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오후, 낭산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 백수십여명의 목소리가 비바람을 탔다. 해동환경 사태로 인한 상처가 아직 여전한데, 또 다른 커다란 고초가 예상되고 있는 탓이다.

“더 이상은 안 된다.” “폐기물매립장 설치를 목숨 걸고 막겠다.” “우후죽순 들어서게 되면 폐기물단지로 전락하게 된다.”

이날 노년 주민들의 손에는 하나같이 농기구 대신 손팻말이 들려졌다. 그들은 비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또 다시 폐기물로 인한 치 떨림을 생각하면, 비 따위는 문제가 아니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주변 마을도 연대했다.

낭산의 목소리는 정당하다. 지난 수년간 주민들이 겪어왔던 피해, 농작물 훼손이나 물고기 떼죽음, 건강 이상 등은 그들의 목소리에 힘을 싣는다. 행정이 주민혐오시설을 마을에 들일 이유는 더더구나 없다.

하지만 행정은 앓는 소리를 낸다. 업체와의 소송에서 졌으니 행정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다시 법원으로 끌려가더라도 절대불가”라는 정헌율 시장의 단호한 입장 천명에도 주민들이 불안을 떨쳐내지 못하는 이유다. 지금껏 그래왔듯, 종국에는 우려가 현실로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다.

방법은 있다. 도시관리계획안을 심의하는 익산시 도시계획위원회가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절대다수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부결 처리를 하면 된다.

주민의 대표인 시의원과 관계 공무원, 관련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도시계획위원회의 부결 처리는 합법적인 반대 수단이다. 절차와 실체에 하자가 없다면 법원에 끌려갈 이유도 없다.

다른 것들을 차치하더라도, 낭산에 폐기물시설이 들어서지 않는다 하더라도 익산이 입는 피해는 아무 것도 없다. 업체의 계획만 수포로 돌아갈 뿐이다. 주민들과 업체 중 어느 쪽을 바라볼 것인가.

주민의 입장을 따르는 것은 행정의 숙명이다. 주민 절대다수의 목소리는 명분을 확보하고 정당성을 담보한다. 익산시 행정과 도시계획위원회는 이를 판단의 잣대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