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문제와 지진피해는 분리해서 대응한다는 정부가 일본 지진해일피해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성금을 걷으라는 내용의 공문을 지난달 중순 각 시도 교육청에 보냈다.

전라북도교육청도 예외는 아니어서 교육과학부의 요청에 따라 지난달 22일 도내 14개 지역교육청과 고등학교 및 특수학교에 공문을 보냈고 지역교육청은 산하 모든 유초중학교에 같은 내용의 공문을 보내 성금을 유도했다. 

도교육청은 각급 학교가 자발적으로 성금을 걷어 적십자사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계좌이체하도록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교과부의 이런 조치는 망동이다.

우선 독도 분쟁이나 교과서를 통한 역사왜곡 문제 등 외교사안과 일본지진피해 문제를 분리해 별도로 대응한다는 방침부터가 잘못됐다.

정부 차원에서 외교적으로 결례가 되지 않을 만큼의 위로금과 구조인력을 보내면 되는 것이지 '분리 대응' 운운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분리 대응이라는 말 자체에서 뭔가 오버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그도 그럴 것이 교과부는 각 시도교육청에 자발적으로 성금을 모금하도록 안내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지만 이는 사실상 강제적이다.

말 그대로 학교나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내면 그만인 것이지, 성금 모금을 안내하라는 것은 또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교과부의 공문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시도교육청의 입장이고 지역교육청과 각급 학교가 도교육청의 공문을 그냥 보아넘기기 어렵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자발적인 형식을 빌렸다지만 받아들이는 쪽에서는 매우 인위적이고 강제적일 수 있다.

성금을 내고 싶은 사람이라면 언론이나 전화를 통해 쉽게 알 수 있는 대한적십자사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계좌번호까지 알려주며 '자발' 운운하는 것은 우스꽝스럽다. 

이렇게 해서 전북교육청 12개 부서 및 산하기관과 지역교육청 및 각급 학교들이 모금해 계좌로 이체한 성금은 무려 6천500여만원에 이른다. 결식 아동 650명에게 10만원씩의 간식비를 줄 수 있는 금액이다.

도대체 정부와 언론이 왜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지 국민들은 이해할 수가 없다.

세계 최대의 채권국가인 일본에 이미 수백억원의 성금을 걷어 전달했으면 됐지 또 얼마나 더 걷으란 말인가.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최근 우리나라와 협의 없이 방출한 일본 원전 방사능오염수 문제와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표기한 일본교과서 검정 통과 등으로 뒤통수를 맞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일본의 한 언론사 서울지국장은 신문 칼럼을 통해 '냄비처럼 성금 모금 열기가 들끊다가 금새 식어버린' 우리나라 국민성을 비판하면서 이번 기회에 한국이 독도를 일본에 양보해주면 어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렇게까지 우리 국민들이 무시받을 수는 없다. 참을 수 없는 모욕이다. 정부가 나서서 쓸데 없는 짓을 벌이고 있으니 의식 있는 국민들은 입은 있으나 할 말이 없어졌다. 

일본은 미국과 함께 중국 북한 러시아 등 사회주의국가에 맞서는 한국의 우방이고, 일본의 돈이 한국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런 문제는 외교부에 맡겨놓으면 될 일이다.

교과부까지 나서서 충성경쟁을 펼치는 듯한 인상을 풍기는 것은 보기 안타깝다.

게다다 최근 터진 사안은 일본 교과서 문제 즉 교육의 문제다. 충북 괴산군은 공무원들을 상대로 성금을 걷다가 중단하고 다시 돌려줬다.

교과부의 공문 발송에 따라 교직원과 학생들이 낸 성금이 일본에 전달되지 않았다면 다시 돌려주는 것도 생각해볼 일이다. 그것이 '자발'이라는 취지에 더 부합한다.

사회복지시설이 폭력시설이라니

사회복지도시로 전국에 유명세를 알렸던 익산이 최근부터 복지비리와 폭행 등 오명으로 얼룩지고 있다.

지난해 6월 익산의 Y복지재단에서 시설비, 장애인수당과 봉급, 급식비 등 총 20억대의 보조금을 횡령해 해외여행 등 개인용도와 유흥비 및 내연녀를 위해 사용한 사실이 밝혀져 지역사회에 충격을 던져줬다.

올해 1월에는 익산의 한 아동보육시설에서 이사장과 원장 사무국장이 2008년 7월부터 2년동안이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생 6명의 뺨과 머리를 때리는 등 아동학대 및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아동보육시설 이사장 최모씨 등 3명이 불구속 됐다. 

최근 삼기면 S복지재단에서  사무국장 등이 죽도(竹刀)로 피해자의 엉덩이, 허벅지 등을 시커멓게 멍이 들 정도로 폭행한 사건으로 인해 지역사회가 시끄럽다.

익산은 사회복지 예산이 전체 예산의 3분의 1이 넘고 다양한 복지시설과 복지서비스로 전국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어 복지의 도시로 명성을 날렸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복지계에 부는 비리와 폭력 바람이 심상치 않다. 사회복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종사자들은 복지 인권에 대한 마인드를 재점검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