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물론 자본주의(시장경제)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기업은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다. 국가와 상인간의 관계가 종전에는 갑을(甲乙)관계였다면 이제 위치가 바뀌었다. 기업은 어디를 가도 갑(甲)으로 대접받는다.

국가마다 지자체마다 기업 유치에 혈안이 되어 있다.

유사 이래 이렇게까지 상인들이 귀하신 몸이 된 때는 없었다.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은 중농주의에서 중상주의로, 중상주의가 자본주의로, 이것이 형태만 바뀌어 현재는 중기업주의로 변하고 있다.

그래서 익산시를 비롯한 많은 자치단체들이 파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기업이나 공장의 이전 및 투자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 경제가 기업경영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경제성장을 염원하고 눈에 보이는 성과를 원하는 정치인들은 기업을 선호한다. 이윤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기업은 이런 정치인들의 입장을 이용해 최대의 이익을 누리려고 한다. 양자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기업이 대접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기업가들은 시장이나 군수, 국회의원, 주민대표인 지방의원을 우습게 안다. 이는 시민들과 국민들을 가볍게 보는 것과 같다.

익산시나 전라북도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다며 기업을 유치하고 있지만 여기저기서 공을 들인만큼 효과가 있느냐는 의문이 되고 있다.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은 무엇보다 현지주민 고용에 대한 계약이 기업과 자치단체간에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이 이전될 때마다 고용창출, 인구 유입, 파급효과를 과대포장해 선전하고 각종 조례를 통해 보조금을 지원하지만 이 같은 구호를 실현하도록 강제할 제도적 장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지역주민들은 기업 유치의 효과가 피부에 와닿지 않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가 매년 4~5%의 경제성장을 이뤘다고는 하지만 서민들이 체감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는 자치단체가 기업을 지원하는 행위 자체를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세금을 들인 만큼 주민들에게 혜택이 있어야 하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기업의 임직원들이 지역에 안착할 수 있도록 정주기반을 확충하는 동시에 기업이 약속한 것들을 지킬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동익산역 진입도로 개설하라

하루 수십톤의 화물을 적재한 트레일러 300여대가 출입할 동익산역 화물역이 오는 21일 운행개시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별도의 진입도로를 개설하지 않은 바람에 이 대형트레일러들이 협소한 마을 도로를 관통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철도공단은 익산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이기주의적이며 무책임한 행태"라는 주변지역 주민들의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익산시는 2007년 1월부터 교통영향평가서 검토의견 제출시부터 최근까지 수십차례에 걸쳐 기존도로 이용에 많은 문제가 예상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기존도로와는 별개로 진입도로 개설을 한국철도시설공단에 요구해왔다. 진입도로를 신설하지 않고 기존도로를 사용할 경우, 초등학교 및 마을 진입로에 화물차 및 대형트레일러가 진출하면서 안전상의 문제, 비산먼지와 소음의 문제, 환경문제, 주거환경 침해 문제 등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익산시가 이같은 진입도로 신설의 당위성을 2년여 동안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지만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이를 일절 묵살한 채 화물역 개통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철도공단이 비상식적인 집단이라는 지적을 자초한 꼴이다.

익산시는 동익산역 진입도로는 원인자부담 원칙에 따라 결정된 도시계획 도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국철도시설공단에서 개설해야 한다며 별도의 진입도로 개설을 촉구하고 있다. 주민들 역시 동익산역이 화물운송 역으로만 사용돼 주민과는 전혀 무관하기 때문에 화물 운임비를 받아 이익을 창출하는 한국철도시설공단에서 전적으로 도로를 개설해야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주민들이 사용하지 않는 역이고, 그 역을 주로 사용하는 주체가 한국철도시설공단과 관계자들이라면 마땅히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부담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기존에 주민들이 이용했던 도로를 대형 화물운송차량들이 통행하면서 생명을 위협하고, 주거환경권을 침해하는데도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나몰라라 하는데 대해 주민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익산시가 도시계획을 변경해 도로개설 계획 근거까지 마련해 줬는데도 철도공단이 그 책임을 익산시에 떠넘기고 있다. 주민들과 익산시의 의견을 완전히 배제하고 대책을 수립하지 않은 채 사업을 진행해 온 것이다. 지역주민들의 분노가 도로를 가로막는 물리적 행동으로 옮겨가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더 이상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주민들에게 불편을 감수하도록 강요하는 부적절한 행태를 거두고 하루속히 진입도로를 개설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