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기면 3산업단지 분양의 열쇠는 산단과 연무IC를 잇는 진입로 개설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산단이 준공된 뒤에도 길은 뚫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당연히 경쟁력 없는 산단의 분양도 저조했다. 덕분에 빚을 내 산단을 조성한 익산의 경제는 무거운 짐을 짊어진 것처럼 허덕이는 상황에 처했다.

익산시는 예산이 부족해 도로 개설이 늦어진다고 해명했으나 정작 문제의 원인은 내부에 있었다. 익산시가 도로개설 업체에 온갖 불법적 특혜를 주고 있었던 것이 전라북도 감사 결과 드러난 것이다.

익산시는 하지도 않은 공사를 한 것으로 해주며 공사비를 지급하고 관급자재 부풀리기로 공사비를 부당하게 지급했다.

그러나 길을 내면서 할 수 있는 모든 특혜와 편의를 공사업체에 제공해 준 대가는 빠른 개통이 아니라 공사의 무한 지연이었다. 오히려 업체는 설계변경을 요구하며 공사비를 더 증액시켜 달라며 생떼를 쓰고 있다.

익산시가 준 특혜가 산단진입로를 더 완벽하고 더 빠르게 개통하기 위함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공짜가 아니라는 것을 삼척동자도 아는 특혜의 단물은 누구 주머니에 들어갔을까. 적어도 익산시민 모두가 그 피해를 분담하고 있는 것은 자명하다.

익산시는 줘야 할 공사비보다 60억을 더 지급하고 시공사의 지연배상금 624억을 면제해 줬다. 설계를 변경해줘 공사비 25억여 원을 증액시켜주고 11억 원의 자재대금도 부당하게 지급했다. 적폐청산의 핵심인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및 뇌물 액수와 비교해도 모자람이 없는 거액이 걸려 있는 셈이다.

이런 무시무시한 비리에 연루된 공무원 중 과장급만 5명이다.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담당 책임자가 수차례 교체됐음에도 해당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은 모두 한통속이라는 얘기가 된다. 고인 물을 갈아봤자 어차피 흙탕물이다. 행정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뚫었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시공업자와 감리자 감독 공무원이 짜고 제멋대로 공사를 진행한다면 세금은 눈 먼 돈이며 먹는 사람이 임자다. 공사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제대로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익산시는 감사 결과대로 11명에 대한 징계절차를 밟고 공사비 회수 등의 조치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관련된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의뢰를 하기도 했다.

이러한 익산시의 대응은 딱 걸린 만큼 조치하겠다는 수준이다. 공무원 11명이 연루된 초유의 사태를 가장 소극적인 방식으로 넘어가려는 눈치다. 이러한 일이 한 부서 전체가 관여됐을 정도로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다면 다른 부서가 벌이는 모든 공사는 물론 과거에 시행했던 공사도 두루 살펴볼 정도의 각오가 필요하다.

적폐를 청산하듯이 묵은 고름까지 짜내야 새살이 돋듯 청렴한 행정이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지금 꽉 막힌 도로처럼 익산시의 행정도 꽉 막혔다. 지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었던 것은 익산시 그 자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