것은 가혹하다는 게 공직 내부의 주류적인 분위기이기에 일벌백계를 할 수 없다면, 단언컨대 익산시는 절대 청렴한 도시가 될 수 없다. 잘못이 명백한 사안을 두고 일벌백계를 하지 못하는 수장은 청렴을 입에 올릴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