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우리 정부가 그동안 얼마나 사람을 하찮게 여겨왔는지를 보여주는 극적인 사례다. 정부가 솔선수범해 근로기준법의 취지를 기만했으며 편법을 사용해 정규직으로 써야 할 인력마저 비정규직화하는데 거리낌이 없었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고혈을 빨아 배를 채우는 악덕 업주와 다른 점이 뭐가 있는지 찾기 어려울 정도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의 ‘사람이 먼저다’라는 구호와 함께 추진되는 공공부문의 정규직 전환은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로잡는 회복의 노력일 뿐이다. 올해 말까지 7만4,000여 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할 수 있다면 왜 지금까지 그 사람들을 비정규직의 서러움 속에서 살게 했는지 뼈저리게 반성해야 할 시점인 셈이다.

그러나 전라북도와 익산시는 아직도 사람이 후순위인 것 같다. 지난 7월 정부가 방침을 발표했는데도 현재까지 정규직 전환을 위한 첫 단추인 심의위원회의 구성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정부가 인건비 상승분을 책임진다는 확신을 내려주지 않기 때문이라며 곤혹스러워한다. 그 모습은 흡사 인건비총량제라는 틀에 묶여 끈을 풀어주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걸음을 떼지 못하는 공무원식 노예근성에 찌들어 있는 결과다.

전라남도는 이미 80% 이상을 정규직으로 전환 결정했다. 먼저 자체적으로 필요 예산을 세우고 초과분에 대해서는 정부에 예산 반영을 요청했다. 또한 정원규정을 바꾸기 위한 작업에도 들어갔다. 정부는 전라남도의 사례를 타 지자체에서 배워야 할 모범 사례로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전라남도는 과연 특별한가 묻고 싶다. 전라북도나 익산시는 전라남도와 무엇이 달라서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다. 전라남도가 정상이라면 무엇이 두려운 것인지 궁금하다.

설마 공무원들의 우월한 권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함은 아닌지 우려되기도 한다. 함께 일하면서도 ‘철밥통’인 공무원과 달리 언제든 자를 수 있다는 차별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은 아닌지 하는 끔찍한 상상도 해본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우물쭈물할수록 그런 상상은 더 부풀어 오를 뿐이다.

정부는 연간 9개월 근무 이상과 상시 지속된 업무라는 너무나 간단한 두 가지 기준을 세웠다. 어차피 필요한 인력이라면 정규직화 하는 것이 온당하다는 당연한 이치다. 전혀 어렵지 않은 두 기준을 두고 사람이 아니라 돈과 기득권을 염려한다면, 한 가지 기준을 더 추가하는 것은 어떻겠나. 정규직 전환 실적에 따라 강력한 페널티를 추가한다면 눈에 불을 켜고 열심히 임할 것 같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