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의 부실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조용히 흐르던 만경강에서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하천환경정비 사업이 진행된 만경강에 수백 톤의 쓰레기가 그대로 방치돼 있다니 익산시민들이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 낙동강 ‘녹조라떼’를 걱정하고 있을 때가 아닌 거였다.

헌데 이 사업을 주관한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의 대응은 충격을 넘어 분노를 일으킨다.

하천정비 공사를 하면서 농지의 쓰레기를 치우지 않고 그대로 뒤덮어버린 시공사나 그러한 사실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감리단의 책임을 묻기는커녕 담당 시·군에 쓰레기 처리를 맡기는 것으로 마무리 하려는 모양새다. 개인 돈이 들어간 공사라면 아무리 적은 액수라도 이렇게 태평하진 않을 것이다.

이번 쓰레기 사건을 일으킨 사업에 들어간 세금만 자그마치 262억 원이다. 일부 구역에만 이정도니 만경강 2백리 줄기엔 얼마나 많은 세금이 투입됐을까. 또 그만큼 비례해서 만경강의 환경 훼손과 오염이 일어났을지 생각하면 앞이 깜깜하다. 대체 이 나라는 왜 강을 그냥 놔두질 않는 것일까.

국토청은 쓰레기를 덮어버린 사건을 유야무야 덮어버리려고 한다. 일부러 책임을 묻지 않는 쪽이 필연적으로 뒤가 구리기 마련이다. 쓰레기에서 나는 게 아닌 구린내가 나는 이유다.

웃자란 풀숲에 가려지길 바랐겠지만 썩지 않는 쓰레기들은 언젠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쓰레기를 몽땅 쓸어다 국토청에 보내놓고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볼 일이다.