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의 주요 자전거도로는 직접 타보지 않고도 엉망임을 누구나 안다.

금가고 패인 곳이 수두룩한 것은 물론 안전시설도 미비해 사고가 나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다. 바퀴가 매끄럽게 굴러가도록 일부러 만든 길이 비포장도로와 같다면 어찌 세금낭비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익산시는 지속적으로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자전거보험도 그 일환이다. 익산시민이라면 전국 어디에서건 자전거를 운전하거나 보조석에 탔거나 혹은 자전거를 타지 않은 상태에서 자전거에 부딪혀 전치 4주 이상의 진단이 나오면 보험금이 지급된다.

해당 조례를 만든 시의원은 ‘자전거 의원’이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지속적으로 자전거 관련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익산시에서 자전거를 타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런데 정작 자전거를 타기는 힘들다. 길이 엉망이기 때문이다. 누가 보험을 들었다고 불편과 위험을 감수하면서 자전거를 이용하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조사결과 익산시내 152km의 자전거도로 가운데 단 한 곳도 안전표지 설치 기준에 적합한 곳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예산이 부족했다는 게 익산시의 설명이다. 자전거도로를 설치할 때 예산이 모자라면 안전시설부터 축소한다는 황당무계한 이야기다.

안전표지 설치 기준은 지키라고 만든 최소한의 장치다. 제멋대로 축소하고 빠뜨릴 일이면 기준과 지침을 만들 이유가 없지 않은가. 자전거 이용 활성화는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안전한 길이 있어야 비로소 자전거가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