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궁보석테마관광지가 전라북도가 선정한 1시·군 1대표관광지에 선정됐을 때만 해도 기대가 컸다. 도에서 매년 10억 원씩 지원되고 국비와 시비를 포함 95억 원을 5년 동안 한 관광지에 투입한다는 것은 예산 부족에 허덕이는 관광지 활성화에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할 만했기 때문이다.

사람이 넘쳐나는 왕궁보석테마관광지, 상상만 해도 미소가 나오는 일이었다.

그러나 사업 시행 4년째에 접어든 지금의 모습을 보면 어리둥절하다. 그동안 무엇이 변화했고 나아졌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 큰돈이 다 어디로 갔나 싶다.

익산시에 따르면 예산의 블랙홀은 기반시설이다. 3년 간 16억 원을 광장 정비에 썼다고 한다. 칠선녀 광장 분수대 난간과 경관조명 등 토목사업에 뭉텅이 돈이 들어갔다. 또한 함벽정 주변 조경에도 큰돈이 쓰였다. 나머지는 축제와 팸투어 같은 일시적 행사에 들어갔다. 그러고 나니 정작 관광지를 활성화시킬만한 콘텐츠는 계획조차 없었다.

대표관광지를 육성하는 사업이지 기반조성 사업이 아니다. 시민 누구도 기반시설 부족에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볼 것이 없고 매력이 없다는 것이 활성화의 본질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익산시는 주차장 확보와 교량 건설 등 토목사업에 치중하고 있다. 장차 필요한 일이라도 당장 관광지 활성화에 보탬이 되지 않는 일이다.

넓은 주차장을 두어 자랑할 것이 아니라 차를 두고서라도 오고 싶은 관광지가 돼야 한다. 예산폭탄의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